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한 콜트콜텍 공장.
우리집에서 고작 3km 내외의 거리.
콜트 기타는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30%를 상회하는 유명 기타메이커로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뮤지션들도 콜트 기타를 애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콜트 기타는 자회사인 콜트 콜텍에서 제조가 되어왔는데 2007년인가? 콜트 회장 박영호는 당기순이익 백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고도
직원들에게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시무식때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했다.
졸지에 생계를 잃은 직원들은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소송을 냈고, 긴 시간이 지난 2012년, 드디어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이 나와
콜트콜텍 직원들은 일말의 희망을 잠시 갖게 되었으나 박용호는 이를 무시하고 다시 해고, 결국 같은 직원들을 두번 해고하는 파렴치한 짓을 벌이게 된다.
(부평 콜트공장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으나 대전 콜텍 공장은 적법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5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은 '부평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는 정리해고이고, 이후는 사업폐지로 인한 통상해고이다'라는 판결을 내려
해고 노동자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버렸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해고를 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31조에 명시된 '긴박한 경영상에 의한 해고'라는 항목이 기준이 되는데,
콜트 회장 박영호는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개인의 더 큰 탐욕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공장을 폐쇄했다.
사실...
우린 우리 스스로가 노동자이면서도 회사의 주인은 결국 사장(오너)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렇기때문에 혹자는
'아니, 사업주가 더 나은 경쟁력을 위해서 공장을 임금이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아닌가? 왜 그걸 갖고 직원들이 안된다고 저 난리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생각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땀과 노력이 계급적으로 종속될 수 밖에 없는 하위의 노동력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스스로가 속해있는 계급을 배반하는 행위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게 된다.
호불호와 관계없이, 며칠전 SBS 힐링캠프에 나왔던 안철수 교수는, '우리 회사가 나 혼자의 힘으로, 누군가 개인의 힘만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이 당연한 명제를 자본가뿐만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는 대다수의 사람마저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암울한 일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야근하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모든 행위가, 회사는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본가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내쳐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게 자신의 문제가 된다면 그 사실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박영호 회장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 후 여전히 '콜트'라는 상호명을 통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엄연한 위장폐업이며, 2011년 국회에서도 질타받은 바 있지만 이 잘나신 자본가 양반께선 자신의 탐욕만을 위해서 용역깡패를 사주해 해고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케하고,
지금의 부평공장은 새주인에게 팔아버려, 올 8월이면 이곳은 가스충전소가 되어버린단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와 같은 거대 기업의 문제는 여러번 이슈화되면서 국민들이 대부분 내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콜트 콜텍 노동자들은 수많은 억압을 받고 기나긴 시간이 지나는 와중에도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술인들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술인들의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사회적인 관심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투쟁할 수 있는 여력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콜트콜텍 직원들이 복직되어 다시 공장이 가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패배주의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난 자본가가 자신의 탐욕을 쉽게 거두리라 결코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이렇듯 부조리한 사실이 자행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대외적으로 알려야하며,
이러한 운동을 통해 지지하는 이들의 여러 목소리가 모여 힘을 이룰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가 자신의 자본으로 무소불위의 횡포를 일삼는다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니까.
서두가 너무 길어지는데...
콜트콜텍 부평 갈산동에 위치한 공장에선 7월 31일까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콜트콜텍'展이 열린다.
원래 7월 25일까지였는데 호응이 상당히 좋아 31일로 연장했단다.
분명한 건, 다른 이유를 다 차치하고서라도 이 전시는 정말 올해 가장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다.
단언코 말하지만 작품의 면면이 지닌 아우라는 어지간한 전시회의 감동을 훨씬 넘어선다.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든없든, 현대미술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꼭 들러보시길.
게다가... 우리가 들른 25일엔 뜻을 함께 하는 인디밴드들의 공연까지 있었다.
지산, 슈퍼소닉 다 포기한 우리에겐 뜻깊은 락페스티벌이었다.
* 전시장은 상당히 어둡다. 이미 공장은 전기와 물이 다 끊긴 상태이므로 당연히... 어두울 수 밖에. 조명은 배터리를 통한 LED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논-플래쉬로 사진을 찍는게, 게다가 어두우면 촛점 못잡고 버벅이는 라이카 X1으로는 정말.. 사진찍기 쉽지 않다.
ISO 1600에 f2.8 완전 개방을 해도 1/2초, 심지어 1.63초... 이렇게 되어버리는 셔터스피드에 사진 퀄리티가 좋을 리가 없으니 이점 참조하시길 *
회사에 말하고 퇴근을 좀 일찍했다.
aipharos님과 민성군을 데리고 도착.
집에서 고작 3km 정도 거리. 주차는 길가에 주차가 가능하므로 별 무리가 없다.
이미 불법점거로 다 피고소된 상태다.
2,000일이라는 기나긴 지난한 여정은 아랑곳없는듯...
하늘은 매정하리만치 맑더라.
T셔츠 판매 중.
당연히 우리도 구입했다.
이 T셔츠 판화작품인데 상당히... 예쁘다.
이날 락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한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는 멤버들 중 두 명이 이옷을 입고 나오기도.
전시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일하던 작업화에 핀 형형색색의 꽃들.
피지 않은 꽃들을 이렇듯 하나하나 관람객들이 펴서 놓을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들의 땀과 복직을 기원하는 숭고함에 공감하게되는 작품.
정말 맘에 든다.
아...
콜트콜텍 노동자들로 이뤄진 밴드 '콜밴'의 모습이 보인다.
으응...?
인천아트플랫폼 '분쟁의 바다, 화해의 바다'展에서 봤던 작가의 작품.
마음이 아프다. 진심으로.
2층 공간.
무척 인상적이었던 공간.
그들이 일했던 작업복이 이젠 멈춰버린 공장의 폐허같은 공간 속에서 유령처럼 깃들어 있다.
어두운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그 존재를 끊임없이 인지시키는 듯한 느낌의 작품.
대단히 인상적이니 보시라.
옛 기무사 건물에서 있었던 전시 작품을 연상케 한다.
자본가들이 항상 하는 거짓말.
'회사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ㅈ같은 거짓말.
이번 '콜트콜텍'展이 정말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보여지는 모습과 함께 들려지는 음악과 너레이션이 대단히 놀라운 공간감적인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곧 있을 락페스티벌에 참여할 밴드들의 리허설.
다시 말하지만,
콜트콜텍展이 인상적인 것은 보여지는 면뿐 아니라,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음악들,
그리고 너레이션이 폐공간의 공간감과 잘 어우러져 무척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