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너무 만족스러운 음식을 먹고 이제 셔벗과 메인이 나올 차례입니다.
저흰 이곳에서 전에 먹었던 샐러리+액화질소를 통한 셔벗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여지껏 먹은
셔벗 중 베스트가 바로 알리고떼 키친의 그 셔벗이었는데... 이날 액화질소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하셔서 사실
무척 아쉬웠고, 그래서 셔벗에 별다른 기대를 안했는데, 강주임님이 들고 온 게...

 

 

과일 셔벗
이랬습니다. 엉?? 시험관?

 

 

 

 

 

이건 셔벗이라기보단 쥬스에 가깝다고 하시더군요.
저 시험관을 들고 마시면 됩니다. 너무 좋았던 것이, 이 맛이 이전에 경험했던 그 셔벗맛과 아주 흡사했다는.
루꼴라등 녹색 채소의 신선한 향과 그 시원한 맛이 너무 좋아요.
중년 분들 중 이걸 드리면 아침에 회사에서 드시는 녹즙인 줄 알고 손도 안대시는 분들도 있다네요.ㅎㅎㅎ

 

 

 

 

양송이 버섯을 우려낸 스프와 등심 스테이크
제 main입니다. 우어... 이거 말입니다. 대박이에요. 대박.
전 도대체 메인에 왜 스푼도 세팅하는지 의아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유를 알았어요.

 

 

 

 

 

등심 스테이크에 국물이 있죠? 사진엔 잘 표현안됐는데 대단히 국물이 많습니다. 스테이크가 상당히
두툼한데 반은 국물에 잠겨요.
이건 양송이 버섯을 우려낸 국물에 후추를 뿌린 거랍니다.
그리고 플레이트엔 홍고추젤리가 있고 두가지 소금과 씨겨자가 있어요. 너무 배려의 씀씀이가 느껴지죠?
뭣보다 대박인건 저 양송이 우려낸 국물이 스테이크의 풍미를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너무 고소하다는 겁니다.
등심도 예전보다 더 두꺼워졌고 굽기는 원래 완벽했지만 역시나 완벽한 미디움 레어였구요.
대박입니다.
저 정말 저 양송이 국물을 스푼으로 싹싹 다 먹었어요. 어찌나 깊고 고소한 맛이 있던지.
그리고 이렇게 스테이크와 잘 어울릴 줄은 몰랐습니다.

 

 

 

 

 

당근과 마늘크림소스를 곁들인 미뉴에뜨 스테이크
아무튼 이날 다 좋았는데 메인들도 대박 중 대박입니다.
aipharos님의 미뉴에뜨 스테이크에요.
요즘 하도 고기맛만 살린 스테이클 많이 먹었는데 이날의 메인은 고기맛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고기의 풍미를
더 살려낸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미뉴에뜨는 얇게 슬라이스해서 구운 당근과 미디움 레어로 완벽하게 구워낸 고기를 부드럽게 처리한
스테이크와 아래 깔린 마늘크림소스를 발라 한입에 쏙... 넣는거에요. 우어...
저도 두 피스를 얻어먹었는데 이거 대박이라구요.

 

 

 

 

 

굽기도 완벽합니다. aipharos님 엄청 맛나게 먹었습니다.

 

 

 

 

 

함께 곁들여주신 루꼴라와 발사믹 + 구운 마늘과 감자.
싹싹 다 먹어버립니다.

 

 

 

 

 

정말 오늘 대박이다 이러면서 이제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강주임님이 이런걸 테이블에 놓고 가십니다.
엉???? 저건... 바르는 연고? ㅎㅎ

 

 

 

 

 

디저트 이름 모름
그 위에 이렇게... 세팅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맨 위의 파나다 치즈와 아래 쿠키스러운 빵을 핀셋으로 집어 든 후 저 연고통같은 튜브를 열어
짜면 나오는 쵸콜릿을 발라 먹는 겁니다.
강주임님 말씀이 저 튜브는 다들 너무나 잘 아시는 스페인의, 페린 아드리아 쉐프가 이끄는 엘 불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셨다고 합니다.

 

 

 

 

 

아주 참신하고 보기도 참 좋은데 그에 비해선 약간 허무하긴 합니다. ㅎㅎ

 

 

 

 

 

빤나코다
지난 번에도 먹은 바 있는데 그때보다 맛이 더 진해지고 단단해졌습니다.
안에 들어 있는 블루베리의 맛도 조화가 아주 좋았구요.

 

 

 

 

디저트 와인
사실 이날 소믈리에 분께서(aipharos님이 스타일 넘 좋다고 말하던 분) 저희 테이블로 오셔서 main나올 때
서비스로 와인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이를 강주임님께서 모르셔서 그냥 넘어갔었는데요. 다시 오셔서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다시 디저트 와인을 주셨어요.
어휴... 평소에 와서 와인 한 번 안마시면서 서비스받는 저희가 죄송하죠...
감사히 마셨습니다. '비싸지 않은 와인'임을 강조하셨는데 상관없습니다.
딱 적당한 당도에 적당히 새콤해서 좋았습니다. BlueNun 와인인 듯 합니다.
제가 와인을 잘 안마시는 이유는 딱 한가지에요. 사실... 비싸서가 아니라 제가 술을 뭐든 딱 한 잔만 마셔도
혼자 다 마신 사람처럼 얼굴이 미친듯 빨개진다는 겁니다. 주변 사람 무안할 정도로...

