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lljegeren/트롤헌터]
directed by André Øvredal
2010 / Norway
Otto Jespersen, Hans Morten Hansen

전혀 사전 정보가 없었던 영화.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선 트롤을 인간으로 환치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광활한 설경 속에서의 서사적인 고독까지 느끼게 해주는 여운마저 있었다.
시침 뚝 떼고 이게 사실인양 다큐의 기법을 따라 가는 방식의 영화야 흔하디 흔한데다가
이 영화의 경우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넣은 자막들은 불필요했다고 보여지지만 페이크 다큐의 방식을 취하면서도
관객을 놀래키는데만 집중하는 일부 아류들과 달리 충실하게 환타지를 좇아 나간다.
영화적 몰입을 방해할 저급한 CG는 찾아 볼 수가 없고, 순간순간 영화 속에서 목도하게 되는 트롤의 존재를
마음 속으로나마 진심으로 믿고 싶어지는 묘한 감정도 역시 불러온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서식을 위해 희생케되는 트롤들의 존재를 보면서 인간들이 수없이 역사를 통해 자행해왔던
이민족에 대한 공생이 아닌 살육의 지배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설원 속에 서서 저항하는 거대한 트롤의 모습에서 파국으로 치달아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고 처연한 감정마저 느끼게 되더라.
두 엄지 손가락을 다 추켜 올리고 싶은 영화.

 

 

 

 

 

 

[Love and Other Drugs/러브 앤 드럭스]
directed by Edward Zwick
2010 / USA
Jake Gyllenhaal, Anne Hathaway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성격도 쿨하고, 속궁함도 잘 맞고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누가 반하지 않을까?
영화는 여기서 얄궃게 완벽한 설정을 살짝 비튼다. 그녀에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파킨슨 병'을 얹어 놓은 것.
지금은 초기라서 증상이 심각하지 않지만 결국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용변도 스스로 처리못할 지경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사랑으로 모든 걸 다 해쳐낼 수 있다고 믿는 연애 초기의 사람에게도 이러한 대상을
평생 함께 할 대상으로 결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 사람은 누구나 알량한 도덕심과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며 서로에게 더더욱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상처를 받는 과정은 이별을 합리화하는데 불을 붙이기 십상이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보지 않았나.
영화는 지금의 빛나는 순간순간에 충실하자고 얘기한다. 서로에게 충실한 시간이 쌓여
또다른 의미리를 갖고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500 days of Summer/500일의 섬머]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인상깊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영화.

 

 

 


 

 

[Fair Game/페어게임]
directed by Doug Liman
2010/ US
Naomi Watts, Sean Penn, Sonya Davison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종종 다른 영화에까지 언급된 바 있는 발레리 플레임 사건. 이른바 '리크게이트'라고 불리웠던.
이 파렴치한 사건을 통해 미국이 얼마나 더러운 통치권자들의 야욕에 의해
지성과 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모욕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
더 답답한 건 이러한 일들이 다 드러나고도 언제나처럼 하수인들 몇몇 희생양으로 내몰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덕 라이먼은 그가 주로 다뤄왔던 것처럼 거대한 국가 시스템의 힘에 의해 억울하게 매몰되어버리는 개인의 불행을 다룬다.

이 극적인 사건이 다소 상투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사건이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일지도 모르나,
사실 그런 표피적으로 알려진 이야기 이상의 심도있는 접근까지는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발레리 플레임이 충분히 자문해주었다고 하지만 감독으로서 지나치리만치 먼 발치에서
이 가족과 절대적인 권력의 대립구도를 방관하지 않았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평이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고 이와는 별개로.... 발레리 플레임을 열연한 나오미 와츠는 사실 몇몇 스틸 컷을 보면
너무나 실제 발레리 플레임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적인 이미지를 갖춘 그녀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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