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 캡틴 어메리카 윈터 솔져] (2014)
감독 : 앤소니 루소 (Anthony Russo), 조 루소 (Joe Russo)
2014 / 136min / US
크리스 에반스 (Chris Evans), 사무엘 L 잭슨,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레드포드, 앤소니 매키 (Anthony Mackie), 세바스찬 스탠 (Sebastian Stan), 에빌리 반캠프 (Emily VanCamp)
볼 영화들은 너무 많고 ([Stories We Tell], [Noah/노아], [the Grand Budapest Hotel/그랜드 부다페스트], [Philomena/필로미나의 기적]등)
이상하게 영화관은 가고 싶지 않고... 그렇게 영화를 다 놓칠 것 같은 생각이 든 지난 주 토요일 아침.
어머님, 민성이도 다같이 일단 IMAX 3D로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캡틴 어메라카 윈터솔져]를 봤습니다.
그것도 아침 7시 30분 상영으로.ㅎㅎㅎ (토요일엔 늦잠도 좀 자고 그래야하는데 평소보다 더 일찍 깼어요)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는 굳이 IMAX 3D로 볼 이유가 없다는거.
IMAX 2D가 있다면 권하겠지만 3D는 주변부의 화질저하가 눈에 띄게 보이곤 해서 보는 내내 은근 거슬리더군요.
차라리 디지털 2D로 보시길.
할리웃은 몇년 전부터 상상력의 고갈 때문인지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인지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물들을 정성스래 다듬어 스크린에 걸기 시작했죠.
이런 시도가 어디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급격하게 마블과 DC의 히어로들이 종이책에서 빠져나와 스크린에서 생명을 다시 얻기 시작했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등 대단히 잘 짜여진 걸작들이 터져나오면서 이젠 온갖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죄다 만나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게다가 해리 포터 이후엔 하이틴을 주인공으로 하는 SF 판타지 노블들까지 우후죽순 영화화되기 시작했어요.
이미 히트를 기록한 [헝거게임]이나 최근 북미 개봉되어 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다이버전트/Divergent]나...)
그런데 이런 현상을 단순히 '아... 진짜 너무 심하게 많이 나오네'라고 치부하기엔 히어로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만듦새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
특히 마블은 거대한 마블 월드를 구축하는 느낌인데 개별적인 영웅들을 하나둘 다루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들이 힘을 합하여 적과 대항하는 '어벤져스'를 구축하고,
곧 등장할 타노스라는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 밑밥을 뿌려야할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촬영하는 등
마블의 코믹스가 영화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연결되고 통합시키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아이언맨 3]나 [어벤져스], [토르 다크월드]등은 이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영화들이 영화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의 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고 이러한 높은 영화적 완성도는 최근 개봉한 [캡틴 어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그 정점을 찍는 느낌이에요.
사실 개인적으로 '캡틴 어메리카'의 1편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찌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그런 고풍스러운 그로테스크가 이젠 좀 식상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1편을 보는 내내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이건... 내가 괜찮은 호평을 받았던 [헬보이]에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였답니다.
그런 관심없는 캡틴이 아무리 현대로 건너왔다고 해도 2편은 내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죠.
그가 [어벤져스]에서 팀의 리더로 균형을 잡고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특출날 것이 없는 피지컬과 초능력등 때문인지
그의 존재감이 그닥 두드러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구요.
솔직히 말하면 마블 코믹스를 거의 모르는 내 얄팍한 생각으론 가장 피지컬로 밀리는(호크아이, 블랙위도우빼고) 캡틴에게 나름의 존재감을 부여하고,
[캡틴 어메리카] 후속편의 흥행을 위해 리더역할을 준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마블을 모르는 나의 억측이었지만.
그런데...
그렇게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던 [캡틴 어메리카 : 윈터 솔져]에 대한 세간의 호평, 그리고 압도적인 트레일러가 이 영화를 한번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하게 했고
결국 영화관까지 가서 3D 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게 된거죠.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히어로물을 정치 스릴러에 비벼댄 영화입니다.
[윈터솔져]는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스파이물, 고전적인 스파이물(에스피오나지)의 느낌이 대단히 강합니다.
활극으로서의 스파이물이라기 보단 고뇌하고 몸으로 처절하게 부딪혀 싸우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죠.
