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pharos님과 아침 일찍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Seoul)를 다녀왔다.
개관 전부터 이래저래 말이 많았던 곳.
난 거의 모든 비판을 죄다 보지도 듣지도 않았었다.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조차 거의 모른채로 갔다. 그나마 조금 알고 있다면 서울대 출신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퍼주었다는 정도?
MMCA 서울이 넘 맘에 들었던 분들은 이 포스팅을 철저히 무시하고 백스페이스를 누르시길.
이제부터 나, 그리고 aipharos님이 절실하게 느꼈던 이 MMCA 서울이라는 곳의 어처구니없는 이것저것에 대한 격렬한 불만을 쏟아낼 수 밖에 없음.
광화문 앞을 지난다.
모르겠다.
난 이 광화문이 저 자리에서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서있었다는게 전혀 실감이 안간다.
저 복원된 광화문으로는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장.
오전 10시부터.
10시에 올라와봐야 내려가라고 하니 딱 맞춰 올라가야함.
저... 앞에 서도호씨의 작품이 보인다.
약간 쌀쌀한 느낌인지라... 커피를 주문.
아이고 예뻐라.ㅎㅎㅎ
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이 카페뿐 아니라 멀티미디어관 바로 앞도 그렇고...
정체불명의 북유럽 소파를 갖다 놨다.
이건 아시겠지만 죄다 카피다. 사진은 안찍었지만 멀티미디어관 앞의 소파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이런 소파는 인터넷에서 디자인 체어로 검색해도 쇼핑몰이 죄다 검색된다.
카페야 그렇다고 치자. 도대체 국립현대미술관의 소파가 왜 카피 느낌 한가득인 북유럽 소파여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기무사건물을 이용했고 경복궁등의 스카이라인을 지키기 위해 아래로 건물을 냈다.
이것만큼은 잘했다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근데 딱... 거기까지.
동선을 제대로 안내하는 표식이 겁나게 부족해서 '뭐냐~ 이거' 황당했는데 '시대정신 (Zeitgeist)'라는 거창한 주제의 전시를 하는 전시 1~2관을 들어가면서
난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재밌는건... 나와 aipharos님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시대정신'이라는 전시관만 사진 촬영이 안된단다.
으응? 도대체 왜? 다른 전시관은 모조리 촬영이 가능한데?
솔직히 말하면... 촬영을 허가하면 골치아플 것 같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ㅎㅎㅎ 정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시대정신'에 전시된 작품들은 날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촬영이 안되니... 계속 썰만 푸네.
'시대정신'의 1관은 그래도... 작품의 면면은 괜찮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도 많고.
그런데...
'시대정신'이라는게 역사적 성찰을 통해 현실 속에서 상충하는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지향의식을 이야기해야하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한국의 역사...라는 주제는 아니지않나?
게다가 어처구니없는 정용목씨의 글을 벽면에 박아 넣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철학이 빈곤하기 짝이 없는, 시대정신에 대한 빈곤한 말들을.
그나마... 작품 개별 면면으로 보면,
그리고 철저히 '시대정신'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제를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보면 나쁘지 않은 1층의 전시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정말 놀라운 작품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들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전시에 갖다 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실망스러운 개관전시를 보고 나옴.
리움에서 이미 봤던 서도호 작가의 작품.
움직임을 인식하여 파동의 형상을 바꿔준다는데...
aipharos님은 아무리 움직여도 그닥...-_-;;; 파동의 변화가 없다.
꼬마 아이가 뛰어다니니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듯.
최우람 작가.
전시, 전시공간 모두 맘에 들지 않는 aipharos님.
알레프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하나.
필립 비슬리의 착생 식물원 (Philip Beesley : Epiphyte Chamber)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듣지 않으면 작가의 의도를 결코 이해하기 힘든 작품.
알레프 프로젝트.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협업 프로젝트라는 '알레프 프로젝트'는 식자(識者)의, 넉넉한 자본을 통한 관념적 형태로서의 구현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진을 이토록... 찍어댄 이유는.
작품의 의도야 뭐든간에 비주얼이 예쁘기 때문에 찍었을 뿐.
그리고... 이런 돈 팍팍 들어가는 작업을 우리나라 작가들이 과연 맘놓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역시 알레프 프로젝트 중...
척도 없는 네트워크 : 정교한 실험실 (Scale Free Network : the Elaboratorium)
브라이오니 바, 재클린 스미스, 그레고리 크로세티가 협업한 예술과 과학의 조합.
기본적으로... 기시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미시의 세상을 기시적인 형태로 구현해내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인 듯 하다.
뭐... 이 전시는 분명하게 메시지가 읽혀지긴 한다.
이 작품의 면면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메시지도 대단히 명확하다.
필립 비슬리의 작품처럼 지독하게 추상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이미 속이 꼬일대로 꼬여버린 탓인지 도무지...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아... 그냥 사진이 예뻐서 올린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니 사진은 많이 찍었고,
내 손각대 능력은 최강이라고 보여짐.
실제로 이 전시실은 엄청나게 어둡다는.
