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아더에러 (ADERError) 플래그쉽 스토어/쇼룸
엄마 닮아서인지... 좀처럼 뭘 사겠다고 말하는 법이 거의 없는 아들이 왠일로 '터틀넥'을 입고 싶단다.
와이프가 아들에게 원하는 걸 한번 골라서 보여달라고 한 모양인데 '시리즈' 제품을 골랐단다.
아들 옷 중 Series 옷이 몇벌 있어서 고른 듯 한데... 내 알지. 원하는 제품은 Sculp Store에 있는데 아마도 가격이 비싸니까 얘기 안한듯.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블로그 이웃분께서 '아더에러' 홍대 플래그쉽 스토어에 들른 글을 올리셨길래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늦게 와이프, 아들과 함께 홍대 '아더에러 (ADERerror)' 쇼룸 방문.
아들은 이날 오랜만에 중학교때 엄청 친하게 지내던(나와 와이프는 '썸'아니냐고 의심하던...) 이성친구를 만나 실컷 놀다가 들어왔다.
아더에러 매장은 홍대의 그 유명한... 놀이터 근처에 위치.
매장 입구부터... 으라짜짜하다.
들어가서 느꼈지만 뭔가 젠틀몬스터 매장처럼 전시공간 + 쇼룸의 구성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
미리 말하는데,
아더에러 쇼룸의 인테리어를 보면 지금 현재 익선동, 망원동, 성수동, 해방촌을 휩쓸고 있는 디자인 트랜드가 집약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칠게 노출된 내벽, 근현대적 조형미의 차용(계단, 등, 바닥)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 이 모든게 혼재되어있다.
이런 디자인이 어필되려면 각단의 밸런스를 맞추는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아더에러는 밸런스고 뭐고 그냥 재밌게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튼...
확실히 요즘 젊은이들은 단순한 'Modernity'에는 식상함과 지루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몇몇 분들은 '영혼없는 모던'이라고도 얘기하는 걸 보니 말이지.
들어가자마자 탄노이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덩그라니... 혼자 배치된 의자.
그리고 여러 전시에서 수도 없이 마주했던 저... 비닐 재질의 오묘한 색상의 커튼.
일단 1층의 화보집 전시 공간부터 둘러 봄.
1층은 쇼룸이 아니라 전시공간.
다른 전시는 모르겠는데 아더에러가 터키의 사진작가 Can Dagarslani (http://www.candagarslani.com/) 와 함께 한 콜라보 화보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매우매우 인상적이어서 화보집을 판매한다면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아더에러(ADERerror)의 옷은 명확하게 20대를 겨냥한 옷이지만,
정작 화보집은 시니어 모델을 이용했다.
이번이 Can Dagarslani와의 두번째 콜라보인데, 첫번째 화보에선 시니어 모델을 쓰진 않았다.
아더에러가 짧은 기간 안에 대중에게 '뭔가 다른' 브랜드로 각인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이 화보집.
사진 작품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
이... 코럴 핑크 외벽과 그린 커튼.
누가 봐도 옷을 입어보는 공간이 맞는데...
들어가보면 '왜 이렇게까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꾸며놨다.
이곳이... 옷을 입어보는 공간이라는거.
2인용 소파, 작은 시계, 예쁜 플로어 스탠드 램프, 그리고... 빈티지 오디오까지.
기존 의류 매장의 옷갈아입는 공간이 좁고, 은밀한 공간이라면,
아더에러 쇼룸의 공간은 안락하고 사적인 향유의 공간이다.
이런 걸 보면...
놀랍긴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아... 이건 자본의 힘이 절대적이구나.
물론 자본이 있다고 다들 이런 발상을 실현시키진 않지만...
이런 브랜드와 똑같은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해야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지.
여긴 화장실.ㅎ
아 무슨 화장실을 이렇게...
똥도 무안해서 못눌 것 같아.
여기에 냄새를 풍겨도 될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공간의 아우라에 작품이 묻힌다.
1층 카운터.
저... 형형색색 오묘하게 빛나는 무지개 버전 + 오로라 버전의 기둥이 무엇인고...하니.
옷을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1층에 내려와 기다리게 되는데, 3층 물류 파트에서 저 기둥으로 옷을 내려 보낸다.ㅎ
날이 추우니 그냥 계속 패션이 똑같구나. 울 와이프.
왼쪽에 보이는 사진이 Can Dagarslani와의 첫번째 콜라보 화보.
또다른 전시.
의미하는 바는 알겠지만,
작품 자체가 인상적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1층 전시 공간들을 다 둘러보고,
이제 쇼룸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보자구.
근데... 계단이 상당히 멋스럽다.
사실 이 공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다른 곳이 아니라 계단이었다. 적어도 내겐.
나무 계단,
난간이 대단히 아름답다.
