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PLATFORM SEOUL 2008'은 오늘자(11.23 일요일)로 전시가 종료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못가신 분들께 '꼭 가보세요'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은 예술과 대중과의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위해 계획된 전시로서 올해 구서울역사를 비롯한 인사/소격동의
다수의 갤러리들을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현대 미술들이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참여하고 싶었던 전시이나 차일피일 미루고, 레스토랑 오픈 건으로 또 주말도 계속 일을 하다보니
결국 마지막 전시날까지 밀렸고 설상가상 몸까지 안좋아 사실 포기상태였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몸이 괜찮아
부랴부랴 aipharos님과 민성군과 함께 전시 관람했습니다.
저희는 구서울역사 ->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 아트선재센터 -> 국제갤러리
이렇게 4군데 갤러리를 방문 전시관람했습니다.
사실 박작가가 두아트(구 현대갤러리)를 꼭 보라고 했었는데(박작가는 이번 PLATFORM SEOUL 2008의 지정 사진
작가입니다) 결국 시간이 안되어 두아트는 가질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두아트에 정말 꼭 보고
싶은 작가들의 전시가 많았는데 시간 배분을 잘못했어요. -_-;;;
구서울 역사
구서울역사. 박작가가 꼭 추천한 코스는 구서울역사, 아트선재, 두아트였습니다.
입장료를 받는 곳은 아트선재와 구서울역사뿐인데 이 두군데를 다 볼 생각이면 전시통합티켓을 구입하면 됩니다.
들어갑니다. 오른쪽에 두카티로 간지를 낸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_-;;;
전시는 자유관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구서울역사 내부가 공사 중이어서 위험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일정 시간에 맞춰 도슨트를 따라 들어가서 정해진 루트로 관람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전시 초기에는 사진촬영에 제약이 없었으나 나중에 사진 촬영이 불가해졌답니다. 좀... 기가막힌데요.
작품은 몰라도 구서울역사 내부의 공간은 정말 뭐라할까... '아 서울역사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할 정도로
놀랄 공간들이 있었는데 그것도 못찍게 하니 참... 난감하더군요.
도슨트도 자기도 말하기 민망하다며 난감해했어요.
전시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PLATFORM'이 관객과 예술의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한다고
하지만 언뜻 잘못하면 그 거리감만 더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David Lamelas의 작품은 천정에서 스팟라잇 하나만 바닥에 때리는 것으로 작품이 끝나거든요.
기본적인 정보와 의도를 잘 모르면 이렇듯 현대 미술은 종종 '쓸데없는', '치기어린'으로 매도당하기 딱 좋습니다.
(사진출처 : www.platformseoul/org)
전시 들어가자마자 첫 작품인 최재은 작가의 2007년작인 '희로애락'은 아주 인상적인 HD 영상이 네개의 대형
팬널을 통해 구현됩니다. 작가 본인이 일본의 현대무용인 '부토'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과장된 몸짓으로
표현해주고 있어요. 희로애락이란 감정을 통해 현재의 동시대성을 지각시켜주는 첫 전시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빈당(Navin Party)의 작품은 독특했습니다.
이 태국 작가는 전세계에 '나빈'이란 이름을 가진 자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빈'이란
이름을 가진 자들을 찾고 하늘에 자신의 만화책을 매단 풍선을 날려 보냅니다.
이 작가는 그 나라마다의 정치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여 작품을 내는데, 역시나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려진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관객을 철저히 참여시키는 형태. 아마 현대 미술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경향 중 하나죠.
전시회에서 받아 온 나빈당의 만화책입니다.
네, 다행히 한글입니다. 태국어가 아니라.
(사진출처 : www.platformseoul/org)
함양아 작가의 영상은, 1920년대에 한국에 건축되어져 애증의 대상이 되어온 일제치하, 그들의 동경역과 유사한
모습을 한 서울역사를 인간이 아닌 대상의 시선으로 바라온 비둘기의 모습들과 시선을 통해 재물음하는 영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ack in the City, Habitat, Pigeon Man(맞는지 기억안남)등으로 구성된 3개의 영상을 통해 FULL HD영상으로
구현된 비둘기들의 도시로의 날아감, 그리고 서울역의 낡은 공간에서 익숙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오버랩, 디졸빙, 수퍼슬로우로 담아내며 길들여지고 훈련된 행위가 공간 내에서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듯 하며
마지막엔 비둘기의 머리에 카메라를 담아 birds-eye-view로서의 서울역을 조망합니다.
생각보다 몰입도가 있었어요.