(이런 날 것같은 액션의 느낌은 확실히 제이슨 본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캡틴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일반인들보다 월등한 피지컬과 방패...뿐입니다. 이것뿐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적어도 엄청난 아이템빨을 자랑하는 배트맨이나
하늘을 날아다니고 번개를 소환하는 히어로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기 짝이 없죠.
그런데 이렇게 히어로라고 보기엔 어쩌면 조금 초라해보일 수도 있는 '캡틴'이 [윈터 솔져] 영화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사력을 다해서 싸우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감정의 이입을 최대한 유도하는 느낌입니다.
인간의 범주에서 이미 벗어나버린 다른 히어로들의 싸움과는 확실히 달라요.
그 높은 빌딩에서 방패를 보호삼아 떨어진 후 고통을 참으며 뛰어가는 모습은 마치 [본 아이덴터티]에서 제이슨 본이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상대를 제압한 후
시체를 보호삼아 1층으로 뛰어내린 후 고통을 참고 현장을 벗어나는 장면과 대단히 비슷하게 오버랩됩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은 보는 이들에게
그 고통의 크기를 어느 정도 전달해주죠. 치고받고 싸우다 건물 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쳐박혔는데도 가뿐히 일어나면 그때부터 관객은 액션을 활극으로만 보게 됩니다.
잭스나이더의 [슈퍼맨 리부트]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그 싸움에서 관객이 주인공의 고통을 가늠할 구석은 거의... 없거든요.
아무튼 [윈터솔져]에서 캡틴이 보여준 이토록 처절한 육체적 액션은 그가 인간답게 고민하고 음모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게 해주는,
감정이입하게 해주는 훌륭한 동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입의 결과는 '캡틴'의 진중한 고민이 그가 '어벤져스'의 리더로 마땅하다는 당위에 이르게 하지요.
(하긴... 누굴 리더로 하겠어요. 화나면 옷찢어버리고 변신하는 헐크, 머리가 좀 모자란 신,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재벌, 적에게 한번 넘어갔던 궁수,
과거가 발목잡는 여전사... 맡길 사람이 없죠)
전 이렇게 익숙한 에스피오나지를 이토록 몰입도있게 만드는 거야말로 탁월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변주하는 건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해요.
게다가 퓨리 국장, 블랙 위도우, 팔콘, 버키, 그리고 사무국장등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까지 이토록 확실한 존재감을 주고, 주인공과 내러티브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캡틴의 액션은 그 빈도와 품질 모두... 훌륭합니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사실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소소한 단점이 영화 전반을 통해 느껴지는 장점에 대부분 가리워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대단히 재밌게 봤습니다.
한가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도 있는 점은,
이 엄청난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요.
개인의 자유, 정보 수집을 통한 국가의 개인에 대한 과도한 통제등을 테러와 동급에 놓고 이야기를 하죠.
이런 메시지는 정치적으로 분명 옳다고 느끼긴 하는데 뭔가 대단히 아이러니하면서도 이러한 소재가 킬링타임의 대상으로 러닝타임이 끝남과 동시에
그냥 휙~하고 날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뭐...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거겠죠.
*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옵니다.
전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봤어요.
모습을 보니 정말 반갑기도 하고.ㅎ
피어스 사무국장이란 캐릭터에 확실히 존재감을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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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는...
피어스 사무국장과 위원회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잠재적 '불순분자'를 색출하여 한방에 정리하려는 의도들을 보면
묘하게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NERF(네르프)와 오버랩됩니다.
오버...일까요?ㅎ
***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세요.
도중에 나가시는 분들 너무 많은데 뭐 그야 자유지만...
쿠키 영상이 두번 나옵니다.
한번은 [어벤져스 2]에 대한 떡밥같더군요.
퀵실버와 스칼렛위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매그니토의 아들 딸이죠.(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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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영화들을 보면서 느껴지는건 이들의 이 엄청난 자본과 기술, 게다가 이러한 앙상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놀라운 창작력이 새삼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Size Doesn't Matter...일 순 있어도 적어도 스크린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스케일은 문제가 되죠.
청소년들은 상상하던 것이 그럴듯하게 구현되어 드러나면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열광한 대상의 메시지도 알게모르게 인지하게 되는 법이구요.
이러한 스케일의 SF 영화를 스크린에 내걸 수 있는 건 할리웃말곤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 말이 우리도 저런 영화를 찍어야한다는 말은 절대...절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라면 정신못차린 꼰대가 한심했던 전작을 기억못하고 또 후속작을 찍어야한다는 헛소리에 동조하는 격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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