근현대, 그러니까 1930년대 정도에 일본에서 들어왔던 양식 계단의 느낌.
그런데 그 느낌을 아주... 고풍스럽고 고급스럽게 재현했다.
잘 보면 사용된 오브제들이 특정한 바운더리 없이 사용된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그리 난잡하게 느껴지진 않더라.
잡소리 그만하고 2층으로.
아들은 벌써 올라가서 옷 보고 있는데 뭐하는거야...
나무 바닥, 그리고 나무 계단, 황동을 이용한 난간.
그리고 2층 쇼룸.
거의 모든 옷이 남녀 구분없는 유니섹스.
그리고 사이즈 구분없는 free size.
요즘 La Garconne (라 갸ㅎ송)을 봐도 확실히 오버사이즈드 (oversized) 핏이 유행은 유행인가보다.
한때는 죽어라 몸에 딱딱 맞추는 슬림핏, 스키니핏이 대세였는데.
하긴... 일본의 복식 스타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메카쥬...라고도 얘기하는 넉넉한 루즈핏이 인기를 얻었지.
comfy wide pants라든지...
아더에러의 백팩도 재밌다.
셔츠 타입, 후드 모양을 그대로 이용한 백팩.
ㅇㅎㅎㅎ 재밌네.
후드 모양의 백팩.
이런 시도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히 재밌는 디자인을 하는 브랜드라는 건 확실하다.
젊은이들의 감성에 완전 딱...
저 벽면의 Can Dagarslani 사진은 정말 좋지 않은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상업 브랜드의 자본의 힘을 빌어 다수의 대중에게 선보여지는구나.
묘하다. 기분이.ㅎ (반감아님...)
아들은 이쯤에서 결정 장애.
저... 터틀넥을 구입하려고 입어봤는데 세상에...
재고가 없단다.
그래서 dp된 제품이라도 구입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된단다. 으어...
재고가 없는게 이뿐만이 아니었지.
가장... 맘에 들었던, 좌측에서 네번째... 푸른색과 보라색이 섞인 저 체크 셔츠.
정말 예뻤는데 이것도 재고가 없단다.
아니 그럼 재고가 없다고 좀 표시를 해주시든지요...
기껏 아래층 가서 옷도 입어보고 했는데 재고 없다그러면 무척... 당황스럽다.
dp된 상품을 구입할 수도 없고 말이지. (물론... 이곳 스탭분들께 불만인거 아닙니다. 이건 아더에러의 정책일테니. 그래도... 재고가 없는 건 없다고 표시를 해놔야죠)
암튼... 온라인 쇼핑몰로 보던 것과 실제 본 옷의 느낌은 좀 많이 다르다.
화보를 그리 잘 뽑은 것에 비해 온라인 쇼핑몰의 이미지들은 상대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차라리 이렇게 매장에 와서 보는게 나을 듯.
암튼... 아들은 터틀넥 사러 왔는데 온갖 옷을 다 입어보고 있더라.
나도 입어보려다가 모두가 웃을 것 같아 참았다.
ㅎㅎㅎ
그래서 이렇게 마냥... 사진이나 찍었지.
아... c... 많이도 찍었다.
뭐 이런 것도 찍었니...
예쁘긴 한데 이제 그만 찍자.
구매 결정한 옷들.
아이보리 컬러의 터틀넥도 없고, 위에서 언급한 이 매장 통털어 제일 예뻤던 셔츠도 재고가 없어서 블랙 터틀넥으로.
그리고 롱...셔츠.
그리고 아우터.
응? 너... 터틀넥만 산다고 한 것 아니었어???
왜 옷이 세벌이야?ㅎ
다른 옷도 입어본다네.
물론 입는 건 자유.
사는 건 안자유.
매장 자체가 워낙 사진찍을 꺼리가 많아서... 인스타에서 화제가 된 것이 당연하단 생각이 든다.
이제 다... 구매 결정하고 1층으로.
구매하고 결제하자마자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나옴.
축하하네.
+
공간 자체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분명... 한동안 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북적거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옷의 디자인도 재밌어서 소재가 고급스럽진 않아도 충분히... 저가 브랜드를 대체할 만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저 전시 공간, 쇼룸, 매장 하나하나의 디테일 (심지어 영수증까지), 독특한 프로모션... 이 모든 것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법.
이런 브랜드의 가격 정책이야말로 흥행의 핵심이라 생각이 되는데,
얼마나 적절한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다.
++
위에서 언급했지만...
젠틀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이런 브랜드 아이덴터티는 자본의 힘이 정말... 강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쇼핑이나 하러 들른 우리 입장에서야 재밌는 경험이겠지만 이런 브랜드들과 경쟁해야하는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세상은 늘 공평한 척...하지만 사실 전혀 공평한 싸움터가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