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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의 90% 이상은 세월호 관련 글들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살고 있는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지

그 추악하고 더러운 민낯을 똑똑히 마주할 수 있게 된 탓인지 우리의 가슴은 절망스럽고 아프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와이프가 그러더라.
일상을 보내면서 웃음이라도 크게 나오면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고.
그건 와이프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께서 느꼈던 혼란스러운 감정이었을거다.
우리가 늘상 겪는 일상과 격정 사이에서 오는 이 서글픈 감정의 괴리는 나를 더 답답하고 울분에 차게 만들어버리더라.

우린 여전히 학습되지 못했다.
그 수많은 말도 안되는 참극을 겪었으면서도 조금도,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하다못해 짐승들도 학습 효과라는게 있는데 우린 인간이라면서 그 수많은 비극 속에서도 조금도 학습하지 못했다.
난 이렇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반복되는 참사의 주범으로 저 파렴치하고 기본적인 인간의 측은지심등을 느낄 수 없는 신자유주의의 괴물들을 지목하고 그들에 비난해왔다.
그러한 비난이 온당하다는 사실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재난 자본주의.
재난마저도 자본의 굴레에서, 시장 논리에서, 이윤 추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우린 똑똑히 목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세상이 되도록 방조한 내 스스로를 비판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거대한 권력과 거대한 자본 앞에 내 스스로의 미약한 힘을 단정지어 버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지금의 내 모습이야말로 방임 그 자체 아니었냐는 말이지.
변화하려는 개인이 부족한데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겠냐는거지.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른 20일을 보내면서 난 다짐했다.
내가 만약 아주 작은 재능을 갖고 있다면 그 작은 재능을 어떻게든 발전시켜 보자고.
내가 뭔가 거대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시도해보자고.
이를 위해 더 많이 보고, 컨텐츠를 창작한 이들을 면밀하게 찾아보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카테고리를 현명하게 정리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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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개개인이 실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이 절실한 이유는 지금 야당이 보여주고 있는 기가막힌 뻘짓 때문이기도 하다.
착한 정치...한답시고 지랄염병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난 팽목항에서 당황하는 안철수의 표정에서 안타깝게도 상대방의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공주님의 모습이 오버랩됐었다.
신념과 의지는 표정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의 표정은 우리가 익히 17일에 보아왔던 바로 그 공주님의 표정과 그닥 다를 바가 없었다.
정쟁을 피하고 투쟁을 피하고 말싸움을 피하면,
당신들이 하고 싶은 새정치...라는건 도대체 누굴 위한 새정치인건데?
도대체 무얼 이루고 싶은건데?




***
이젠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선이 11분동안 구조한 인원이 92명.
헬기가 구조한 인원이 35명 가량.
나머지 초기 대피자 45명 중 세월호 승무원이 20명.
해경이 갑판으로 나온 이들을 대피시킨(구조가 아님) 일반인은 고작 25명.

이걸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란 누구라도 불가능할거다.
물론... 파렴치한 저 새끼들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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