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리부트한 배트맨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오늘 보고 왔다.
미친척...하고 네식구 모두 다함께 압구정 씨네드쉐프에서 감상.
씨네드쉐프의 영화관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여기' 을 클릭하시길.









스포일러따위 없이 간단하게만 느낌을 적어본다.

일부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대해 '정말 훌륭하지만 [다크나이트]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다크나이트]의 촘촘한 스토리텔링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선 부족하다. 
심정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배트맨을 나락으로 몰아대는 가공할 적이 고담시티를 그렇게까지 몰고가야하는 이유나 명분도 사실 설득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런 헐거워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텔링이 영화적 재미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2시간 40분을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정말 조금도 길다고 생각되지 않고, 

영화보면서 마시겠다고 들고 앉은 페리에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반밖에 마시지 못했을 정도로 영화적 몰입도가 강력하다.

기본적으로 현대화된 도시 한복판에서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휘날리며(물론 기능적인 쓸모가 있지만) 무거운 수트를 입고 가면을 쓴 주인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만화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런 캐릭터는 철학적 무게와 현실성을 확보하기 힘든 법인데,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 나르시즘에 빠진 듯한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아주 정색하고 진지하게 빚어 버렸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들도 배트맨이라는 비현실적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고.
가만 생각해보면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들은 기본적으로 현실과의 괴리를 인정했다. 그래서 유머를 넣었고, 충분히 판타지적이며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대놓고 설정했었지 않나. 

그런 카툰 속의 캐릭터를 놀란 감독은 극도로 자본화된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반영하여 담아낸 듯한 고담 씨티 속에 딱 정색하고 빚어 넣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놀란 감독의 시도는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절대적인 호응을 얻어내고.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베인이라는 압도적인 적을 만나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혹자는 베인이 조커만큼의 카리스마가 없다고 말하지만, 베인은 조커처럼 사람의 심리를 갖고 쥐락펴락할 이유가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물리적 힘이 있다. 

심리적인 공포를 압도하는 물리적인 폭압은 충분히 그 자체만으로도 캐릭터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정도니까. 게다가 베인 역의 톰 하디는 밋밋할 수 있는, 

힘만 내세우는 베인의 캐릭터를 살아있는 캐릭터로 잘 빚어냈다고 느꼈다.

혹자는 이 영화 속에 배트맨은 물론 브루스 웨인이 들어설 자리도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 의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비록 깊이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브루스 웨인의 심리적인 갈등은 전작에 비해 더욱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편이며,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웨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선 배트맨, 그리고 베인만 영화의 중심축에 서는 것이 아니다.
자기 위치에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다른 캐릭터들로 인해 고담씨티가 수렁에서 헤어나오는 과정을 놀런 감독의 전작인 [인셉션]만큼의 둔중한 감독으로 

전해줄 수 있는 힘을 획득하고, 특히 또다른 히어로의 탄생을 목격하면서 마치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에 느꼈던 감동을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이는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는, 가슴을 치게하는 과정은 앞으로 또다른 트릴로지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 하여 배트맨 트릴로지의 종식에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낸다.

앤 해서웨이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열연한 캣우먼 역시 틀에 박힌 선과 악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극의 중요한 흐름을 쥐고 있으며, 

언제나처럼 배트맨의 조력자였던 고든(개리 올드먼)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인지시킨다.
정의감과 판단력까지 겸비한 조셉 고든 레빗 역시 마찬가지고.

다른 말이 필요없다.
그냥 보시라.
이런 놀라운 트릴로지의 엔딩을 굳이 놓칠 이유도 없지 않을까.



*
쓰다보니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진 프랑스 혁명에 대한 언급을 안했는데, 

사실 영화 전체가 프랑스 혁명이나 월스트릿 점거사태등을 끌어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인용에 대단히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치적 함의를 투영했기 때문에 언급하기 영... 애매한 느낌이 있다.




**
종종 편집을 위해 거칠게 압축한 장면들이 눈에 보인다.
미란다 테이트를 다룰 땐 좀 심한 편이고.
솔직히 말하면 난 무편집본을 정말 보고 싶다. 4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ㅋ
그렇게 개봉했다면 아무리 [다크나이트]라도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천국의 문]같은 재앙을 맞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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