마지막 리움 키즈를 마치고 선생님과 면담을 한 후 바로 온 곳은 용산동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이다.
리움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고 우린 2004년 여름에 다같이 와본 적이 있다.
그때 더워 죽는 줄 알았고, 전쟁이란 것이 사람을 살상하는 병기를 필연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한국 전쟁의 특성상 정치적 견해가 전시장에 투영된 것이 많이 보여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상하게 민성군이 옛 생각도 났고 밀리터리에 관심도 좀 있어서인지
리움 오고가면서 여길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하기에 들렀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이래저래 거슬리는 일들이 분명 있지만 와서 볼 만한 곳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주차하고 올라오면 김동만 작가의 '눈물 방울'이 보인다.
상설전은 무료 입장인데 지금 다빈치전도 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해당 전시 비용만 내고 보시길.
우린 상설전만 보고 나왔다.(너무 피곤해서)
다소 불쾌한 것은 분명 상설전은 무료 입장이라고 써있는데 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여성분이 '여기 서명하셔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들어가는 이들을 불러 세운다는 것이다.
난 무료입장이니 방명록을 적는 것인 줄 알았는데 aipharos님이 서명하러 가다가 서명을 안하고
그냥 돌아서 나오는데 또 부르더라. 난 무슨 영문인지 몰랐는데
aipharos님이 그 여성분에게 '서명은 개인의 자유 아닌가요?'라고 말하더라.
으응??? 방명록 아니었어?하고 물어보니 이게... 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서명이더만.
이게 뭐하는 짓이지? 서명은 개인의 자유아닌가. 당연히 우린 서명안했다.
무료입장과 서명은 아무 관계 없는 것 아닌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찬성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지역의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정치권이 만들어낸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거, 우린 나가노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말하면 또 무지하게 길어지니 이만 줄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한다고 또 '이 자식 매국노네'
뭐 이런 소리는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_-;;;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거북선이 놓여있다.
실제 크기의 1/2.5 비율.
그런데... 이왕 만들거 좀 잘 만들지... 목재의 함수율이 엉망이었던 건지 관리가 안된건지
판재가 상당히 많이 금이 가있고 이격이 생겨있다. 이런걸 보면... 참 안타깝다.
자... 전시를 보기 시작.
전쟁기념관은 지하1층은 삼국시대의 병기들, 1층은 고려~조선시대의 병기, 일제시대의 병기나 전쟁의 역사등이 기술되어 있고
2~3층은 6.25 전쟁에 관한 기록들과 유엔의 이름으로 참전한 국가들에 대한 소개등이 나와있다.
한국전쟁에 대해 상당히 방대한 자료가 서술되어 있어서 역사적인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단, 아이들에게 상기시켜줄 부분들은 있으니 이곳에서 봉사하는 안내하시는 분들에게 무작정 아이를 맡기지 마시길.
삼국 시대 고구려에선 저런 갑옷을 입었단다.
민성이 말로는 유럽의 갑옷은 38kg이나 되는 것도 있었단다.
아무튼... 십자군 전쟁때 엄청나게 두꺼운 갑옷때문에 생긴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간혹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곧 나오겠지만... 화살통의 아름다움은 놀라울 지경이다.
말머리 가리개. 삼국시대.
말안장, 삼국시대.
말안장의 위용이 정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고려시대의 경변갑옷.
이 역시 고려시대의 갑옷인데 저렇게 금속재질(쇠미늘, 쇠고리)을 얇게 빼어 꼬아 만들어냄으로써
칼이나 창 등이 뚫고 들어와도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차! 다.
이 아름다운... 물건들은 다 화살통이다. 조선시대의.
아래 보이는 머리띠같은 것은 조선시대의 자랑 중 하나였던 '각궁'이다.
말에서 쏘기도 편하고 기동성도 좋으며 사정거리나 명중률도 높아 중국에서도 매우 부러워했던.
화살통이 계속된다.
레골라스는 저리 가라.
우리가 흔히 '석궁'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쇠뇌들. 트리거를 눌러 쏘는 경우도 있어 오늘날의 석궁들과도 많이 유사하다.
다만... 엄청나게 크고 무거워보여 과연 이걸 들고 어떻게 전쟁에 임했는지가 궁금하다.
가격용 무기들.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황자총통.
조선시대의 검들인데 손잡이의 문양이 너무나 아름답다.
일본도들이 바람도 가를 것 같은 유려한 모습을 하고 있고, 중국검이 매우 화려한 색상과 문양으로 치장된 것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검은 그 와중에도 무척 소박하고 털털하며 그와 동시에 아름답고 세심하다.
