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처럼 사진이 엄청 많으므로 스압 주의 ** 


본다본다 벼르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전을 보러감.
그리고 언제나처럼 서두르는 내 성격 때문에 거의 1시간을 일찍 도착함. (뭔 길이 하나도 안 막혀!!!)
세종로주차장에 주차함.
원래 10분에 500원이란 무시무시한 주차비를 자랑하지만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는 5시간 4,000원으로 할인 중.
시간이 남아서...





건너편 교보 문고로 향함.









전형적인 여름날.
그런데 생각보다 덜 더움.









힐을 신은 aipharos님보다 컨버스 슈즈를 신은 민성군이 이제 더 크다.









쨍한 날인데 드물게 시계 확보가 좋은 편이었다.









난 이렇게 바뀌기 전의 광화문 길을 정말로 좋아했다.
바뀌기 전의 덕수궁 길도 정말 좋아했고.
누군가에게 뭔가 있는 듯 보여주는게 쿨하고 쉬크한게 아니다.









그렇죠? aipharos님.









교보문고에서 아이쇼핑을 좀 하고... 시간맞춰 다시 세종미술관으로.
우린 인터넷 사전 예약을 했으니 입장료는 할인받았음.
그러니까... 성인 1인이 원래 12,000원인데 사전예약해서 8,000원.
청소년은 원래 8,000원인데 사전예약해서 6,000원.
세 명이니까 무려 10,000원 할인.








민성이가 정말 사고 싶어했던 매그넘 컨택트시트 (MAGNUM Contact Sheet)
특별 할인 중... 166,000원인가? 
정말 살까말까 무진장 고민하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









11시 정각에 입장.
사진 촬영은 12시까지, 딱 1시간 동안만 가능.
그러니 일단 주르르 사진을 찍고, 천천히 감상.









Hyeres (이에르) 1932
윌리 로니스, 브라사이의 작품들에게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균형이 중시된 사진.












Sifnos (시프노스), 1961
그리스의 시프노스 마을에서 정지된 공간을 뛰어 올라가는 소녀의 모습.









Tarascon (타라스콩), 1959
항상 느끼지만, 사진이란 빛을 이해하고 빛에 동화되어가는 과정.









워낙 빨리 움직여서 찍어서 사람이 없지만...









이제 곧...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함.









정말로 유명한 사진,
그리고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 된 사진이기도 함.









Kashmir (카슈미르), 1948
신비롭고 경외스럽기까지 한 사진.
이 프린트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브레송은 거의 대부분 사진을 위한 연출을 하지 않았다.
맨 위 왼쪽 사진 역시 친구 토니오 살라사르와 방문한 멕시코의 한 지역 유지 집에서 집구경을 하다가 레즈비언 한 쌍의 정사 장면을 보고 촬영한 것.









민성이와도 얘기했지만,
사진에는 그 사람의 시선이 담겨 있는 법.
내가 피사체를 인지하는 그 지점에서 셔터를 누르는 법. 
성매매 여성을 찍은 브레송의 시선을 보면 그의 사진에는 휴머니즘이 기본이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카포트 사진 앞에서 촬영 중임.









어느덧 사람들은 이렇게 북적북적.









가족 단위로, 커플끼리, 혼자... 다양한 관람객들.
















브레송의 사진 중 드물게 연출된 사진.

















스페인 마드리드.
정말... 기가막힌 셔터찬스.
아이들의 시선, 앵글, 뒤에 지나가는 사람들.
이런 셔터찬스를 포착하는 그 시선이야말로 놀라울 뿐이다.









Derriere la gare Saint Lazare (생 라자르 역 뒤에서), 1932
너무나 유명한 브레송의 사진 중 하나.
역동적이면서도 충만한 리듬감을 전해주는 사진.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










아르네 강변.









묘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Construction del l'hotel Metropole (노동자 빌딩의 카페테리아, 모스크바), 1954
이 사진...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얘기했듯, 사진에는 사진을 찍는 이가 피사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나는 법.
휴식 시간에 볼륨 댄스를 추고 있는 장면.









Seville (세비야), 1933
브레송의 사진에선 이렇듯 완벽하게 도형적이고 인상적인 리듬감을 가진 사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단한 두 택시 운전수.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때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이를 포착한 사진인 줄 알았는데, 사실 피처럼 보이는 바닥에 흘러내린 저 액체와 저 남자는 아무 관계가 없다.
남자는 그저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들었을 뿐.









마드리드, 1933
가난, 그 절박함 때문에 이 사진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계속 기억이 난 사진이기도 하고.
1930년대의 스페인은 프랑코 독재 정부가 들어설 더러운 토양이 만들어진 시기.
암흑같은 시기로 발을 내딛는 스페인의 현실이 담겨있기도 하다.
























베를린 장벽.












뻔한 이야기지만,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가 없다.
나찌에 협력했던 여인을 주먹으로 치는 여성.









중국의 마지막 환관.
민성이는 바로 환관과 내시의 차이를 물어보더라.












인생의 고단함,
그리고 진한 연민.









뉴저지 주의 감옥에서.









막스 에른스트와 도로시아 태닝.
(Max Ernst & Dorothea Tanning)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aipharos님이 정말 좋아하는 작가.
처음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모습을 본 거라며 너무 좋아함.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엄청난 아우라의 트루먼 카포트 (Truman Capote)






이렇게 브레송의 작품을 눈에, 마음에, 카메라에 담아두고 나왔다.
주차장을 향해 가는 길.







*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은 아마도 많은 분들이 몇 번씩은 인터넷으로라도 접해봤을거다.
나도 그렇고.
집에 있는 사진집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익숙한 면이 있어서 자세히, 꼼꼼히 들여보지 않으면 무덤덤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세바스티앙 살가두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의 쇼크와는 또 다른 부분이니까.
하지만, 브레송이 전설이 되는 건 그의 사진이 한두번 껌씹듯 단물만 삼키고 뱉을 수 없는 피사체에 대한 진심, 그리고 그 진심을 구현하는 도형적 완성도, 훌륭한 리듬감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니만큼 차분히 응시하다보면 더더욱 브레송의 심연과도 같은 세계에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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