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ll] directed by Tarsem Singh
2006 / 약 117분 / 인도, 영국, 미국

Tarsem Singh(타셈 싱) 감독은 벌써 18년 전이다시피 한 1991년에 R.E.M의 'Losing My Religion' 뮤직비디오로
유명세를 탔다. 나도 그 당시에 R.E.M의 이 곡을 좋아해서 뮤비를 봤는데 정말 충격을 받았다.
아래 이 뮤비를 올렸는데 놀랍게도 5년 이상만 된 뮤비를 봐도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 뮤비는 17년이
넘었음에도 전혀 촌스럽다거나 유치해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에 그가 타셈 싱이라는,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온 인도인이라는 것도 몰랐으며,
그가 영상에 대한 의욕으로 하버드를 그만두고 그 유명한 패서디나 아트센터(캘리포니아의 아트스쿨)를 졸업하고
바로 유명한 여성 포크 뮤지션이자 Tom's Diner로 유명한 수잔 베가의 'Tired of Sleeping' 뮤비를 연출한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 이후 뮤직비디오 연출자와 광고 연출자로 승승장구(MTV 뮤직비디오상 및 깐느 광고대상등)하다가
2000년 보신 분들이 많을 듯한,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the Cell]로 장편데뷔했다.

사실 [the Cell]에서의 제니퍼 로페즈가 많이 어색했다는 분들 많다.
내 자신도 과연 타셈 싱 감독이 제니퍼 로페즈를 쓰려했을까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당시 제니퍼 로페즈는 블루칩이었고, 아무리 광고와 뮤비에서 유명했지만 장편 영화로는 햇병아리에
불과한 타셈 싱의 미약한 네임밸류를 보증하려는 제작자의 의도였을 거라 생각이 든다.
[the Cell] 이후 무려 6년만에 다시 발표한 그의 영화 [the Fall]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할 두 명의 이름이 스크린에 뜬다.
바로 David FincherSpike Jonze다.
데이빗 핀쳐는 이미 [Zodiac/조디악]으로 완연히 거장의 반열로 들어서는 듯 하고, 스파이크 존즈는 영화 이전에
이미 뮤비 작업을 통해 타셈 싱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David Lean(데이빗 린) 감독의 1962년작이자 걸작 [Lawrence of Arabia/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절대 원사와 광활한 시네마스코프에 경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난 예전에 종종 영화때문에 나를 따르던 후배들에게 컬트건 뭐건 다 좋은데 고전 영화들은 꼭 챙겨서 보길 권하곤
했다. 고전 영화들(무성영화를 포함하여)은 현대 영화가 선사하는 일차적 즐거움 외에도 미학의 논쟁에서 치열하고
변증법적인 형식미의 발전을 통해 구축된 스타일이 놀랍도록 스크린에 구현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이 형식미는 현대 영화에 와서 때로는 오마쥬로 헌정되고, 때론 패러디(패러디 역시 오마쥬의 수다으로 사용되곤
한다)되며, 때론 혁파되어야할 대상이 되곤한다.
이러한 이른바 '알깨기'의 출발은 고전 영화의 리얼리즘과 형식미의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나는 생각했었다.