우리 선조들의 미술센스는 처음엔 지나치게 소박하거나 겸허한 듯 해보이지만
익숙해지고 그 의미를 곱씹기 시작하면 정말... 멋을 아는 분들이었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래에 있는 검을 자세히 보시길. 하늘의 별자리를 칼에 세겨 넣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
오연자포.
십연자포도 있더라.
민성이가 어릴 때.
우린 둘 다 민성이에겐 절대로 '총' 장난감을 사주지 않노라 결심했었다.
총이라는 것이 사내아이들의 전유물적인 장난감처럼 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것이 살상의 도구이고,
전쟁의 도구라는 점. 그리고 그 전쟁은 언제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국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다는 점등 때문에 장난감이라도 안사준다는게 우리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생각을 다 때려치운 건, 어느 날 민성이가 종이로 총을 만들어 놀고 있더라.-_-;;;
그 어린 나이에 말이지. 유치원이나 이런데서 남자 아이들과 놀면서 자신을 남자로 구분짓는 법을 배워온 것인지...
지금은 웃지만 그땐 좀 허탈했다.ㅎㅎㅎ
수원의 화성.
aipharos님이 여길 걷고 싶어하는데... 봄엔 꼭 같이 갈께여~~~
참... 아름답지 않나.
총들이 널려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가들에 대한 헌정관이 있다.
으응??? 이건 그 유명한 가틀링 기관총아닌가.
이 기관총이 그 만화책 <바람의 검심>에도 나오지 않았나.-_-;;;
한국전쟁관은 엄청 방대하다. 영상 자료도 많고...
호국안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난 국방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힘없이 평화만 외칠만큼 철없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안다.
그래서 해군증강계획도 찬성했었다.
그런데... 정말 착각해선 안될 것이 꼴보들이 입만 열면 '호국', '반공', '안보'를 외쳐서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더더욱 국가 안보에 충실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거다.
정말 그런가?
효율적인 국방 증강 계획은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하건만 과연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2의 롯데월드 얘기가 나올 때 수많은 현역/예비역 공군 파일럿들이 가시 전투에서의 문제점등을 설파했으나
경제논리를 내세워 국방을 뒤로 밀어내는 작태도 우린 봤다.
분명히 말하는데 저들에게 '안보'라는 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외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을 까대기 전에 천안함 사태 때 이 정권이 국민들을 상대로 벌인 개같은 작태를 생각해보시길.
아무튼...
이 전시들을 통해 민성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성'을 느꼈다고 내게 말하던데,
옆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안내하는 정말 새파랗게 젊은 가이드가 아이들에게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김일성 때문이야.
다 김일성 때문에 이렇게 모두가 고생한거야'라고 소리를 높혀 얘기한다.
옆에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또 김일성을 옹호한다 뭐한다 깝치는 사람들 있겠지만,
난 주사파도 아니고 김일성이나 김정일같은 독재자를 옹호할 마음도 눈꼽만큼도 없다.
다만, 한국전쟁 이전의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배경이나 경제적 배경등은 조금도 설명없이
(이걸 어렵지 않게 얘기해주면 아이들도 다 알아 듣는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냥 뜬금없이 '그냥 김일성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건,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뭔 일만 생기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고 말하던 찌질이들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
aipharos님은 새벽에 잠을 설친대다가 일찍 깨어 나와 리움에서 살짝 추운 가운데 2시간 이상을 기다려서인지
정말 피곤해해서 먼저 차에 가서 쉬고, 나와 민성군이 계속 전시를 돌았다.
전시를 다 보고 야외에 있는 탱크, 자주포, 대포, 폭격기, 전투기...등을 봤다.
장갑차가 꽤 많이 늘어서있고 대부분 이렇게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참 좁다. 그렇지?
이건... 참수리호. 서해교전의 그 아픔이 생생히 살아있는 배.
아픈 흔적들이다.
전쟁은 어떤 경우에든 일어나선 안된다.
정당한 목적의 전쟁이란 건 없다.
전쟁이란 것은 선전과 선동정치의 결과물이고 국가와 국가의 이익이 상충하는 극한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적 야심과 개인적 욕망이 집산되어 곪아 터지는 불치병일 뿐이다.
대부분의 전쟁 희생자들은 이 전쟁을 결정한 결정권자들이 아니라 이들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서민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천안함 사태 때 그리고 연평도 포격 사태 때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먹는 꼬락서니를 보여준 대통령이라는 작자의 뻘짓과 여당의 생쑈를 감상했다.
그리고 덤으로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야당의 작태도 부록으로 감상했다.
양국의 화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인 터라 다시 한번의 전쟁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양산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