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주말에 네 편의 영화와 많은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집에서 뒹굴며 영화보고 음악만 들었는데 평일보다 더 피곤한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the Fall]에 관련된 글은 이미 올렸고, 그 외에 세 편의 영화를 더 봤는데 이 중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들이 두 편이나 있어 정말 간략하게 적어본다.


 

[Death Race] directed by Paul W.S. Anderson
2008 / 약 105분 / 미국
새로운 액션 히어로로 등극 중이신 Jason Statham과 만만찮은 매력을 과시하는 Natalie Martinez를 빼면
그닥 볼게 없는 영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Joan Allen은 이곳에선 전혀... 그 냉철하고 지적인 자신의 분위기를
조금도 살리지 못한 평면적 캐릭터로 일관한다. 75년 Paul Bartel의 원작을 보지 못해 뭐라 못하겠지만 B급
영화의 아버지격인 Roger Corman(로저 코먼)의 이름까지 크레딧에 나오는 영화가 이 정도면 사실 다소 실망스럽긴 하다.
그렇더라고 해도 지루하거나... 졸리진 않다.(그럼 된건가?)
하지만 액션 영화도 조금은 뇌활동에 도움이 됐음한다... 이건 난감한 설정의 연속이잖아.
*
그나저나 제이슨 스테텀은 98년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이후 1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자리
매김을 한 듯.

 

 

 

 

 

 

 

[the Hammer] directed by Charles Herman-Wurmfeld
2007 / 약 88분 / 미국
이런 영화가 바로 대박 영화다.
제작비가 100만불도 채 되지 않는 초저예산 영화.
미국의 그 많은 영화관 중 20곳도 안되는 곳에서만 개봉. 제작비 절반 정도인 44만불 수익.
하지만 입소문이 퍼져 DVD등 부가 판권 시장에서 맹활약한 진주같은 영화.
폼잡는 인디 성찰물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중년 loser가 과장없이 자신의 인생에 단 한번 왼손 훅을 날리는 이야기.
전직 아마추어 복서 출신의 40세 목수인 주인공 제리 페로(Adam Carolla)는 친구 아지와 함께 직장에서
짤린 후 미국 올림픽 복싱 대표 선발전에 나갈 기회를 얻는다.
살아오는 동안 뭔가 커다란 이슈 한번 없이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보니,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흘러온 나와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진한 공감대를 불러올 영화.
인생의 반전이란 계획되어지고 짜여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삶의 작은 동기들이 무수히 모여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라는 걸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은근히 생각할 여지와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그에 맞먹을 정도로 코믹스러운 요소들이 많아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멋진 영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페로 역의 Adam Carolla는 전직 권투선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권투 실력을 보여준다.
강추+강추하는 영화.  (영화 중간중간 미국의 보험제도의 실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리는 대사들이 있다)

 


 

 

 

 

 

[Julia] directed by Erick Zonca
2008 / 약 138분 / 프랑스, 미국, 멕시코, 벨기에
인생의 막장에 선 알콜 중독자인 Julia(Tilda Swinton).
술을 마시고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며, 직장도 쫓겨나는 막막한 그녀에게 알콜 중독 치료 모임에 나오는
엘레나라는 여성이 자신의 아들을 세계적 거부인 할아버지가 데려가버렸다며 다시 되찾아오면 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지만 일이 겉잡을 수 없이 꼬여버리는 이야기.
늘 곧고 이성적이며 차가운 모습을 보여준 Tilda Swinton이 짙은 화장과 음모 노출까지 하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어찌보면 John Cassavetes 감독의 [Gloria]와 상당 부분 유사하기도 하다.
여성의 강하고 위대한 모성 본능이 발휘되는 후반부는 시종일관 막강한 텐션으로 보는 이를 피말리게 한다.
비록 Tilda Swinton의 연기는 기대만큼 자연스럽지 않지만(특히 자신의 울분을 터뜨리며 얘기하는 장면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모성에 충실한 본능을 따라 무난히 연기해냈다.
미국에서도 구제받지 못하고, 멕시코 국경을 건너서도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야하는 줄리아의 처지는 빈곤의
나락에서 실업과 빚으로 압박받는 현재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고, 처절하리만치 피폐해진
미국과의 국경에 인접한 멕시코 도시 티와나의 모습들은 NAFTA가 만든 병든 괴물같이 처연한 몰골의 현재의
멕시코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참... 남의 나라 얘기같지만은 않아서 보는 내낸 답답하더라.

러닝타임이 138분으로 제법 길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는 영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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