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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제꼈다. 물론 몸이 안좋긴 하지만.
오늘까지만 이렇게.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꽁꽁 움츠려든 겨울을, 백화점에서,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에서, 주춤거리는 회사 매출에서 여실히 느끼고 있다.
백화점의 모브랜드 아동복 매장은 브랜드 오프를 한다고 단골들에게 전화까지 돌렸음에도 발길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백화점의 풍경은 정말 좀 과장하자면 영업은 하는거야?라는 분위기.
온갖 음식점이 다 몰린 상동의 대표적인 신흥 먹자 거리는 정말 을씨년 스럽다.
길을 걷는 사람은 없고 훵...한 것이 앞으로 이 거리에서 벌어질 폐점 사태를 예감하게 한다.
이제 정말 궁핍함에 익숙해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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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군은 오늘 역시 집 바로 근처의 삼산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F'간의 농구 경기를 친구와 보러갔다.
민성군과 친구 둘을 가장 좋은 자리로 표를 구해주고, 남는 시간 동안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오기로 하고 아이 쇼핑을
다녔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오니, 세상에 그제서야 3쿼터가 막 시작한다고 하던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야구처럼
농구 역시 무료 입장시켜주더라.
나도 농구 경기를 눈앞에서 보긴 처음인데, 응원하는 팀도 없던 우리가 나중엔 전자랜드를 마구 응원하고 있었다.ㅎㅎ
사진기를 가져 가지않은게 아쉬울 정도로 바로 눈앞에서 보여지는 경기는 무조건 재밌었다.
확실히 운동경기는 경기장에서 보면 죄다 재밌다는...ㅎㅎ
경기는 4쿼터 중반까진 몇 점 전자랜드가 앞서가다 게임 종료를 앞두고 뒤집어지고, 간신히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으로 돌입했는데, 연장전에선 점수를 벌리며 승리~

구호들이 다 정해져있던데 이를 아주 잘 따라하는 숙련된 꼬마들도 보이더라.
그런데 그 조그마한 아이들이 '야 심판 똑바로 봐!', '저런 XX'이런 말하는 걸보면 적응이 안된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이라지만 나이 50은 넘은 듯 보이는 분이 치어리더만 나오면 스탭이 통로를 막으면 안된다고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죽어라 치어리더만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담던데... 참... 난감스러웠다.
(그 분은 적어도 3쿼터 중반~연장까지 경기는 절대 찍지도 않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암튼... 민성군이 아주 즐거워해서 우리도 좋더라.
다음달에 한 번 더 같이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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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군의 수영하는 모습을 봤다.
무려 5년이 넘어가는 스트레칭과 택견을 3년 한 덕인지 민성이는 아주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초급에서 발차는 동작은 선생님이 민성이를 보고 따라하라고 할 정도로 탁월하게 폼을 낸다.
무릎을 굽히지 않으니 같이 배우는 애들에 비해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많이 나간다.
몇 달만 더 하면 제법 실력이 아주 좋을 것 같다.
맘은 벌써 박태환이지만...
선생님이 좀 무서운 편인데, 같이 바깥 창문에서 보는 아주머니들의 대화는 가관이다.
'어휴, 저럼 애기 주눅들어서 기를 못피지...', '저럼 안돼지. 전화해야겠네', '쟤 우네. 저래서야 어디 배우겠어'
이 아이들은 이 다음엔 바로 저 옆의 자신들 키보다 깊은 풀로 이동하게 된다.
당연히 엄할 수 밖에 없다. 저 정도 혼나는 것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 아주머니들... 마음은 안타깝겠지만
간혹 답답했다.

 

 

민성군은 지적없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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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은하해방전선]을 봤다.
차후에 감상문을 쓰겠지만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후회했다.
올해 초 KT 상상마당에서 이 영화를 다시 상영할 때 시간이 맞지 않아 바로 문앞에서 발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었다.
전에 '율'님이 덧글을 올리셨던 그 내용을 직접 보니 통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갑자기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영재가 병원을 찾으니 의사가 '집안에 정신병 내력이 있냐'고 묻는다.
영재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 친척 중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어요'라고 쓴다.
그리고 그 말에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심각한데...'라고 되뇐다.
이 영화가 통쾌한 것은 내가 보아왔던 음악계, 영화계, 미술계에서 내가 실제로 보고 들어오던 그 많은 같잖은
소소한 스노비즘들을 통쾌하게 후벼 파고 잘게 썰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재는 쉴 새 없이 이런 짜증나는 씨니컬한 논리로 사람 진을 빼지만, 그런 영재가 끝까지 미울 수 없는 것은
적어도 영재는 자신을 반추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논리로, 잘못된 자신의 논리로 길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침내 이 영화에서 비아냥거리듯 회자되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가장 중심에 있던 '소통'의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재는 영재의 방식대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것.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아름다움의 미덕같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소통'을 갖고 말장난치는 괴팍스러움을
아주 기가막히게 보여준다. 압권이다 압권)
못보신 분들에겐 꼭 보시길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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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은 음반.

 

[Antwarp] - Aus
상반기 베스트 음반 중 하나로 뽑기도 했었던 음반.
밤에 듣기는 정말 딱...
앨범 커버도 넘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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