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 & T.O.P이 듀오 포멧으로 유닛을 만들어 음반을 냈다.
언제나처럼 역시나 기존 아이돌보다는 만족스럽지만 한참 아쉽다.
오토튠이나 이런걸 욕할 마음 눈꼽만큼도 없다. 지금 오토튠을 까는 이들 상당수가 '그게 질리고,
대세도 아니여서'란 이유를 대는데 난 그런건 관심없다. (물론 '어쿠스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GD의 솔로음반보단 덜 차고 넘쳐서 다행이다.
탑의 대조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전체적인 음반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애당초 탑이 빅뱅에 고정된 건 GD와의 대조적이면서도 묘한 밸런스때문이라고 양현석씨가 말한 바 있다.
아무튼... M.NET의 'M카운트다운'에 데뷔한 이 둘의 무대를 봤다.
돈 많이 들인 무대라곤 하지만 역시 그래도 울나라 엔터테이너들 중에선 가장 신나게 잘 노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박봄이 피쳐링한 '오 예(Oh Yeah)'와 '뻑이 가요'가 좋다.
무대에 나타난 박봄은 압도적인 각선미를 뽐내더만... 정말 다리 예쁘더라.

그리고 보니까 '뻑이가요'의 편곡을 Diplo가 했다고 되어있더라.
난 웃으면서 '내가 아는 그 diplo???'라고 농담했는데 설마해서 찾아보니 원 세상에... 정말로 내가 아는 바로 그 diplo더라.
어떻게 diplo와 YG가 인연이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diplo는 2004년 연말결산 내 음반 차트에서
36위에 오른 [Florida] 음반의 주인공이다. ㅎㅎㅎ
제대로 된 미국진출은 하지도 않는 YG지만 co-work하는 면면을 보면 YG의 미국 네트워크는 JYP의 허세와는 달리
상당히 실속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 나야 이 바닥 관계자가 아니라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서두.

 


**
KBS 비판 기사로 김용진 기자가 4개월 정직처분 당했다.
사람이 주먹이나 몽둥이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은 아니다.
칼을 목에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것만이 협박은 아니다.
우린 유언무언 중에 속박의 폭력을 당하고 있고, 암묵의 의무를 강요당하고 있다.
우리 집 근처에서 벌어지는 GM대우의 비정규직 노조 투쟁은 단 한 번도 TV에 나오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어디 한 둘이 아닐거다.
우리고 전국민 오디션등에 웃고떠드는 사이 굳이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았던 우리 주변의 좌절은
이제 더이상 TV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베를루스코니가 했던 짓보다 더 가열차고 노골적으로 매스미디어를 지배한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파렴치한 짓을 할 지 이젠 상상도 안된다.
아이들에게 무상급식하자는 걸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예산을 부자 급식이 축낸다는 개소리로
의회에 나오지도 않는 쪼다같은 놈을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이다.
유언무언의 폭력에 길들여지는 한국.
우리 아이들이 자랄 한국이 더더욱 암담해지는 성탄전야다.

 



***
회사를 그만 뒀다.
건강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지만 딱히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 둘 생각은 이미 10월 초부터 하고 있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냉정하게 보고한 분석자료를
대비를 위한 것이 아닌 긴축에의 당위성만 주는 것이었다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이미 단정했었다.
매출을 전년대비 확실히 올려도 매출의 상승으로 인한 기타 비용의 증가가 부담된다고 하면 내가 있을 이유도 없다.
아무튼,
이렇게 회사를 그만두니 일단은 건강 회복이 우선이다.
아직도 어질어질하고 스스로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앞으로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얼른 건강을 회복해야겠다.

그런데...
요즘은 참 고민이 많다.
이런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부터.
정말 서울 인근의 끝자락에 붙어서 이렇게 살아야하는 걸까?
내 아들에게 뭘 남겨줘야 할까...하는 생각까지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리를 뒤흔든다.
이웃분 중 두 가구나 도시의 모든 걸 털어버리고 제주도로 내려 가셨다.
그런 결정을 보면 난 엄청나게 흔들린다.
그런 결정을 할 용기도, 돈도, 자신도 없지만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고민에 스스로 답을 내려야할 때도 된 것 같고.

 


****
솔직히 말하자면,
2009년 난 사업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냥 놀았다.
사업을 한답시고 해본 적도 없다. 그냥 시조품 만들고 좀 팔아보고 조용히 접었다.
치열하게 부딪히지도 않았다.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마냥 논다고 하긴 좀 민망하니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 뿐이다.
맘껏 놀았다.
이 게시판 오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식구들과 걸핏하면 여행가고 놀고 먹고 돌아다닌 기억 외엔 없다.
그리고 후회도 없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도 후회는 없다.
그런데 이번 휴지기는 이런저런 고민이 든다.
뭘 해야할까?
내가 또 회사를 들어가야할까?
그렇지 않다면 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진짜로 시작할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