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아침의 비보'에 올린 글의 댓글 중 이웃이신 '종이달'님께서 이 다큐를 언급하셨었다.
뭔가 궁금한 차에 다운로드받아 어제 aipharos님, 민성군과 함께 봤는데 하... 보니 우리도 본 다큐였다.
무척 늦은 시간에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난 보다가 금새 잠이 들어버렸고 aipharos님은 거의 끝까지 본 모양이다.
그래도 어제 다시 한번 봤다.
NHK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흔히 이런 다큐가 자주 사용하는 극단적 비교를 통해서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법을 완전히 배제한다.
이 다큐 안에는 온전히 교토 근교의 아주 커다란 호수인 비와호(琵琶湖)를 끼고 사는 '사토야마'라는 작은
마을이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정말 사랑스러운 영상들이, 아무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팍팍한 한국의 지금 모습에
쩌든 마음을 좍좍 펴주더라.(종이달님 감사감사, 덕분에 다시 찾아 제대로 끝까지 봤어요)

정말 우린 이렇게 공존하는 마을이 아직까지 있을까?
우포늪? 우리가 보존하는 방식은 삶에서 격리시키는 것 아닌가? 격리를 통한 보존이 아니라 공존을 통한
보존이 더욱 의미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관건은 하나로 좁혀지는 것 같다.
절제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난 아주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온돌 문화를 자랑스럽고 지혜로운 조상들의 유산이라고 믿어 왔다.
물론 지금도 지혜로운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의 인식변화는 있었다.
온돌 문화는 기본적으로 소비 문화다.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땔감을 해와 넣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많은 나무를 소비해야하는 난방 문화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북쪽인 북해도도 있었는데 그들의 난방 문화는 '코다츠'다. 코다츠는 아시다시피
아주 한정된 곳만 따뜻하게 하는 일종의 난방기구다.(노다메 칸타빌레에도 나온다)
예로부터 아주 뜨거운 아랫목에 몸을 지지는 것이 미덕이었던 우리와 달리 그들은 코다츠에 발을 넣고
추위를 피했을 뿐이고, 대체적으로 아직도 춥게 지낸다.(물론 난 아랫목에 몸을 지지는 것이 훨씬 좋다)

어찌보면 우린 총명하지만 자연과 공존하는 면에선 배워야할 점이 많은 건 아닐까싶다.

 

 

 

 

기획 MBC, 제작 NHK '물의 정원 사토야마'

 

 

 

 

 

 

비와호에서 낚시를 하시는 타나카 상고로(83) 할아버지. 너무 정정하시다.

 

 

 

 

 

사토야마 마을의 집에는 이렇게 부엌에 샘이 있다.

 

 

 

 

 

이곳에 사는 잉어들은 관상용이라기보다는... 식용도 아니고

 

 

 

 

 

 

물에 불려 물에만 씻어내는 설겆이. 그럼 밥풀이나 음식찌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것이 이 잉어들의 본업인게다.

 

 

 

 

 

 

물에 불려 물에만 씻어내는 설겆이. 그럼 밥풀이나 음식찌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깨끗하게
먹어치우는 것이 이 잉어들의 본업인게다.

 

 

 

 

 

마을의 주변을 흐르는 물. 그 물은 단순히 폐수가 흘러다니는 곳이 아니라...

 

 

 

 

 

이처럼 맑고

 

 

 

 

 

이처럼 다양한 물 속 생물들이 맘놓고 살 수 있을 만큼 맑고 생명이 충만한 공간이다.

 

 

 

 

 

끊임없이 물이 공급되어 언제나 깨끗함을 유지한다지만...

이건 함께 사는 이들간의 작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망둥이가 낳은 알들.

 

 

 

 

오랜 시간을 거쳐 변태에 성공한 대장 잠자리.

 

 

 

 

 

하천의 물흐름을 막는 수초를 제거하는 날은 마을의 전통이며, 이 날은 아이들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낚시를 할 수 있다.

 

 

 

 

 

상고로 할아버지는 붕어스시를 준비한다.
이 붕어스시는 소금에 3개월 절여놓고, 다시 6개월간 이렇게 밥을 층층히 쌓아 발효시킨 후 먹는다.

 

 

 

 

 

고즈넉한 아름다운 마을 사토야마.

 

 

 

 

 

물에 불리려고 올려놓은 설겆이에 이제 막 새끼가 된 망둥이 새끼 한 마리가 들어왔다.

 

 

 

 

 

가정마다 있는 이 샘은 여름엔 냉장고만큼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하나비를 바라보는 개구리.

 

 

 

 

 

무려 9개월이 넘게 걸린 붕어스시를 이웃들을 초대해서 먹는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의 선을 지키며 공존하는 마을 사토야마

 

 

 

 

 

 

그 관건은 격리 보존이 아니라 '절제'라는 것이 이 다큐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
이런 와중에 시화호를 또다시 메꿔 그린시티라는 레저타운을 만든다고 한다.
물론 어느 나라건간에 '개발'은 공통적인 화두일게다.
그런데 우린 그저 부수고 세운다. 부수고, 또 부순다.
관광지라고 하면 관광을 위한 입지를 조성하는게 아니라 또다시 관광지로 억지로 만드느라 부수고 세운다.
그리곤 그 자리에 황당한 뽕짝과 대충 갈겨쓴 현수막이 나붙기 시작한다.

 

 

 

**
고작 일본의 작은 한 마을만 보고 설레발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내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도 일본의 시골은 보다 아름다왔다.
일본의 시골을 가본 적이 있다면 알 수 있지만, 일본의 시골엔 어설픈 양옥집 따윈 아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네 시골처럼 논밭이 펼쳐진 곳에 정말 어색하리만치 동떨어진 양옥집이 떡하니 서있는,

붉은 벽돌에 온갖 문양의 금색 현관문이 달린 양옥집이 있는 경우는 정말로... 정말로 찾기 힘들다.
가끔 궁금하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왜 그들은 우리보다 더 산업화되었음에도 굳이 도시의 흉내를 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의 끝에선 여러가지 어설픈 나만의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늘 정책적 사각지대였었고,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집을 도시화하여 개량하면서 심리적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언제나 우리나라의 농촌은 정치적으로 팽당하기 일쑤였잖나.
빚을 내어 빚을 갚고, 또다시 빚을 벌리고 시설비도 못갚는 농촌으로 내몬 것이 이 나라의 역대 정부들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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