셔터스피드가 엉망으로 나온다.
게다가 내 라이카 X1은 ISO 800이상부터 노이즈 작렬이므로 ISO를 맘놓고 올릴 수도 없다.
오로지 손각대의 내공에 의지해야한다는거. 짝짝짝!
알레프 프로젝트를 보고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납득이 안가는 요소 중 하나는,
각각의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들을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돌아보는게 생각보다 상당히 쉽지 않다는거다.
전시관 안내를 위한 표식은 매우 적어서 신경안쓰면 열리고 있는 전시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람객이 중층에 위치한 이 전시를 그냥 지나쳐가더라.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이 전시에 대한 표식 자체가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
기무사 건물.
아... 우린 머리가 아팠다.
더 황당한 곳.
아트샵.
...
현대그룹이 운영.
이 맞은 편은 도자를 판매함.
생활도자도 많은데 그 가격을 보면 난 머리가 아파진다.
그릇 하나에 65만원...
한국인이 한국의 생활 도자를 구입하는게 이렇게 힘드니...
도자장인들의 각고의 노력을 무시하는게 결코 아니다.
작품으로서의 도자,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건지는 비정형성의 도자들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그릇이 지닌 이 가격들은 이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인식을 줄까?
이곳은 현대그룹이 운영한다는데.
대기업들의 그림자는 밖으로 나오면 더더욱... 길고 크게 드리워진다.
이 바로 왼쪽.
이 왼쪽 도서관 앞쪽엔 음식점.
뭔 놈의 음식점이 그리도 많은거지?
음식점은 그냥 이곳 상권에게 내주는게 맞는거 아닌가?
삼청동, 소격동에 와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도 보고, 식사는 소격동을 거닐며 구경도 하다가 맘에 드는 음식점도 들어가는게 국립전시관의 지역적 역할이 아닌가?
다른 곳에 갈 필요도 없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오면 전시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여기서 다 끝내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놓았던 차를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길 바라는건가?
연간 예산 중 상당 부분을 대기업으로부터 후원받기 때문이라고도 말하지만,
이건 국립현대미술관이지 사립미술관이 아니잖나.
국립미술관은 그만의 사회적 공능이 있는거지.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낡은 디자인이 마치 창피한 것처럼 한껏 어깨에 힘을 줬다.
경복궁의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는다고 지하로 건물을 낸 점등은 칭찬해야 마땅하지만 지나치게 부족한 표식(표식이 정말 거추장스럽고
디자인의 일관성을 해친다고 생각한건지)은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표식이 작거나 생략되어있고 전시는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전시관을 지나치기 십상.
전시관이 같은 층에 병렬적으로 배치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대칭형태도 아니어서 더더욱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중층등에 위치해있는
경우도 많아서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대단히... 많다.
그리고... 보여주기 급급한 요소들은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든 부분들이었다
특히 돌담.
돌 안에 바른 시멘트가 지저분하게 드러나있는 그 돌담은 보기가 다 민망하더라.
차라리 만들지 말던지.
**
시대정신...이라는 주제로 개관전시를 열고 있지만 그 작품의 면면이나 전시 작품을 관통하는 밀도있는 주제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아래층 전시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의 수준.
내 여지껏 본 전시 중 이토록 어처구니없었던 전시가 또 있었나 싶다.
***
위에서 이미 얘기했지만,
대기업의 그림자가 아주 길고 어둡게 드리운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음식점, 아트샵... 뭐가 이렇게 많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가격도 결코 착하지 않다.
아니, 만만치않다고 해야 맞지.
명색이 '국립'현대미술관인데 음식점은 그냥 이곳 상권에게 내주는게 맞는거 아닌가?
삼청동, 소격동에 와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도 보고, 식사는 소격동을 거닐며 구경도 하다가 맘에 드는 음식점도 들어가는게 국립전시관의 지역적 역할이 아닌가?
다른 곳에 갈 필요도 없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오면 전시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여기서 다 끝내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놓았던
차를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길 바라는건가?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접근성이 형편없었다.
역에서 가깝지도 않고 또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게다가 주차장도 협소해서 시간 잘못 맞추면 주차에만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에 반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있다. 이 얼마나 기가막힌 장소일까.
그런데...
미술관은 대중과 훨씬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되었지만, 전시된 작품은 대중과 훨씬 멀어진 느낌이다.
알레프 프로젝트만 봐도 그렇다.
오늘 이곳에 들러서 2시간여를 보니 가족단위로 오는 분들이 정말... 정말 많더라.
그 아이들에게 이 전시는 어떤 느낌을 줄까?
그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도대체 이 작품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모든 연령, 모든 대상들을 다 납득시킬 만한 작품이란건 존재하지도 않고, 그런 전시가 우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열리는 '시대정신'은 지나치게 얄팍하고 헐거운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고,
또다른 전시 '알레프 프로젝트'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지적편향이 강하다.
작품이 지닌 의미는 복합적이고 중의적이지만 전달해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명확한, 바로 옆 국제갤러리의 '줄리언 오피'전을 보는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