물론 민성군은 그 와중에 Habitat에서 비둘기가 똥을 싸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킥킥 거리더군요 -_-;;;
이건 우격다짐으로 걍 하나 찍었습니다. -_-;;;
전 이 공간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거든요. 천정에 걸린 샹젤리제나 공간의 느낌이나... 뭐랄까 시간을 정말 가득
담아온 오묘한 근대성과 아직도 후진적인, 서울역 광장의 찬송가 소리가 마구 혼재되며 짜증과 부조화를 불러오는.
이 공간에서의 이 전시도 인상적입니다.
Janet Cardiff(쟈넷 카디프)의 'the Forty-Part Motet'이란 전시인데, 40대의 B&W 스피커를 통해 토마스 탈리스의
1573년 작곡된 곡을 흘러냅니다.
사실 사운드라는 것은 언제나 건축적 구조적인 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오디오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실 거에요.
사진에서 보이시듯 40개의 스피커를 타원형으로 배치합니다. 소리로 이루어진 공간 안으로 관객들이 들어가고
그들은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지나치며 하나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완전히 리모델링되는 이 서울역사 내의 과거의 경양식집인 '그릴'에서 울려퍼지는 이 묘한 전시는 형언하기
힘든 묘한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그 뒤로 도슨트와 다른 전시를 향해 걷는데, 도슨트 바로 뒤를 따라가던 저희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갑자기 도슨트가 로봇처럼 허리를 숙이더니 목소리를 비틀면서 짧게 'What do u think? This Is About 2003'라고
말합니다. 이걸 두 번 하게 되는데, 이건 바로 유명한 Tino Sehgal(티노 세갈)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작품의 흔적, 작품의 체화)입니다.
티노 세갈은 아무 것도 자신의 작품에 관해 남기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이렇듯 일정한 작품에 대해 지시하고 그것을 행하는 자가 다시 관객과 소통하고, 그로 인한 반응의 피드백을
논쟁의 중심으로 옮기는 듯 합니다.
즉, 정형화된 형태는 전혀 없어요. 누군가는 '도대체 이게 무슨 작품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의아함은
아트선재 센터 3층에서 싹... 사라집니다.
다른 작품들도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감상한 작품은 너무나 유명한 Gilbert & George의 영상을 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전시 자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자유전시보다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었던
도슨트 프로그램이 훨씬 좋은 듯 하네요.
그리고 도슨트하신 분, 아주 미인이시고 친절하시기까지! -_-;;;;
티노 세갈의 퍼포먼스를 하시곤 얼굴이 빨개지시더군요.
민성군, 전시는 어땠어? '솔직히 좀 지루하긴 했어요'
이해해.
이제 리모델링되는 이 공간을 하나하나 구석구석 찍어볼 기회를 잃었다는게 무척 안타깝네요.
리모델링 어찌할 줄은 모르지만, 새로운 창조는 무조건 파괴를 의미하는게 아니라는거.
잘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트선재센터
구서울역사에서 전시를 보고 바로 이동한 곳은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입니다.
일단은 돈내는 곳부터...ㅎㅎ 이미 통합티켓을 끊었는데 시간이 그닥 많지는 않아서 부랴부랴 이곳으로 왔습니다.
전시는 1층, 2층, 3층, 옥외 이렇게 진행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바로 Jeppe Hein(예페 하인)의 'Invisible Labyrinth(보이지 않는 미로)'였습니다.
민성군도 아주 좋아했구요.
마치 작년 11월 모리 뮤지움의 숫자를 맞춰 동선을 만들어가는 그 작품을 연상케 했습니다.
민성군 머리에 보면 뭔가 쓰고 있죠?
저도 aipharos님도 다 했었는데 이게 의외로 승부욕을...
지금 공간엔 그 어떤 미로도 없습니다. 다만 천정에서 신호가 내려오고 머리에 쓴 수신기가 울리게 되면 그 곳은
벽이라는 공간이 있는거에요.
그러니까 수신기가 울리지 않는 길을 찾아서 이동을 해야 한답니다.
실제로 이 광경을 보면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사람들이 제약이 없는 넓은 공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게 되거든요.
사실 그동안 미술이라고 하면 어떤 정형화된 오브제를 통해 의도를 구현하려고 한다고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이 작품의 경우 그 '오브제'라는 것이 사람의 심리적, 인지적 행태라는 것이잖아요.
요일마다 미로의 룰이 달라지는데 하필 일요일의 미로가 가장 어렵답니다. ㅎㅎㅎ
(사진출처 : www.platformseoul/org)
이외에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의 'Four Pieces'라는 영상작업은 모리스가 Judson Dance Theatre와
함께 했던 작업을 바벳 맨골트(Babett Mangolte)가 재연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우습기도 한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위들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이를 자연적인 역사의
흐름과 미묘하게 매칭시키는 듯 합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보면서 당혹스럽기도 했는데 의외로 몰입감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아트선재의 3층에선 서울역에서 도슨트가 갑자기 보여준 퍼포먼스로 놀라게 했던 티노 세갈의 또다른
작품이 존재합니다. 작품명은 'This Is Exchange(2003)'.