타셈 싱의 06년작 [the Fall]은 현대 영화가 어떻게 서사적 영상과 고전적 형식미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영상으로서 오페라틱한 장중함을 선사할 수 있는지, 거기에 어떻게 하면 플롯의 헐거움을 덜어낼 수
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준 영화다.
아마도 이 영화는 본인이 너무 사랑해마지 않는 Julie Taymor(줄리 테이머)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 [Titus/
타이투스]
와 여러모로 비슷한 공통점이 있지만, 보다 더 고전미를 두드러지게 드러낸 영화 중 한 편이다.
촬영은 절대 원사와 적절한 슬로우 모션을 통해 장중한 비장미를 선사하면서도 미장센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주인공이 자신의 심경을 투영한 이야기의 구현을 환타지의 공간에서 완벽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떨어져서 척추를 다쳐 입원해있는 스턴트맨 '로이(Lee Pace)'는 역시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떨어져 팔을 다친
다섯살짜리 꼬마 아가씨 '알렉산드리아'와 우연히 친해지게 된다.
병상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로이는 사실 사랑하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뺏기고(?) 실연의 고통으로 자살만을 생각하고 있는 처지.
알렉산드리아의 이름이 알렉산더에서 비롯되었다는 일종의 꾀임으로 꼬마 아가씨를 꾀어내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 보따리에 알렉산드리아가 폭 빠지면서, 처음엔 그저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던 로이의 '허구'가 점점 상황이
진행될 수록 복잡하고 절망적이고 삶의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로이의 다친 마음이 반영되어 절정으로 치달아 버린다.
단순히 비주얼만 경탄의 대상이 아니라, 비주얼로 형상화한 로이의 감정 변화에 따른 적절한 캐릭터의 대입과
내러티브도 결코 얕잡아 볼 것이 아니다.

영화의 말미에 무성 영화 시절의, 정말 CG의 도움 따윈 절대 받을 수 없었던 영화 속 스턴트맨의 가슴철렁한
액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뛰고... 또 뛰고 또 뛴다.
영화 제목 [the Fall/추락]처럼 이들은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최대한 거스르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뛰고 또
뛴다. 그걸 무모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를 행하는 육체는 자신의 힘으로 자연의 법칙을 벗어나려 할 뿐이다.
그건 다시 말하면 영화적 순수성에 대한 타셈 싱의 한가지 철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역시 최대한 CG를 배제한다.(물론 CG가 사용됐다)
하지만 극도로 자제된, 순수한 미장센의 황홀경은 놀라울 지경이다.
마치 Terry Gilliam(테리 길리엄) 감독이 과거 거의 CG를 배제하고 실제 세트로 구현해서 주던 그 놀라운 감동을
연상케할 정도로 말이다.

경탄의 비주얼만으로도 강추할 영화인데, 거기에 재밌기까지 하다.
정말 강추하는 영화.

 

 

 

 

데이빗 핀쳐와 스파이크 존즈가 제작했다.

 

 

 

 

 

 

 

이건 뭐 처음부터 입이 벌어지는 비주얼.

 

 

 

 

 

과수원에서 오렌지를 따다 떨어져 팔을 다친 다섯살짜리 꼬마아가씨 알렉산드리아

 

 

 

 

 

 

역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영화 배우 '로이'를 만나게 된다.

 

 

 

 

 

 

무척 인상깊은,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의 원리를 보여준다.

 

 

 

 

 

주인공 로이. 마치 John Cusack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무척 잘 생겼다.

 

 

 

 

 

알렉산드리아를 만난 로이는 조금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한다.

 

 

 

 

 

 

로이에게 듣는 이야기에 폭 빠져버린 알렉산드리아.

 

 

 

 

 

하루가 멀다하고 그를 찾지만, 사실 그는 실연의 아픔으로 자살을 기도한 처지였다.

 

 

 

 

 

 

 

코끼리를 타고. 압도적인 장면 중 하나.

 

 

 

 

 

주술사와의 조우.

 

 

 

 

 

로이의 이야기속 주인공들이 활극을 벌인다.

 

 

 

 

 

 

 

 

 

 

난 이 여배우가 [Hable con ella/그녀에게]의 레오노르 와틀링인 줄 알았는데... IMDB를 보니 아니더라.
이 여배우는 Justine Waddell이다.

 

 

 

 

 

 

 

 

 

 

 

 

 

 

 

'Losing My Religion' - R.E.M (1991)


타셈 싱 감독의 유명한 뮤직 비디오 중 하나다.
17년 전 뮤비라곤 믿기지 않는다. 당시에 봤을 때도 상당히 충격이었다. 멍해서 봤던 기억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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