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ected by Mel Gibson (멜 깁슨)
2016 / 139min / US
Andrew Garfield (앤드류 가필드), Hugo Weaving (휴고 위빙), Teresa Palmer (테레사 팔머), Vince Vaughn (빈스 본), Sam Worthington (샘 워싱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오지마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두편에서 보여줬듯, 미군은 이오지마에서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했다.
팽팽하던 전쟁은 예상대로 사이판 전투, 필리핀해 해전, 레이테 만 해전을 통해 완전히 미군쪽으로 기울었고, 일본군은 레이더와 초계기 부족으로 미군의 해안상륙을 저지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상륙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미군이지만 정작 섬을 점령할 때는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화력의 차이로 인해 정면대결을 피한 일본군은 자연적으로 발생된 화강암 동굴등을 이용해 포격을 피하며 숨을 죽인 뒤 미국 보병이 투입되면 반격을 가한 탓에 엄청난 희생이 따른 것이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핵소 고지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가장 치열했던 곳인데 이오지마를 제외하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영토에서 벌어진 유일한 전투이기도 하다.
오키나와보다 훨씬 작은 이오지마를 점령하는데에 엄청나게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오키나와 점령에는 세달...정도 걸렸다는데 그렇더라도 이 석달동안 미군은 이오지마와 마찬가지로 이곳 오키나와에서도 생지옥을 경험했단다. 특히... 가장 치열했던 핵소(우라소에/浦添/うらそえ)에서.
영화는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칠일안식일교회의 독실한 신자로서 집총을 거부하고 토요일 안식절을 반드시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서도 2차대전 참전에 자원한 실존인물 데스몬드 도스라는 인물을 그린 영화.
아무리 위생병으로 자원했다지만 참전하겠다면서 집총을 거부하고 안식절을 지키겠다니 어찌보면 다른 평범한 동료들에겐 민폐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데스몬드가 속한 내무반 동료들은 데스몬드때문에 징벌적 훈련을 받기도 하고, 이에 열받은 동료대원들이 한밤 중에 잠자고 있는 그를 무차별 구타하기도 한다. (실제론 이런 집단 린치는 없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데스몬드 도스의 비폭력 신념에 대해 다소 답답하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도모르게 내 사고의 잣대가 주류와 다수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작동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실존 인물인 데스몬드는 미국 주류 백인 사회에 소속되어있으면서 동시에 그들과는 다른 비폭력/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소수자이기도 하다.
오키나와로 파병되기 전 군부대에서 겪는 갈등들은 사실 경직되고 위압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시스템과 소수의 신념이 맞부딪혀 발생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도 모르게 데스몬드 도니의 신념을 귀찮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것쯤으로 생각했으니... 뒤늦게 영화를 곱씹으며 생각하다 이런 내 자신을 깨닫고는 무척 무안해졌다.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갈등은 영화 중반까지 매우 주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는데 만약 이 영화가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이 군대라는 시스템과 충돌하는 갈등 양상을 내무반 내로 끌고 들어와 지협적인 문제로 만들었다면 무척 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멜 깁슨 영화답지않게(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으로...) 갈등이 고조될 수 밖에 없는 내무반 내에서의 갈등은 생각만큼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를 풀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군대라는 시스템과 데스몬드의 신념, 각각의 논리가 부딪히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지.
군대가 갖고있는 경직성과 위엄, 수직적 상명하복의 시스템과 데스몬드 도스의 종교적, 주체적 신념이 부딪히며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을 차분하게 양측의 논리를 통해 풀려고 애쓴 덕분에 관객들은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에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과 이해는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각고의 과정 끝에 데스몬드 도스는 정말 총을 들지 않고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이후엔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무려 100명이 넘는 부상자를 고지 아래로 혼자 내려보내 이 중 75명 이상이 생명을 구하게 되는 엄청난 공을 세운다.
너무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상이라 '이거 정말 어디까지가 사실일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는데 약간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부상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죽을 고비도 넘긴 모양이다.
데스몬드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그 많은 부상자를 구해내는 이 과정에 다행히 종교적 메시지는 그닥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 모든 놀라운 일을 오로지 종교적,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이뤄냈다고 한다면 이건 휴먼드라마를 빙자한 종교 영화가 되었겠지.
영화를 잘 보면 이러한 부분이 은근 눈에 띄는데,
영화 속에서 데스몬드는 피앙새가 선물한 포켓 바이블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정작 성경이 펼쳐진 몇번의 장면에선 예외없이 피앙새의 사진이 등장한다.
그니까... 성경말씀을 보는 장면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고 연인의 사진만 나온다는 얘기.
데스몬드가 집총을 거부하는 것도 단순히 종교적 신념때문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집총을 거부하게 된 계기가 분명히 나오기 때문에 집총 거부/비폭력의 신념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종교적 존재로서의 모습이 희석화되니 신에게 자신을 모두 의탁한 데스몬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데스몬드가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데스몬드가 종교적 신념을 전장에서 구현하는 순교자 또는 전도사가 아니라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스스로 이뤄내는 인간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공감을 불러오는 힘을 보여준다.
이와는 별개로,
혜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나 일본의 패망을 알고 있었던 저 곳에서,
저렇게 수많은 목숨이 죽어나가야했던 것은 도대체 어찌 설명해야할까.
물론 오키나와 전투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일본군이 투항했다지만 도대체 저 죽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
아무래도 영화이니 각색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 잘 정리되어있으니 한번 보시길.
++
전쟁 장면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멜깁슨의 전작들(특히 <Apocalypto/아포칼립토>)을 생각해보시면 표현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표현이 매우 쎄다.
물론... 실제 전쟁은 이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고 참혹하겠지만.
+++
<Boy A>(2007)에서 이미 그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는 앤드류 가필드.
여러 블럭버스터를 통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는 매우... 놀랍다.
++++
테레사 팔머는 은근...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닮은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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