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05 드디어... '광화문 국밥' (feat. 교보문고- LAMY, LEUCHTTURM) → 일민미술관 'DO IT' - 사진 많아요... → 이 정도 커피라면... 부천 '카페 바난 (Cafe Banane)'
광화문 국밥에서 맛있게 식사한 뒤,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드리며 걸음을 옮긴 곳은 일민미술관.
이곳에서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 'Do It' 展을 관람.
사진... 매우 많습니다.
1993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아티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와 베르트랑 라비에와 함께,
"만약에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전시가 더욱 유연하고 결말이 열린 형태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하여 토론을 벌이다가 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DO IT>이라는 전시 플랫폼을 시작하게 된다.
그 <DO IT>의 2017년 서울 버전이 바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DO IT>展이다. - 일민미술관 안내에서 인용-
그러니까,
이 전시는 여러 작가들이 직접 쓴 일종의 작업 메뉴얼 (게임 또는 프로토콜 포함)에 따라 전세계의 작가들이 이 메뉴얼을 재해석하여 창작한 작업들이 중심이 되어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위 사진에서 보듯,
우리에게도 이젠 너무나 익숙한 작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이 적은 작업 메뉴얼을 기반으로 작가 또는 다수의 창작자가 이 메뉴얼을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으로 재해석하여 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동일한 작업 메뉴얼을 통해 창작되는 결과물들은 창작 주체의 미학적 관점, 철학을 통해 각기 다른 모습과 방향성을 구현해내기 때문에 이는 결코 끝나지 않는 전시가 가능할까라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의도와 일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모든 전시 작품의 작업 메뉴얼을 모두 확인하였고,
그 결과물 역시 작업 메뉴얼을 기반으로 한 관점에서 감상하였지만,
이는 철저히 개인 사유의 영역이라 생각되므로 이번 글에선 전시 정경 사진만 올리도록 한다.
이 전시에 관람객이 너무 없어 대단히 아쉬웠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썰렁한 반응을 얻은 전시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전시를 감상하고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양쪽의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커다란 큐빅 홀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만나게 된다.
일리야 카바코프의 작업 메뉴얼을 해석한 작품.
만나게 된 이와 쉽게 닿을 수 있을 듯한 거리지만,
위로는 천정에 가로막히고,
둘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큐빅 홀이 놓여있다.
작품이 상징하는 메시지가 대단히 명확하다.
대단히 인상깊었던, 정말정말 인상깊었던 3부작 미디어 아트.
더글라스 고든의 <천국으로 3걸음>(1996) 작업 메뉴얼을 재해석한 영상 작업.
3부작 14분에 이르는 작품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저 자세로 관람했다.
3부 'FairBrother'에 삽입된 음악이 상당히 인상적이던데 찾아봐야겠다.
역시... 그 유명한 엘름그린 & 드라그셋 (ELMGREEN & DRAGSET - 플라토 미술관에서 '천개의 플라토공항'을 전시했던)의 작업 메뉴얼을 해석한 작품.
뒷편의 영상은 니콜라스 파리 (Nicolas Paris)의 <휴대용 정원>(2011) 작업 메뉴얼을 해석한 작품.
Use a green color pencil.
There's a garden in your pocket.
There's a garden between your fingers.
There's a garden behind your ear.
There's a garden at your feet.
How many rivers fit in a blue color pencil?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c)의 작업 메뉴얼.
무슨 술을 마실까...ㅎ
전시 2층.
붐비는 거리.
중독성이 엄청났던...
'MOO~~~~~~~~~~~~~~~~~'
병원 응급실같은 저곳 안에선?
김동규 작가의 <FOURTEEN>.
이 영상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김동규 작가는 의도적인 오타같은 <Fourteen>을 제목으로 삼고 있지만,
실상은 28세에 요절한 커트 코베인(재니스 조플린 포함)을 따라 죽지 못하고 살다보니 어느덧 40세, 불혹의 나이가 되어버려 '내 인생 망했어요'를 읊조린다.
자신의 삶이 자신보다 부유하고 매력적이며 섹시하고 인기많은 사람의 전기(biography)를 위한 준비의 과정이라고 뇌까리는 그는,
자신의 삶의 모든 챕터와 작은 세부까지도 이러한 규정된 페르소나를 완수하기 위한 연기라고 믿는다.
이 '불필요한 전기 영화'는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그속에서 삶에 대한 불온한 의식과 평온한 낙담이 충돌하는 매우 강렬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이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건 마치 유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하는 전문 성우의 더빙.ㅎ
이 작품.
저 네모난 플레이트를 대여형식으로 집에 가져갈 수 있다.
하루 대여료 2,000원이며 이는 작가에게 지원금으로 지급된다.
임대해간 뒤, 가져간 플레이트를 사진을 찍어 보내면 위 사진 가운데처럼 임대한 사람이 촬영하여 보내준 사진으로 대체된다.
우리도... 결국 가운데 좌측의 'R'이 표시된 플레이트를 임대해왔다.
그래서,이렇게 촬영했다.
이렇게.
임대한 플레이트는 월요일 반납할 예정.
이 작품은 대단히 감성적으로 격하게 어필을 하더라.
이미 여러 관람객이 타이핑.
무얼 쓴걸까?
이 문구를 읽는 순간 가슴이 턱... 막혔다.
그리고 나도 타이핑을.
이 작품, 아련하다.
와이프도.
파쇄된 희망, 꿈, 가치들.
오르골.
고해성사하듯.
플레이트를 임대해서 신이 난 와이프.
이 전시,
보다 많은 분들이 관람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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