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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이가 '프랑켄쉬타인'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저녁에 자신이 읽은 '프랑켄쉬타인'의 독후감을 쓴 후 출력하기 전에 책 내용을 aipharos님에게 말해주다가
스스로 감정이 복받쳐서인지 눈물을 왈칵 쏟았단다.
그런 여린 감성이 예쁘다.
당연한 일일텐데 아... 이런 연민을 우리 아들도 느끼는구나하는 말도 안되는 흐뭇함이 있다. ㅎㅎㅎ
물론 난 이런 일을 모른 체했다. aipharos님 앞에서 보여준 것이니까 나까지 가서 토닥거리고 얘기하면
조금 머쓱할 것 같아서 모른 체 하고는 그냥 불러서 함께 Porcelain Raft의 'See Through' 뮤직 비디오를 봤다.
아이에게 바라는 건 늘 '건강하고 밝은 마음으로 커다오!'지만 문득문득 내가 느끼는, aipharos님이 느끼는 감정들을
우리 아이도 공유해줬음하는 못난 욕심이 생기긴 한다.
참...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만만한게 아니다.
난 그 반의 반의 반도 못하고 있다는 것 정말 잘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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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 죽마고우의 아버님이 사실상 6개월 선고를 받으셨다.
얼마전 찾아 뵈었는데 웃고 계셨지만 이미 왼쪽 무릎 아래 다리는 거의 움직이질 못하시고 통증도 심하신 듯 하다.
다리가 아프시니 내내 앉아 계시는데 조금이라도 편할 리클라이너 소파 하나 선물해드리기로 했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인데 이래저래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 오는 법이라고... 이 친구의 깊은 한숨에 스스로가 참 무기력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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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오늘부터 민성이는 6학년이다.
생일이 항상 학년 초여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민성이 생일 파티는 집에서만 조용히 치뤘다.
반장 선거도 걸려 있고 다소 예민한 시기여서 우린 늘 그냥 넘어갔는데 따지고보니 그런걸 차치하고 친구들을 제대로 불러서
생일 파티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이 초등학교를 보내는 것도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이번엔 민성이 하고 싶은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래봐야... 뻔하지만.ㅎㅎㅎ
민성이가 무척 신나하는데 그간 너무 이것저것 따지고 아이 마음 생각 못해준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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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6주 시한부설이 파다한 지 좀 시간이 흘렀다.
아무리 오바마의 만찬에 참석했다고는 하는 피골이 상접한 그의 모습을 보면 그닥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듯 하다.
그렇다면 잡스가 없는 애플은 건재할 수 있을까?
이 와중에 잡스의 철학을 가장 잘 반영했다는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도 애플을 그만 둘 지 모른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래서 애플이 위기일까? 모르겠다.
2월 중순 이후에 열렸던 애플의 주총에서 보여준 모습은 잡스와 아이브가 설령 빠진다고 해도
쉽사리 무너지진 않을 거란 막연한 예상을 하게끔 한다.
최고경영자에 대해 분명한 이의제기를 던지고 최고경영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
묻고 싶다. 한국의 초일류 대기업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냐고.
한겨레 기자의 기사에서 언급되었던 그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했던 가슴을 울리는 연설은 다시 한번 읽어볼 법하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나'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라고(Io Sono L'Amore/I Am Love)'
사랑이 부재한 경영이 바로 'Capital is Democracy'라는 헛소리나 지껄이게 되는 것 아닌가.
한글자막이 된 영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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