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03 대림미술관 '토드 셀비의 <The Selby House: #즐거운_나의_집>展 → 광화문 몽로 (광화문 국밥을 갔으나...) → 갑작스러운 전화 - 서촌 사찰음식점 '마지'
석가탄신일.
이른 아침 나와서...
오랜만에 대림미술관을 방문했다.
언제부터인가 대림미술관 방문이 썩 내키지 않게 되었지만,
맘을 고쳐먹고 가급적 가보려고 한다.
가서 관람객들의 반응도 보고... 아무튼.
일찍 오면 대림미술관에 몇 안되는 주차장 자리를 잡을 수 있으나, 그냥 편하게 다른 곳에 주차하고 걸었다. 그런데... 젠장 넘 멀리 주차했어.ㅎ
네, 대림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토드 셀비(Todd Selby)의 <즐거운 나의 집> 대기줄이 없어서 '오... 일찍 와서 그런가'...했는데 ㅎㅎㅎ 티켓 부스가 본관이 아니라 새로 지은 라운지 건물로 이전했더라. 뭐... 오픈 시간부터 북적북적... 장난아냐.
토드 셀비는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자... 사진만 주르르... 올림. 개인적인 느낌은 맨 마지막에.
가장... 인상깊었던.
다시 말하지만 이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셀럽들의 라이프 스타일.
잠깐... 우측에 지나치게 미모의 여성이...
빠에야(Paella) 전문 레스토랑인 '사 포라다다 (Sa Foradada)'의 오너 셰프 에밀리오 페르난데즈 (Emilio Fernadez). 토드 셀비가 자신이 방문한 레스토랑 중 가장 멋진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꼽은 곳.
발망 디자이너...
카모 카츠야 (Katsuya Kamo). 헤어디자이너. 해삼 멍게로부터 영감을 얻은 헤어피스.(농담입니다)
야마가타 요시카즈 (Yoshikazu Yamagata) 패션 디자이너.
이 매력적인 여성은 다들... 잘 아시는 미즈하라 키코. 그런데... 다른 사진과 달리 미즈하라 키코는 인물이 중심이 된 사진. 그래서 별로.ㅎ
대림미술관은 확실히 D뮤지엄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공간의 매력이 있다.
여보야, 머리 어케 해야겠다.ㅎ
전시 자체는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3층은 일러스트들로 가득. 이른바 SELBY The ILLUSTRATOR. 이런 그림, 나도 그리겠다...라고 혹시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바로 캔버스 하나 구해서 그려보시길.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 피터 비어드(Peter Beard)의 작품 <게임의 끝 (The End of the Game)>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함.
조니 (Johnny) 로스앤젤레스 에코공원 (Echo Park)에 있는 선인장 가게에서 촬영. 인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액자 일러스트가 정말... 인상적이다.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던 사진, 광대 트위디 (Tweedy the Clown) 기포드 서커스(Giffords Circus)의 스타 광대 트위디.
액자의 일러스트가 정말 인상적이다
난 왼쪽에 촬영된 여성 관람객의 진지한 관람 태도를 보고 많이많이 부끄러웠다. 이에 대해선 맨 아래에 글을 남김.
셀비 더 드리머 (SELBY the Dreamer) 토드 셀비의 13세 시절, 엄마, 아빠, 그리고 형과 함께 떠났던 가족 여행의 기억에서 출발한 작업.
이제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전시를 보고 난 후의 소감. 지금 대림유치원에서 진행 중인 토드쉘비 전은 더이상 전통적 의미의 '풍족함'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솔깃할만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셀럽들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있다. 어차피 토드 셀비 자신이 크리에이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열악해지는 우리 젊은이들의 삶과 이 전시에서 보여준, 우리에게 익숙한 약속된 가치에서 벗어난 라이프스타일은 엄청난 괴리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여러번 글을 쓴 적이 있다. 나 자신도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싶지만. 오늘 전시를 보는 내내 동선이 거의 겹쳤던, 혼자 오신 여성 관객이 한 분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 가이드를 경청하면서 조심조심 작품 하나하나를 살피는 관객분이었는데, 그분은 작품을 보는 내내 셀카를 찍고 작품 바로 코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작품 관람을 하시더라. 문득... 나도 이처럼 작품 감상에 집중하는 분들께 불편을 주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늘 촬영보다 관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관람객이 있으면 사진을 찍지 않거나 사람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며 찍으려 애를 쓰긴 하지만, 나 역시 이렇게 작품 관람에 집중하는 분들께 방해가 되는건 아닌가 싶은거지. 조금더 조심해서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살인적인 런던의 월세를 피해 보트에서 살아가는 유명 사진작가, 오가닉 염색작업을 하면서 도시 근교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작업하는 작가...끝내주는 전망을 지닌 곳에서 음식을 내는 오너 셰프 등등.
그동안 기득권에 의해 지속적으로 세뇌되었던 천편일률적인 삶의 가치-그러니까... 번듯한 아파트, 번듯한 직장, 뻔한 소비- 에 질려버린 젊은이들에게 이들의 삶은 묘한 자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전시를 보는 관객들이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하더라.
그런 관점에서 이러한 뻔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극을 받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론,
오늘 전시에서 보여진 셀럽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도시 빈민의 모습으로 치환시키면 어쩌면 이건 '궁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일부에 한해-
게다가 이들은 랑방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유명 잡지 편집자, 유명 사진가... 등등 서퍼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평범한 대중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살 수 있어?'
'불가능이지...'
라고 얘기하던 여성 관람객 두 분의 대화가 씁쓸함을 더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사는거 전혀 쿨하지 않아'라고 자각하고 있음에도 우리 삶은 점점 더 황폐화되어간다.
씁쓸하다.
어떻게 사느냐가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를 먼저 얘기해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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