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는 분들은 알고 계셨겠지만, 산울림의 전집과 동요집까지 다 망라한 한정 박스셋이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가격이 무려 178,000원 정도였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구입의사가 끊이질 않았죠.
로엔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돈보다는 기념비적인 한국 록음악의 거성인 '산울림'에 대한 애정과 헌정의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LP커버를 잘 복원한, LP 미니어쳐 타입의 구성도 좋다고 했지요.
다만...
문제는 음질이 제대로 리마스터링되지 않았다는 사실(혹자에 의하면 지구레코드에서 나왔던 박스셋보다 못하다고
하더군요)과 박스의 벨크로가 완전 에러...라는 등 잡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적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구매자들의 원성은 더 높아만 갔습니다.
금장/은장 2,000장 한정이라지만 사실 지금과 같은 음반 시장에서 2,000장은 한정의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2,000장이 소진된 이후엔 정말 다시 찍을 여력이 없을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의 '한정반'이라면 납득이되죠.
저도 구입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이런저런 비판을 접하고 유보했었는데, 다행히 로엔측에서 재작업 들어간다고 하네요.
리콜도 결정했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결단을 내린 로엔측에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산울림의 김창익씨가 얼마전 사망하시고, 요즘 세대 분들에게는 산울림이 김창완씨의 다정다감한 머릿말로 채워진
그룹 정도로 알려져 있던데요.
사실 산울림의 진가는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저의 첫 구입 LP는 초등학교 3학년때 산울림의 2집인 [아니 벌써]였습니다.
이 음반엔 엄청난 전주 부분을 뽐내는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라는 곡이 있습니다.
그땐 멋모르고 이 곡을 제일 좋아했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에 다시 들어본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는 그야말로
놀라운 싸이키델릭 그 자체였어요.
퍼즈톤의 기타, 먹먹한 여운, 그리고 단순하지만 점층적인 프레이즈. 모두 놀라왔습니다.
산울림의 대표작이라면 1,2,3집을 꼽습니다만, 이건 저희 나라에서만의 평가가 아니랍니다.
예전에 제가 올렸던 mail order의 추억이란 글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전 인터넷이 생활화되기
훨씬 전부터 해외 mail order를 해왔습니다.
제 방에 따로 전화번호와 fax기계를 두고, 해외 유명 음반샵(영국의 Vinyl Tap, 노르웨이의 OhrMuzik, 뉴욕의
Metro, Laser's Edge등등)에 주문을 하고 음반을 받곤 했습니다.
그들과 통화를 하려면 새벽 3~4시에 주로 해야해서 전 늘 잠을 들었다가도 새벽 3~4시에 다시 깨곤 했고,
신보 소식이나 경매 참여하라는 fax도 그 시간 즈음에 와서 전 언제나 잠을 반토막으로 나눠 자곤 했습니다.
제가 구입한 건 거의 대부분 60년대 후반~70년대 중반의 유럽/남미등의 언더그라운드 록/포크의 초판들이었는데
컨디션이 좋고 희귀성이 있는 경우 LP(음반) 하나에 100만원이 넘어가는 경우는 비일비재 했습니다.
당시 집안이 좀 넉넉하 편이기도 했지만 제가 번 돈도 죄다 음반 사는데 박곤했네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돈도 궁해지고...
그래서 하게 된게 해외 샵들과의 trade였습니다.
즉, 그들이 혹시 우리나라에서 원하는 음반들이 있으면 제가 구해서 보내주고, 제가 원하는 음반을 받는거죠.
그때 가장 많이 해외 샵으로부터 리퀘스트 받았던 음반이 바로 '산울림'의 1집과 2집이었습니다.
제가 1집이나 2집을 보내주면 당시 약 100불(10만원) 정도의 가치를 인정해줬었습니다.
동서남북, 신중현과 엽전들, 부활, 들국화, 마그마등도 보냈었지만 가장 그들이 좋아한 건 '산울림'의 1,2집이었어요.
전 당시 중고 음반가게가 몰려 있던 을지로<->정동의 중고 음반 가게나 또 다른 통로로 산울림 음반을 긁어 모아
해외로 보내곤 했습니다.
그 짓을 하면서 '어휴... 이렇게 좋은 음악을 해외로 다 빼돌리네'란 생각도 했는데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죠.ㅎㅎ
아무튼...
산울림은 제 첫 구입한 LP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제가 원하는 해외 초판을 구입할 때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 그룹입니다.ㅎㅎ
지금 다시 들어도 산울림의 초기 음반은 정말 대단합니다.
김창완씨가 싸이키델릭의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에 '당시엔 그런 음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변한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분들이죠.
15년쯤 전에 종로에서 열린 공연에 가서 정말 흠뻑 그들의 음악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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