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14 서울시립미술관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Part 1 of 2 →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Part 2 of 2
→ 광화문 '광화문국밥' (평양냉면) → 해방촌 카페 '이로공작 (異路工作)'
서울시립미술관 '하이라이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Part 1 of 2.
무지로 인한 편견이든 뭐든간에,
난 몇년 전부터 유난히 붐을 이루는, 명품 브랜드 문화재단들의 국내 갤러리/미술관 나들이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전시들을 거의 대부분 가지 않았다.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역시... 아재 혹은 꼰대답지. 어쩔 수 없나봐.ㅎ
그러는 자신도 한때 명품을 구입했으면서 말이지.
어느 순간부터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명품으로 멋을 부린다는게 뭔가 대단히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아주아주 단순한 심리 그 저간에는 '아니, 이 정도 돈들여서 폼도 못낸다면 그게 사기지...'하는 생각도 한거지.
이건 깊이있는 자신의 철학에 기반한 잣대가 아니라 그냥 자본으로 문화와 취향을 거머쥐는 행위에 대한 아주아주 1차원적인 반동적 심리일 뿐이라는거, 나도 잘 안다.
까르띠에 재단이 얼마나 다양한 커미션을 통해 작가들과 소수자들을 위한 작업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이 모든 행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이거 단순히 노블리스 오블리쥬일뿐 아냐?라고 바라보는 내 시선을,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양해를 구할 뿐.
그래서 전혀 관심없는 전시였는데...
아 진짜...
전시된 작품 면면의 흥미로움을 간과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시 입장료가 없다.
무료라고.
이 정도 전시가 무료라니.
일단 이불(Lee Bul) 작품.
워낙 유명한 작가니...
욕조...아니라 '천지'입니다.
백두산 천지가 아니라... Heaven and Earth.
와이프가 작품명이 '천지'라고 하길래 '백두산?'이라고 물어본 내 자신을 한없이 반성하고 있어요.-_-;;;
일단... 이런 낡은 타일로 이뤄진 조형물.
요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 익숙해진 우리 카페 매니어분들께선 단번에 익숙한, 뭔가 익숙한 기분을 느끼실 듯.
어느 분인가... 젠틀몬스터 북촌 쇼룸을 연상시키실지도 모른다에 100원 겁니다.
이 작품은 2007년 작품.
그러니까 10년 된 작품.
당연하게도... 너무나 당연하게도 요즘의 트랜디한 건축 인테리어 양식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거.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 나도 이 작품의 형식미가 무척 익숙하게 느껴졌기 때문. 그러니까 자기 변명에 가까운...
그런데, 이 작품 원래 예전에 공개되었을 때 제목이 다르지 않았던가?
찾아보면 'From Me, Belong to You Only'로 되어있던데.
'Heaven & Earth'라는 제목으로 접할 때와 'From Me Belongs to You Only'라는 제목으로 접할 때의 작품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아무튼 이불 작가의 작품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완전 개인적 취향입니다- 내게 이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봐온 이불 작가의 작품 중 가장... 개인적 취향과 맞닿아있는 느낌.
낡아빠진 욕실 타일에 솟은 순백의 설산과 이 모습이 반영된 호수와도 같은 물.
그 위에 떠있는 복잡하디 복잡한 비현실적인 구조물.
아무튼 정말 인상적인 작품.
쉐리 삼바 (Cheri Samba)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
리카르도 스코피디오가 뉴욕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EXIT/출구>
이 영상을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매년 발생하는 세계 각지(라고 해봐야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란 및 테러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들의 이주 경로를 보여주는 영상.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통해 난민을 발생시키고 난민의 유입을 어떻게 수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갈등의 기폭제로 삼아,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배타심과 이기심을 시험하고 자극하는 이 가장... 저열한 행위들.
대단히...
정말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레이몽 드파르동 (Raymond Depardon)의 사진 작품들.
그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8X10 뷰 카메라 하나만 메고 프랑스를 가로질러 횡단하며 기록한 사진들.
와이프는 이 사진 작품들이 실재하되 실재하지 않는 세트장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한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난 어느 정도 공감을 해.
이 사진 한장이 가지는 수백마디의 글보다 강력한 한방.
이 사진 작품 어딘가...
기욤 브레송 (Guillaume Bresson)의 작품이 연상된다.
정말 딱... 그런 느낌이었어.
차이 구어치앙 (Cai Guo-Qiang)
이 작품들을 보면...
아무리 까르띠에 재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거대하고도 많은 자본이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동굴 벽화 느낌이 드는 이 거대한 프레스코화...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영상을 보면 더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테지.
눈치 채셨겠지만 불꽃 퍼포먼스(왜... 영화에서 보면 막...)에 사용되는 화약의 속성을 이용한 작업.
새하얗게 날아가버린 제작 과정.ㅎㅎㅎ
...
언어를 빼앗기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계속 쫓겨나고 밀려나는 이들.
어?
모리야마 다이도 (森山大道)?
자신의 방을 360도로.
그런데...
이게 다... 폴라로이드.
평면적인 폴라로이드 필름이 무수히 병렬 배열되다보니...
도대체 왜 입체적인 구성의 느낌이 나는 걸까?
위에 있는 대단히 임팩트있는 개의 사진은... 그의 사진집 <Terayama/테라야마>의 표지로 사용된 바 있다.
테라야마 슈우지 타계 1년 뒤 출간된 사진집인데 원래 몬다이 쇼세츠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과 사진을 단행본으로 묶은 사진집이다.
테라야마 슈우지가 생전에 즐겨 쓰던 다양한 수사를 인용한 글들이 수록되어있다.
물론 모리야마 다이도의 강렬한 에너지, 농축된 에너지가 멈춰선 듯한 사진과 함께.
나 역시... 그 사진집을 갖고 있다.(일본의 'ShaShaSha'에서 구입)
바로 이 책.
아무튼... 무척 임팩트 있는 작품.
그리고 벌써 알아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네, 맞습니다.
2012년 타계하신 SF계의 거장 '뫼비우스'의 드로잉들.
한때... 프랑스엔 걸출한 SF 크리에이터들이 잔뜩...있었지.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판타스틱 플래닛 / Fantastic Planet>으로 알려진 르네 랄루(Rene Laloux)만 봐도...
뫼비우스의 이 애니메이션 역시...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