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정말 보고 싶었던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헤르난 바스'의 'A Brief Suspension of Disbelief' 전시를 보러 갔다.
오전 일찍 갤러리 오픈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강남가는 길은 정말 징글징글하게 막혔다.
가는 길은 비온 뒤라 그런지 하늘은 보기드물게 쾌청했지만.
PKM 트리니티 갤러리는 청담동 10 코르소 코모 내에 위치해 있다.
우리도 종종 들르는 갤러리.
전시가 좋으니까.
날씨는 서울답지 않게 쾌청했다.
라이카 X1 경조흑백으로 찍은 사진.
핀은 나갔어도 분위기는 좋다.
DNG를 보정없이 JPG로 변환
전시보는 분들은 주차 무료이니 걱정안하셔도 됨.
헤르난 바스는 영 페인터(Young Painter)가 부족한 현대 미술계에서 정말 촉망받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라이프치히 학파라든지, 현대 회화의 면면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헤르난 바스는 놀라운 감정을 전달한다.
워낙 발표하는 작품마다 족족 팔려나가는 작가라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2년간 기다려 다섯개의 작품을 받아 전시한 것이라고 한다.
다섯개의 작품이라고 가벼이 볼 분 전혀 없겠지만, 직접 작품과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쉽게 표현이 힘들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봤던 사진.
실제로 보면 그 설레이는 판타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눈을 뗄 수 없었던 가장 큰 작품.
새총을 든 소년.
문이란 문은 다 깨진 집을 향해 발을 내딛는 모습.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지된 화폭 하나로 진중한 스토리텔링을 전해주는 그의 작품은 열정과 질투, 방황이 모두 읽혀진다.
극명한 설정의 대비, 로맨틱하기까지 한 스토리텔링.
그 이상의 언더텍스트를 따로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시각적으로 압도되고 매료된다.
동양적인 느낌도 그의 작품에선 종종 보여진다.
말이 필요없다.
7월 20일까지의 전시를 꼭... 한 번 보시길.
사진 작품들.
직접 그려낸 요정들을 나무, 풀, 슾지에 놓고 찍었는데 그 감각과 전해지는 감성이 대단히 오묘하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이 사진 윗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매우... 작다.
욕망, 판타지로서의 요정.
전시를 잘 보고 10 코르소 코모의 북스토어 코너에 들렀다.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의 책이 있어 관심이 있었는데...
당연히 속을 볼 수 없었고 가격도 만만찮아 그냥 나왔다.
자... 이제 배고프니 점심을 먹으러 갑시다.
*
아... 쓰고보니,
A Brief Suspension of Disbelief라는 제목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불신의 유예를 기억하고 헤르난 바스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작품들이 현실의 일상에서의 욕망, 질투등을 다룬 듯 하지만 그 근간은 우리가 결코 현실에서 용인하기 힘든 판타지에 근거하고 있음을 되뇌는 듯한 느낌.
그냥 난는 그렇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