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어머님 약속에 모셔다드리는 겸 해서 간 곳이 서울대미술관.
안그래도 aipharos님과 저 모두 좋아하는 故 장욱진 작가의 전시가 있다고 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이참에 관람.

 

 

 

서울대미술관의 건물은 알다시피 램 쿨하스가 설계.
봐도봐도 묘한 느낌이 있다.
다만, 내부는 슬쩍 보면 쿨하시지만 디테일은 묘하게 떨어지는 느낌. 갈 때마다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긴... 10 Corso Como도 내부를 가만 들여다보면 실리콘을 대충 때려 붙인 유리 타일들의 조잡함이 눈에 거슬리긴 하니...
또, 서울대미술관은 잘 아는 작가와 안좋은 일도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그래도 전시가 휘둥그래지는 경우가 많으니 종종 찾게 된다.

 

 


 

 

오늘 꽤 쌀쌀했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니 모두 건강 관리 철저히 하셔서 즐거운 연말 맞이하시길...

 

 

 

 

원근감 부재, 실제비례의 부재, 마치 천진한 아이의 그림같은 장욱진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으니 그저 기대가 될 뿐.


 

 

 

흐업!
결과적으로 민성군은 이 전시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즐겁고 친근하고,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현실에 발을 둔 채 또 다른 초현실에 손을
내미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 작품은 장욱진 작가의 초기작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장욱진 작가의 작품엔 철저히 디테일이 생략되었지만 존재의 아우라가 그대로 담겨있는 나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가로수가 받치고 있는 집들. 분명 가로수인데 존재하는 소와 강아지.
가로수가 집들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서울로 귀환한 작가가 전혀 정비가 되지 않고 무성했던 서울의
나무들을 보면서 집보다 더 크게 느낀 그 느낌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따지고보면 장욱진 작가의 작품 속에 거대한 나무들은 사실 '있는 그대로'를 그린 것이라고 봐야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생략.
캔버스 위에 유채를 한 후 도포로 닦아내며 우연히 발생하는 텍스처를 이용하여 마치 서양화지만 동양화의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극단적인 비례를 통해 더욱 재미있는 모습을 전해준다.
적어도 장욱진 작가의 작품을 보는 동안은 그 시대(50~90)의 치열함은 존재하지 않지만 묘하게 동시대적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법은 동서양의 조화같은 어줍잖은 말 따위가 아니라, 소재의 친숙함, 도심을 그리되
결코 밀려나지 않는 새와 나무, 돼지, 개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의 민족적 정체성을 확고히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또한... 다시 느끼지만 장욱진 작가의 작품에는 거의 대부분 해와 달이 등장한다. 특히 해는 거의 모든 작품에
극히 작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과 당시의 미장센의 영원성을 의미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무척 즐거운 전시였다.
90년에 타계하실 때까지 이토록 아름답고 놀라운 작품을 남겨주신 故 장욱진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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