 

 

 

 

 

이름모를 불쇼 디저트
이번엔 강주임님이 카트를 끌고 오셨습니다.
아, 이게 gig777님 포스팅에서 본 불쇼인가보다.
네, 맞습니다. 홀에서 스탭이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적당한 격식과 친절만이 아니죠.
알리고떼 키친은 회의도 많고 정말 꾸준히 노력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이 '불쇼'도 얼마전 알리고떼 사장님의 테스팅에서 통과한 거랍니다.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서비스까지 전달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강주임님께도 말씀드렸지만, 격식을 차리는 곳은 많지만 정말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거죠.

 

 

 

 

쵸코릿을 샴페인(?)을 뿌려 불을 붙여 녹입니다.

 

 

 

 

이게 불이 하도 예쁘게 올라와서 주변 테이블 분들이 다 쳐다보더라구요.
이 날 저희 들어갈 땐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나중엔 홀이 거의 다 찼습니다.
물론 저희가 하도 오래 있어서 나갈 땐 또 손님들이 많이 빠지셨지만.

 

 

 

 

 

이렇게 쵸콜릿을 알콜과 섞어 녹인 것을

 

 

 

 

 

미리 준비된 아주 차가운 샴페인 베이스의 젤라또 위에 넣고 그 위에 견과류를 살짝 뿌리면

 

 

 

 

이렇게 됩니다. 이거... 정말 좋았습니다.
따뜻한 쵸콜릿과 차가운 젤라또가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츄러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이 날 디저트가 이렇게 계속 나왔답니다.
강주임님이 봉지를 들고 와서 흔드시면서 민망하신듯 '이거 완전히 어디서 본 거 같은 느낌이 드시죠'
라고 하시더군요. 순간... 아... '롯데리아의 양념 감자!'ㅎㅎㅎㅎ

 

 

 

 

 

추러스는 aipharos님이 정말 좋아합니다.
간혹 추러스가 설탕에 파묻혀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전 입도 안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아주 적당합니다.
호호호 오늘 마지막까지 좋아요.

 

 

 

 

마지막으로 커피!
저희... 이날 3시간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답니다.

 

 

 

 

계산하려는데 강주임님이 잠깐 기다리시라고 하더니 예쁜 포장에 사과와 파인애플을 말려 만든 과자를
넣어주셨습니다. 맛있더라구요. 이것도. 집에 와서 민성이 방에 뒀습니다.^^
아... 물론 저희가 몇 개 먹었습니다. ㅎㅎ


*
알리고떼 키친의 이날 음식들은 정말 하나같이 다 좋았습니다.
맛은 물론이고 보여지는 것도 하나하나 재밌고 신선해서 어디가도 잘 보기 힘든 메뉴들이었어요.
알리고떼 키친은 이런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엄격한 격식을 갖춘 화인 다이닝보다는 이렇게 고객과 더 소통할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을 지향하면서도
확실한 음식맛을 어필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건 제가 말은 이리 하지만 쉽지 않다는 걸 잘 압니다.
격식과 익숙함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다, 익숙함이 부담스러운 고객들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강주임님, 소믈리에님, 그리고 저희 테이블에 들러주신 스탭분들이 지금같은 모습이라면
이곳은 정말 편안하고 쉬어갈 수 있으면서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지될 것 같아요.

강주임님 뿐 아니라 새로 뵙는 듯한 여성 스탭분 웃음이 너무 좋았구요.
남성 스탭분도 정말 친절하셨습니다.

혹시 이글 알리고떼 키친분들이 보실 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aipharos님과 함께 너무 잘 먹었고 즐거운 시간
이었다고 감사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강주임님 복학까지 하셔서 너무 힘드신 듯 한데, 그래도 영원히 그럴 순 없겠지만 오래도록 알리고떼
키친에 계셔주셨으면 해요.
늘 감사드립니다.


**
상당히 많은 강북의 레스토랑들은 터무니없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 경우들이 많은 듯 합니다.
강남의 레스토랑들은 즉시 회자되고 블로그를 타고 넘으며 인구에 회자가 되며 유명세를 타는데 강북의
레스토랑은 그런 경우가 정말 거의 없고(호텔 레스토랑을 빼면 기껏해야 '더 레스토랑', '오키친'과 '소르티노스'
'아따블르'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필요이상으로 저평가된 곳들이 많은 듯 합니다.
사실 알리고떼 키친도 그런 면에서 좀 속상합니다. aipharos님과 항상 하는 얘기지만 여긴 물론 오피스 맨들이
퇴근 후 파스타, 피자하는 곳일 수도 있지만 이런 개성만점의 음식들을 더 많은 분들이 경험했으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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