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우리의 모습들이 보여진다. 창문을 통해 수직과 수평, 대각으로 분할된 화면에 우리의 기록들이 투영되어 있다. 분할된 공간은 같은 공간이면서도 다른 시간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창문으로 분할된 공간들은 하나의 순간, 하나의 공간인 동시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기도 했다. 모르겠다. 아무튼 난 그렇게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그가 어째서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인지를 다시금 곱씹었다. 난 여전히 팀 아이텔을 처음 만난 15년 전의 작품들을 더 좋아하지만 지금의 작품들 역시 회화적 전통과 추상적 구현의 경계를 영리하게 유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개인적으로 여러 번 밝혔지만, 난 신 라이프치히 화파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네오 라우흐 Neo Rauch를 대단히, 대단히 좋아한다.
<Hues of the Wind> _ 금민정, 스페이스 소 @space__so 근래 본 미디어 아트 중에서 가장... 디스플레이가 가진 물성의 한계, 그러니까 어찌해도 결국 사각형태라는 한계를 가장 벗어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길게 글을 썼는데... 졸음 때문인지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 같아 지우고 이렇게만 올립니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Marquee TV는 월 9,500원 / 연 95,000원이면 오페라, 발레, 연극, 현대무용등의 다양한 공연을 방에서 즐겨 볼 수 있는, 그러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공연계의 넷플릭스 netflix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14일 free trial이 가능하니 한 번 가입해서 둘러보신 후 구독을 결정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ios app도 있는데... 안드로이드앱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사파리나 구글로 웹접속해도 상관없고.
marquee...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1990년대에 열심히 보던 일본 잡지 중 marquee 라는 음악잡지가 있었다.
언더그라운드록은 물론 그 당시 shoegazing scene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룬 대단히 재밌게 읽은 잡지.
갑자기 생각나네.
Ohad Naharin's <VIRUS>
by Batsheva Dance Company
오하드 나하린의 <바이러스>
바체바 댄스 컴퍼니
관심있는 분들 계시면 4분정도 되는 이 영상, 끝까지 한 번 보셔도 좋을 거에요.
편집은 엉망이니 감안해주시고...
현대무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7년 LG아트센터에서 열렸던 바체바 무용단 Batsheva Dance Company의 <THREE> 공연을 본 후부터입니다.
와이프가 현대무용을 보고 싶다고해서 관람하게 된 첫 공연인데 정말로... 정말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죠.
와이프는 마지막에 그야말로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뒤로 여러 현대무용 공연을 보고 즐거웠지만 여전히 저희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은 무용단은 바체바 무용단이에요
비록 OTT 감상이지만 Marquee TV에서 오하드 나하린의 <VIRUS>를 감상했습니다.
그동안 유투브에서 몇분 짤... 정도만 보다가 풀영상으로 보게된거죠.
공연이 끝난 뒤 와이프와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공연은 시종일관 불어 독백이 흘러 나오지만 페터 한트케 Pater Handke(<페널티킥을 맞이한 골키퍼의 불안>의 바로 그이자 2019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관객모독 Offending the Audience>를 각색한 작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불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공연을 즐기기엔 무리가 없을거에요.
한마디로 놀라운 공연이었습니다.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양은 물론이고 독창적, 원초적 격정적이한 단어가 모두 떠오를 정도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연이었어요.
획일화된 유니폼을 입고 전혀 변하지 않는 세트 위에서 통제된 듯, 억압된 듯 보여지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후반부 관객들을 향해 쏘아대는 격렬한 욕설과 함께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통 춤이 혼재하며 결코 잊을 수 없을 엔딩을 선사합니다.
이 공연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겨요.
<ZERO DEGREES>
Akram Khan + Sidi Larbi Cherkaoui
<제로 디그리> 아크람 칸 +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Marquee TV를 통해 감상한 아크람 칸 Akram Khan과 시디 라르비 세르카위 Sidi Larbi Cherkaoui 라는 걸출한 재능의 두 퍼포머의 <Zero Degrees>
2005년 초연된 공연인데 평단의 절찬을 받은 공연이며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 크기의 조각상은 그 유명한 앤토니 곰리 Antony Gormley가 제작한 sculpture.
음악은 Nitin Sawhney가 이끄는 4인의 뮤지션이 라이브 연주.
아크람 칸의 인도-방글레데시 국경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경험등을 바탕으로 문명,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풀어 놓는다.
공연에선 대립적 대결적 내러티브도 이어지는데 단순히 문화적 충돌뿐 아니라 두 무용수의 뿌리가 된 근원, 그러니까 인도의 Kathak과 유럽의 탄츠테아터의 충돌과 융합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무용수만큼이나 앤토니 곰리가 기증한 사람 크기의 조각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공연을 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쉽게 납득하실 듯.
+
아크람칸 공연은 2009년과 2011년 두 번 LG아트센터에서 감상한 바 있다.
2009년엔 줄리엣비노쉬 (바로 그녀!)와 함께 공연한 [in-i]였는데... 난 사실 그닥 인상깊게 보지 못했고,
2011년 아크람 칸 컴퍼니로 내한했을 때의 [Vertical Road]를 인상깊게 봤다.
전시 종료가 코 앞 (8.23)으로 다가온 가나아트센터의 시오타 치하루 展을 이제서야 다녀왔다.
얼마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그녀의 다른 작품을 인상깊게 경험했기 때문에 더이상 이 전시를 미루다가 놓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타 치하루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을 소재로 자신의 우주를 구현하는 작가다.
2층에 전시된, 압도적인 설치작품 'Between Us'의 시각적 희열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 그러니까 드로잉이나 작은 작품들을 통해서도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두 번의 암투병과 독일 생활에서의 잦은 이사로 인해 얻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큐브 안에 거미줄에 매달린 모습을 연상케하는 수없이 얽힌 실에 매달린 꽃과 열쇠, 인체의 해부도등은 자신의 처지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강박등을 호소하는 동시에 그 속내를 들키기 싫어하는 듯한 복잡한 심정이 느껴진다.
종양 덩어리같은 형상을 화려한 유리 재단 위에 올려놓은 작품을 보면 지속하고 싶은 삶과 극렬한 고통 사이의 이중적 감정을 그대로 토로해놓은 듯한 느낌도 들었고.
그리고,
이젠 사진으로 한 번 정도는 봤을 법한, 한 방을 가득 채우는 설치 작품 'Between Us'
방 안 가득 격렬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수많은 실들이 엄청난 노동을 통해 벽, 천정, 그리고 공간에 놓여진 의자들을 묶어내고 있다.
혈관을 연상케하는 붉은 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형상화한 의자들은 공간을 만들고 대화를 만들어 무수히 많은 실들로 연결된 이 공간을 사회적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적정한 거리를 요구하지.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설치된 실을 건드리진 않을까 조심하게 되는데 그러한 관람자의 태도 역시 작품의 의도된 바가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