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의 마지막날.
컨디션이 내내 엉망이어서 강릉도 내려가보지 못하고 풀리지 않는 피로때문에 집에만 있다가 도무지 이렇게 연휴를 마치기는 싫어 aipharos님과 잠시 외출.
비도 오고... 날씨는 정말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더라.
찾아간 곳은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물론... 이 건물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맞은 편 건물.
사진으로는 전혀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참... 기괴할 정도로 을씨년스럽더라.
우리가 자주 찾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방문한 이유는 2월 9일까지 '불안 : 포루투갈적 표현양식'이란 제하에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이 전시를 놓치기 싫었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전시는 이제 딱... 일주일남았는데 전시 끝나기 전에 꼭 보시길 권한다.
이때는 내방객들이 좀 빠졌을 때인데, 사실 도착했을 때는 1층 카페에 사람들이 좀 북적였다.
2월 9일까지 열리는 '불안 : 포루투갈적 표현양식'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전시장으로.
전시를 보려면 1인 5,000원을 내야하는데 전시를 보는 분들에겐 커피가 무료로 서비스되므로 사실상 2,500원내고 전시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
전시 공간은 1층, 3층인데(2층은 휴게 및 사무 공간) 전시 공간의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고
그간의 전시 면면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를 보셔도 결코 후회없을 듯.
1층은 '전통은 혁신이다 : 포르투갈 현대 건축'전시를.
성장 중심의 개발토건주의적 건축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유독... 철학적 사유가 부재한, 사회적 담론조차 거세당한 공간의 역사성을 철저히 부인하는 건축같지 않은 건축이 횡행할 뿐이지
우리가 부러워하는 저 선진국들의 건축지형도 역시 건설지향적인 추세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명백한 현실을 인지하는 다수의 노력에 의해 일시적이고 단명하는 건축 양식을 지양하고
공간의 역사성과 현대적 실용을 이루어내려는 시도가 그들에겐 현재진행형으로 매우 풍성하게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선 썩어빠진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일방적인 건설지향적 추세가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 이후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공간의 역사성을 철저히 배제한 건설지향적 건축이 팽배한 한국에서 '전통은 혁신이다 (Tradition is Innovation)'라는 상반된 듯 보이는 두 개념을 뽑아든 제목은
다가서기 멀기만 한 호명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수많은 우리가 고민해야만할 문제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 전시에서 건축가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듯, 건축이라는 것은 공간을 규정하고 변화하며 그를 통해 삶의 방식을 규정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단순히 잠자고 밥먹는 기능적 의미 또는 과시적 의미로서의 건축은 그 자체로 '근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의미를 지닌다.
'보소스 농장' - 누누 브란당 코스타
무척 인상적인 건축.
고적과 예배당을 현대적 양식의 방식으로 이어내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냈다.
고적과 예배당 사이의 물리적 단절과 공간의 유기적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하 공간을 만들어낸 건축가의 고심이 그대로 드러난 건축.
디자인과 패션 박물관 -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주아나 빌례나.
외부에서 박물관의 외양을 온전히 다 감상하긴 곤란하다. 대부분의 외양이 나무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가려져 있고,
나무와 대비되는 색상으로 외벽을 꾸민 후, 이 지역의 건물에 대체적으로 사용된 색상과 비슷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화되도록 했단다.
대단하다...
담아낸 사진도 보통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진을 페르난두 게하 (Fernando Guerra)가 찍었다.
건축가로서의 역할이 챕터마다 나오는데...
지속가능한 건축이란 것이 어떠한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드러나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2층을 거쳐 3층으로 올라간다
전술했듯이... 2층은 전시공간이 없고 휴게 공간과 옆동의 사무공간으로 이어지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
3층에 올라가면...
Merging Aesthetics / 결합하는 미학
마리오 로페즈 (Mario Lopes)
눈을 사로잡는 포르투갈 작가, 마리오 로페즈의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정사각형 안에 제한된 II' - 마리오 로페즈 (Mario Lopes)
마리오 로페즈는 조각, 회화, 태피스트리 작품등
다양한 표현 양식을 통해 동서양, 특히 포르투갈과 일본에서 발견한 미학과 심미적 특질을 연관짓고 결합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작품들은 정적인 이미지 속에서 프레임 외부로 방향성이 지속되는 동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만다라 (Mandala)
이 작품의 제목이 만다라...라는 걸 보고는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알던 '만다라'라는 것과는 달리 대칭적인 듯하지만 프레임 밖으로 무한히 지향되는 방향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리오 로페즈는 동양의 만다라를 정형적인 부처와 보살의 배치보다는 개인개별의 깨우침을 통한 움직임으로 이해하고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트립틱 I (Triptych I)'
일종의 제단화(祭壇畫).
'진단 (Diagnosis)'
'공간 안의 타원형 확장 (Oval Expansion in Space)'
'QR 코드'
Santo Antonio / 성 안토니오
비디오 설치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 (Joao Pedro Rodrigues)
드로잉 주앙 후이 게하 다 마타 (Joao Rui Guerra da Mata)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의 비디오 설치 작품과 주앙 후이 게하 다 마타의 드로잉을 볼 수 있는 곳.
주앙 후이 게하 다 마타의 85점의 드로잉은 '성 안토니오 축일 아침'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여타 스탭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성 안토니오 축일 아침'은 바로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의 2012년 단편 영화인데 이 드로잉 작품 가운데 위치한 밀폐된 방에서
이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4채널로 보여주고 있다.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의 영상 설치.
4채널. 4면의 벽에서 순차적으로 또는 병치되어 영상이 투영된다.
대단히 압도적인 느낌으로 반드시 보시길.
주앙 페드루 호드리게스의 영상 설치.
4채널. 4면의 벽에서 순차적으로 또는 병치되어 영상이 투영된다.
대단히 압도적인 느낌으로 반드시 보시길.
거대한 도시, 그리고 신앙과 자연 속에 육체가 흔적을 남기듯 지나친다.
표정은 철저히 배제되고 육체의 움직임만 남고, 그 무미건조해보이기까지하는 움직임 끝에서 비로서 구토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자신의 육체를 이해한다.
너무 만족스러운 전시를 보고...
이제 내려오는 중.
커피 한잔.
커피가 여전히 맛있긴한데... 확실히 맛이 달라지긴 했다.
그리고...
aipharos님은 지난번 '그래픽 모비딕'을 구입한데 이어 이번엔 말 그대로 '모비딕'을 구입했다.
난 중학교 때 이 책을 읽었는데... 다시 읽어봐야할까?
중학교 때 읽은 건 읽은게 아닌가봐.
제대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