자칫 모르는 분들은 이를 그냥 단순한 전시관의 가이드인 줄 알 수 있으나, 이건 티노 세갈이 지시한 또다른 형태의
작품입니다. 즉, 3층에 가보시면 갑자기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막 모이라고 얘기합니다.
사람들은 도슨트인 줄 알고 우르르 몰리게 되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럼 그 퍼포먼서는 이 관객들에게 난데없이 '시장경제'에 대해 토론하자고 합니다.(티노 세갈은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토론에 참여하면 이 퍼포먼서, 그러니까 티노 세갈의 해설자(interpreter)는 관객에게 입장권의
반액을 돌려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서울역에서 갑자기 난데없이 Zombi-Like스럽게 변해 갸우뚱하게 했던 티노 세갈의 새로운 물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해설자를 통해 다시 관객과 소통하고 그 반응을 관객들은 찰나화된 작품의 이미지로 안고 돌아간다.
생각보다 더 그럴 듯 하지 않나요?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아트선재센터에서 나와 이동한 곳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입니다.
사실 두아트를 가려 했는데...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1층 앞에 길게 늘어선 줄.
헉... 1층 안에 보라색 풍선이 가득한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당근 민성군이 걍 넘어갈 리 없죠.
노느라 정신없었고 집에 와선 일기쓰느라 이 전시들의 의미에 대해 민성군과 거의 얘기를 못했네요.-_-;;;
내일 사진보면서 하나씩 간단하게 얘기해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Martin Creed(마틴 크리드)의 작품입니다.
사실... 공간을 차지하는 이 풍선들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기란 그닥 어렵진 않습니다만...
풍선이 더 가득차야하고(실제로 전시 초기엔 거의 성인 목까지 왔었다네요) 움직이기 버거울 정도가 되어야
그 의도를 더 확실히 알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관리하는 측면에선 난감하겠지만...
이 아름다운 작품은 Angela Bulloch(안젤라 블로흐)의 작품입니다.
문제는 2층에 전시된 작품은 이것 하나.
내재된 의미는 도록을 보지 않았으면 아마 전혀 몰랐을 거에요. -_-;;;;;
국제 갤러리
갤러리 선컨템포러리를 나와서 바로 옆의 국제 갤러리로 갔습니다.
이건 Surasi Kusolwong(수라시 쿠솔롱)의 'Golden Chance'란 작품입니다.
민성군이 도대체 뭘하는 것이냐...하면.
사실 저 가득한 실/천뭉치들 아래에 금목걸이 5개가 숨어 있다는 겁니다.
이걸 찾아내면 스텝에게 얘기하는 거라는데요. 그 힘들게 찾아낸 금목걸이에는 'NOTHING'이라고 써있는 듯
하더군요.
민성군 정말 죽어라 열심히 찾았답니다. ㅎㅎㅎㅎ
그런데 문제는 이미 저 5개의 금목걸이는 다 찾았다네요. ㅎㅎ
이런 현대미술들은 그 메시지가 분명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저 실과 천뭉치들은 어떠한 정형의 모습이 없어요. 관객들이 들추고 밟고 뒤지면서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뭉쳐놓은 비정형의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조화가 이뤄지는 거죠.
그 조화의 중심에는 간극이 좁아진 소통과 참여가 자리하고 있구요.
유명한 Jan Fabre(얀 파브르)의 2004년작 'Lancelot(랜슬롯)'입니다.
얀 파브르는 중장갑을 하고는 아더왕의 랜슬롯 흉내를 냅니다.. 그런데 이게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할 정도로
힘들어요. 작가는 저 검을 끊임없이 휘두릅니다. 지치고 완전히 탈진이 될 때까지 휘두릅니다.
보는 이가 '이제 그만 좀 하지'할 정도로 휘두르고 쓰러집니다.
이러한 작가의 개인적 비대상과의 전투는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 사실 그렇게 보여지지 않고 다른 의도로 받아들였습니다만...
아무튼 이렇게 3시간의 전시를 다 보고 다시 아트선재센터로 돌아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수확은 또다른 작품의 형식과 물음, 그 존재의 의미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에요. 작년에 모리 뮤지움에서 예술과 놀이의 간극을 좁혀낸 광경을 목도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면,
이번 PLATFORM SEOUL 2008에선 또다른 의미의 새로운 물음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다 둘러보지 못한게 너무 아쉽네요.
위는 PLATFORM SEOUL 2008 (플랫폼 서울 2008)의 도록입니다. 1부당 4,000원인데 모든 전시장에 전시작품들에
대해서 간단하지만 잘 소개되어 있어요.
애써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