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경지수(明鏡止水)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그토록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다.
민성군 학교의 친구 K군의 어머니.
어제 aipharos님에게 전화를 했더란다.
처음엔 뻔히 다 알고 있는 aipharos님 수영 교육을 모르는 척 얘기하더니, '아~ 그랬지'라고 말하면서
며칠 전 본 아이들 학교 시험에서 민성이 시험잘봤냐고 물어보더란다.
aipharos님이 '그럭저럭 봤다'고 말하자마자 자기 아들 K군이 며칠 전 본 시험의 1등을 했다는 얘기를 하더란다.
전과목 1개 틀리고 1등.ㅎㅎ
이 얘길하고 싶었던거다. 물론 aipharos님은 마구 축하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라고 했단다.
그래도 그렇지 뜬금없이 뻔히 다 아는 수영 강습을 완전 겉치례로 물어보고 이런 야그를 하다니 참 속이 훤히,
너무 훤히 보이셔서 투명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에게 전화까지해서 '1등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단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것이고 이해하는데, 이제 1등을 했으니 안그래도 애를 잡는 그 K군 어머님.
그 놀기 좋아하는 K군을 더 잡으려 들 걸 생각하면 씁쓸하다.
하지만...
속마음을 그리 훤~하게 맑고 투명하게 다 비추어주는 그 K군 어머님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명경지수'가
생각이 나는거다.

 

 


**
홈쇼핑은 보지도 않고 채널 돌리지만, 어쩌다 aipharos님과 홈쇼핑 모델들을 보면 인조인간이란 생각만 든다.
레이싱 걸들도 더하면 더했지 못할게 없다.
하나같이 코는 모조리 똑같다. 뾰족... 하늘을 찌른다.
눈, 입도 부자연스럽고, 볼도 도톰하게 올라온다.
야가 갸고 갸가 야다.
가수들 중 '브라운 아이드 걸스?'(브아걸)을 보면 난 다른 생각 안들고 속된 말로 '야매성형그룹'이란 생각 밖에
안든다.
난 애당초 컴플렉스를 없애준다는 차원의 초기 성형시술을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는데, 이젠 성형한 사람들이
지겹고 싫어진다.
그런 풍토를 만들어내고 계속 재생산하게 하는 건 이 땅의 남자들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지만,
어딜봐도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미인'이라고 하는 걸보면 난감해지기 십상이다.
네이버 메인에 스카이크래퍼 배너에 등장하는 레이싱 걸 '이지우'.
저렇게 다 고친 얼굴이 정말 예뻐...보이나?
왜 난 예뻐 보이질 않지?

 

 

 


***
서인영이 좋아?
얼마전 내가 회사 여직원들에게 물었다.
'네 예전엔 별로였는데, 요즘은 좋아요'
'무슨 이유가 있나? 비호감에서 호감이 된?'
'솔직하잖아요'
서인영의 키워드는 '신상'과 '솔직'이다.
솔비의 키워드는 '건강미'와 '솔직'이다.
솔직함이 호감의 선봉이 된 건 짝퉁과 위선이 판치는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반사심리다.
그런데 간혹 의아하다. 솔직하면 모든게 용서된다라니.
설령 그 대상이 한없이 얄팍하고, 속된 말로 싸가지없어도 솔직하면 그 대상은 적정한 호감을 보증받는다.
한없이 얄팍해진 인간관계와 한없이 삭막해진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된 듯 해서 가끔은 씁쓸하다.
에이 정말... 내가 완전 꼰대가 되어가는거 같아.


 

 

 

****
어제 친구와 밤늦게까지 얘기를 했다.
간혹, 난 어떤 이에겐 정말 '가족'이 구속이고 족쇄란 생각을 한다.
사회적 통념과 의무에서 이 친구는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고 가정을 지키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내가 봐온
이 친구의 진짜 모습은 거창한 말 같지만 사회를 위해 시민운동을 하는 진심과 열정이다.
중앙정부의 무소불위의 전횡은 이 친구의 대상이 아니고, 지역 사회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대안이며, 2010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향후 20년은 이 나라가 지금과 같은 수렁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이 친구는
단언한다. 사실 나 역시 동감하고.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부천이란 도시는 민중/노동 운동의 뿌리가 깊은 곳이고 그나마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곳
중 하나인데,그런 부천마저 이렇게 구심점이 없이 휘놀리는 걸 보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싶다.
만성적인 패배주의. 분노가 쌓이고 쌓이면 지치고 동력을 잃는다는 말은 사실인 듯 하다.
아무튼 이렇듯 진심으로 열심인 친구에게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은 사실상 구속이고 족쇄란 생각을 한다.
물론 난 나의 이 생각을 이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
주제넘는 얘기고...

 

 

 



*****
총에 관심을 갖고 전쟁을 유희쯤으로 여길 수 있는 민성이에게 HBO의 2차대전 소재의 10부작 [Band of Brothers]
는 무척 충격이었던 것 같다. 물론 aipharos님과 내가 함께 봤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것 같은데,그에 반해 그 참혹한
모습들이 공포로 다가와 밤에 잠을 잘 때 무서운 모양이다.
우리가 그것까진 생각도 못하고... 참 미안했다.
그래서 민성이는 요즘 우리 방에서 잔다.
오랜만에 민성이와 함께 자니까 비록 침대가 좀 좁아지긴 했지만 넘넘 기분이 좋다. ㅎㅎ
물론 며칠이나 이렇게 자게 될 진 모르겠지만, 쑥쑥 커버리는 아들. 더 많이 안고 사랑해야지.
한가지.
우린 [Band of Brothers]의 그 거창하고 멋진 DVD 한정판 박스세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DVD로도 감상을 한 적이 있고.
그런데 이번엔 그 DVD는 폼으로 앞에 두고, 감상은 HD버전을 다운받아서 봤다. -_-;;;;
화질과 음질의 그 현격한 차이란...
포스 만빵의 그 정성들여 제작된 DVD 한정판 박스가 무색해지더라.


 

 

 

******
패션모델로 유명한 장윤주씨가 음반을 냈다더라.
잉??? 음바아아안????
놀랐는데 기사를 보니 원래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다.
오프닝 쇼케이스도 하고...
그러고보니 유지태의 단편영화도 오프닝 쇼케이스를 한 적이 있지 않나.
참... 네임 밸류라는 건 좋은거구나.
인디 그룹들에게 오프닝 쇼케이스라니, 인디 감독들에게 오프닝 쇼케이스라니...
삐딱하게 보는게 아니라 그냥 현실을 얘기하는 것 뿐이다.
더군다나 장윤주나 유지태나 모두 그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인디적 감수성'이라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