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니에서 주말 브런치를 먹고 성곡미술관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시다시피 베니니와 성곡미술관은 아주 가깝죠.
성곡미술관 바로 앞에는 그 맛난 커피집으로...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드립커피 전문점인 '커피스트'가 있구요.
입장료가 있습니다.
어른은 7,000원씩, 아이는 5,000원입니다.
성곡미술관으로 올라갑니다. 앞에 가는 두 여학생 교복이 정말 질도 좋고 예쁘다...했더니만.
일본 여학생들이군요. -_-;;
성곡미술관에 들어갑니다. 지난 번 '척 클로스' 전시 보러 왔다가 헛물 켰던.
민성군은 저보다 더 자주 와본 곳.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프랑스 문화원 개원 40주년 기념의 프랑스 사진 작가 21인의 현대 사진전입니다.
전시는 본관 1,2층. 그리고 별관 1층, 1.5층의 영화 상영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회화든 사진이든 관심있으시면 이 전시 꼭 보세요.
aipharos님 뒤로 Yann ARTHUS-BERTRAND(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작품들이 보입니다.
플라스틱을 가공한 컬러프린트인데요.
들판에서 말을 달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놓고 이를 원사로 찍은 저 작품은 아주 독특한 느낌입니다.
영화로 따지면 이미 정보가 노출된 '점진노출'.
정말 유명한 분으로 aipharos님도 이 분의 사진집을 본 바 있습니다.
Carole Fekete(카롤 페케테)의 행주 시리즈.
간혹 눈에 보이는 현실이 실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우린 궁금해합니다. 사실 예술의 세계도 그러한 모호한 경계를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카롤 페케테의 행주 시리즈는 언뜻 정말 행주를 벽에 걸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그것이 사진이란 사실을 잊게 되죠.
이걸 '행주'가 아닌 사진이라고 알게하는 정보는 '이 전시가 사진전이다'라는 것과 '한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는
정보들이 주어졌을 때입니다.
민성이가 바로 이 작품 맞은 편에 있던, 성냥갑의 황들을 잘라 붙인 작품을 보고 물었습니다.
'아빠 이게 작품이에요? 좀 이상해요. 그냥 성냥갑 황 잘라서 주르르 붙인 거잖아요'
뒤샹의 '샘'이 엄청나게 많은 논란이 되었었죠.
더불어 테이트 갤러리의 전시작들은 늘 논란이 됩니다.
이럴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곤 하나 밖에 없어요.
성냥갑의 황이 그냥 그 자체로서는 소모적인 의미밖에 지닐 수 없지만, 이것들이 모여지고 일정한 형태로
사람들이 관람하는 공간에 놓여질 때는 또다른 의미와 형식을 지니게 되는 거라고.
사실 예술은 이렇게 어렵고도 난감하고도 쉽기도...한 것 같습니다.
Valerie Jouve (발레리 주브)의 작품인데요.
이 작품은 정말 갖고 싶었습니다.
프랑스 사진 작가들의 작품답게 현대인을 모습을 최대한 기교없이 감성적으로 보여줍니다.
본관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Stephane Couturier(스테판 쿠튀리에)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Stephane Couturier(스테판 쿠튀리에)의 작품입니다.
아래 작품은 풍경시리즈 중 샌디에이고 올림픽 도로...라는 작품입니다.
스테판 쿠튀리에는 이번 전시된 공장 시리즈 '르노공장', '도요타'같은 작품들을 보면 산업화와 현대화의 모습을
주로 담는 작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것은 이러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의 모습, 그 유기적인 관계가 현대인들의 공간과의 관계를 조망한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Xavier Zimmermann(자비에 짐메르만)의 정원 시리즈 중 하나.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발길을 딱 붙들어버리는 감성이 이 작품에 있었어요.
역시 Xavier Zimmermann(자비에 짐메르만)의 풍경 시리즈입니다.
아... 이런게 아닌데요. 실제로 봐야합니다.
민성이가 너무 좋다고 한 작품입니다.('아빠도 이렇게 찍어보세요'라고 하더군요)
Pierre Gonnord(피에르 고노르)의 압도적인 portrait.
회화적 표현이 느껴지는, 실제로 봐야만 그 느낌을 형언할 수 있는 작품.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작업이 '초상화'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초상화는 늘 정적인 가운데
대상의 에너지와 감성을 모두 끌어내든지, 아니면 흘려보내는 철저한 타자화의 과정으로 완성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Philippe Ramette(필립 라메트)의 '몰지각한 명상' 시리즈 중 하나.
다른 것 다 필요없이 보기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기묘하게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듯한 작업.
이제 별관으로 왔습니다. 저 앞에 Charles Freger(샤를르 프레제르)의 '수구 시리즈'가 보입니다.
아하... Valerie Belin(발레리 블랭)의 '보디 빌더 시리즈'입니다.
민성군은 징그럽다고... ㅎㅎ
사진은 이 대상을 극한의 사실주의적인 표현을 통해 인간의 몸이라기 보다는 마치 괴물에 가까운 몸으로
보여지게 합니다. 과장된 근육, 과장된 포즈.
아이러니하게 이 사진은 바로 이번 전시의 메인 컷으로 사용됩니다.
대상을 괴물로 보이게 하는 힘이 바로 '사진의 힘(Power of Photography)'라는 건가요? ㅎㅎ
하지만 사진은 충분히 정신을 괴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건 마지막에 얘기해보겠습니다
별관의 공간은 아주 맘에 들어요.
민성군과 aipharos님 말로는 이곳에서 바로 존 버닝햄과 헬렌 옥슨베리의 전시가 있었답니다.
그 민성군이 구름을 향해 뛰는 사진은 여기였다네요.
민성군이 아주 전시를 재밌게 봤습니다.
물론 저와 aipharos님도.
사진에 관심이 있든 없든,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셨으면 합니다.
자 이제 영화를 봅니다. 영화 상영도 합니다.
Camille Henrot (까미으 앙로)의 'King Kong Addition'이란 작품으로 1시간 30분짜리입니다.
별관 1.5층에 상영관이 있습니다.
영화 시작 전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자유롭게 우리끼리 시간 보내기.
민성이가 King Kong (킹콩)이어서 엄청 기대했는데... 제 우려대로 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여러 편의 영화가 동시에 오버랩된 괴팍한 '킹콩'이었죠.
민성군, 왕 실망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 납니다. ㅎㅎㅎ
성곡미술관 야외 조각 산책로에서, 멋진 훈남이 되어가는 민성군.
aipharos님과 민성군.
전시 정말 즐거웠어요.^^
*
관객은 정말 없더군요.
그런데... 저희가 본관에서 사진을 보던 중, 젊은 남녀 8명 정도가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모두 카메라는 어깨에 걸고 말이죠.
이런 전시를 본다면 다 예뻐보이니 반가왔으나, 곧 이들이 작품 앞에서 하는 말들은 가관이었습니다.
'이거 포토샵 했겠지?' '그럼 당연히 했겠지.' '이거 블러(blur-포토샵의 후보정 액션 중 하나)로 했네'
리터칭은 작가들도 합니다.
현상과정에서 하든, 별도의 프로그래밍으로 하든 의도에 따라 하지요.
DSLR이 널리 보급되면서 기계의 발달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어지간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게 되자
이들은 기능과 결과에 주력하면서 창조적 산통에 대해 몰지각해집니다.
이 작품들을 보고 어떻게 저런 생각부터 날까요.
aipharos님과 나나... 비웃음만 나옵니다.
게다가 매너도 개판입니다. 전시장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폼잡고 서로 낄낄 거리며 사진찍고...
오지마라. 이럴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