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반 넘도록 집에 오지 못했던 아들이 드디어 집에 왔다.
운동선수라는게 참... 힘들다.
남들 다 즐기는 방학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고작 4일짜리 휴가받아 집에 오는게 다.
원래 와이프, 아들, 나만 몽로에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모임있다고 외출하셨던 어머님께서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오셔서 함께 모시고 나왔다.
학교에서 출발한 아들은 서교동 로칸다 몽로로 바로 오겠다고 했고.
난 건강상의 이유로 먹을 수 있는게 별로 없지만,
아들이 원하는 곳이 로칸다 몽로이니.ㅎ
서교동 로칸다 몽로.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우리에게 몇군데의 몽로 중 마음 속 몽로는 오직 이곳 로칸다 몽로뿐.
아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무조건 이 집.
그만큼 아들이 사랑하는 집.
물론... 난 지금 건강 상의 이유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지만,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집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머님, 와이프와 나는 6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했고,
아들은 6시 30분이 조금 안되어 도착했다.
첫 손님이라 또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찍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곳을 늘 지켜주시는 문현숙 매니저, 복병수 스태프와 얘기를 나누었다.
어쩌면 8월 즈음 로칸다 몽로 관련 힘나는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확정되면 꼭 올려야지.
로칸다 몽로에는 책장마다 책, 맥주, 먹거리, 피규어등 온갖 것이 가득하다.
이건 거의 모두 손님들로부터 받은 선물들.
외국에 여행이나 출장 다녀오신 손님들이 갖고 온 선물을 다 이렇게 쓰지않고 모두에게 보여주신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이 자리.
정말 오랜만에 어머님도 함께 몽로에 오셨다.
4인,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식사하긴 참 오랜만.
거의 석달 만에 만난 아들.
30분 정도 기다리니 도착했다.
오느라 수고했어.
그냥 맥스 생맥주(로칸다 몽로의 맥스 생맥주는 관리가 잘 되어 상당히 좋습니다)를 마시려고 했는데...
얼마전 로칸다 몽로 5주년 때 찾아오신 분께서 맥주 세 병을 직접 제조해서 가져오셨단다.
그 중 한 병은 얼마전 박찬일 선생님과 리치몬드 제과 권형준 대표가 함께 마셨고,
두 병이 남아있다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는데 아들이 12도 짜리를 마시자고 해서 우린 Traditional 12%를 선택.
6도주는 스트로베리,
12도주는 벌꿀을 넣었단다.
마셔보고 깜짝 놀란 것이... 이거 눈감고 마시라고 하면 와인으로 착각할 분들 꽤 많을 것 같더라.
그리고 12도라니.
우리나라에서 맥주 알콜을 12도까지 내는게 가능하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흔치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첫번째 메뉴 '얇게 저민 흑돼지 족발과 부추무침'
저온조리한 족발 냉채와 한국식 부추무침.
완벽한 술안주지만 음식으로서의 완결성도 훌륭하다.
정말 천천히 두 개를 집어 먹었는데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면 혼자 다 먹어도 이상하지 않다.
아... 정말 좋았어.
그리고 두번째 메뉴는 '몽로식 광어무침'
이게 양이 꽤 넉넉한데,
이 광어무침은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아무래도 이 날 메뉴 중 내가 맘놓고 먹을 수 있는게 거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이 생각은 곧 등장한 감사한 호의로 인해 싹... 날아갔지만.
그런데... 처음엔 소스가 무척 매콤해서 내겐 무리일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소스가 맵지 않다'며 나중에 내주신 걸로 보아...
혹시 소스를 일부러 맞춰주신게 아닌가 싶다.
정말정말 감사하지만...
이날 사실상 진상 손님이 된 것 같아 참... 죄송스러웠다.
립스테이크.
보들보들한 고기.
적당히 짭조름한 소스.
고수와 당연히 잘 어울리고,
감튀 역시 훌륭하다.
전에도 느꼈는데 로칸다몽로 오시면 립스테이크는 꼭 주문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들이 먹고 싶다고 했던 명란 파스타.
아... 진짜... 언제나 그렇지만,
몽로의 명란 파스타는 정말 좋다.
넉넉히 주셔서 다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등장한 리조또.
물론 메뉴에 없는 이 리조또는
로칸다몽로에서 건강때문에 제대로 메뉴를 맘껏 즐길 수 없는 날 위해 일부러 내주신 식사.
정말 감사했고,
정말 진심으로 죄송했다.
이런 따뜻한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면서도 일부러 신경쓰게 해드려 죄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염치없이 받아 들어 잘 먹었는데,
맨 위엔 깻잎을 살짝 튀겨 올리고,
애호박 퓨레와 포르치니 퓨레를 올려주셨다.
그리고 고은정 선생님쪽의 재래간장을 함께 주셨지.
이게... 간장을 넣지 않아도 대단히 고소하고 그윽한 풍미가 잘 살아나는데,
간장을 맘껏 넣어도 전혀 짜다는 느낌없이 풍미가 더 깊어진다.
온전하게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식구들 딱 한 입씩 주고.
나 혼자.
덕분에 포만감을 느꼈어.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들은 어김없이 닭튀김을 주문했다.
늘 먹어서 다른 걸 먹어볼까 하던데,
그러면서도 로칸다몽로의 닭튀김을 또 언제 먹겠어...하는 마음에 주문하더라.ㅎ
이 닭튀김이 기름지다는 분도 계시던데,
그러면 시중의 닭튀김은 어떻게 드시나...싶기도 하다.
물론 각자의 기호이니 그것까지 내 뭐라할 수는 없지.
다 먹고 식구들이 포만감을 느끼길래 아들에게 디저트를 주문하라고 했는데...
티라미수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티라미수 내는 집들 많다.
유명해져서 티라미수만 따로 별개의 제품으로 백화점에 자리잡고 내는 곳도 있고,
장터를 통해 티라미수를 내는 곳들도 있다.
티라미수 좋아하는 분들은 로칸다 몽로의 티라미수를 맛보시길.
뚜또베네의 티라미수 역시 훌륭하다.
뚜또베네의 이재훈 셰프께서 얼마전 로칸다 몽로의 이재호 매니저와 함께 '있을 재'를 오픈하셨는데,
있을 재에서도 티라미수를 낸다면 역시 훌륭하겠지.
솔직히 말하면,
후배 중 한 명이 카페를 오픈했는데 티라미수를 내고 싶다고 하길래
찬일쌤께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더니 찬일쌤께서 일부러 주방스태프와 이재호 매니저를 후배의 카페로 보내 레시피를 전수해주셨다.
그런데 이 후배 녀석이 카페를 접은 뒤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티라미수만을 상품화해서 장터에 팔더라.
그래 팔 수 있어.
그리고 레시피에 개선에 개선을 해서 그게 온전한 네 레시피라고 우길 수 있겠지.
하지만 시작을 열어준 찬일쌤께 한 마디 인사 정도는 해야하는거 아냐?
뭘 바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부탁한 내가 너무 창피하다.
물론 찬일쌤께서 이런 걸로 내게 얘기하신 적도 없지만, 난 너무 창피해.
참...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
티라미수가 그냥 나와서... 아들에게 세미프레도 주문하라고 했는데...
세미프레도가 나왔다.
다음부턴 이러면 안돼요. 정말.
아들이 너무 오랜만에 와서 많이 챙겨주신 것 같은데 딱 이번만.
염치도 없지만...
그래도 정말 잘 먹었다.
늘 얘기하지만,
오래도록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로칸다 몽로.
로칸다 몽로에 근무하시는 분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정말 그런 집이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좋겠어.
5주년이 아니라 10주년, 30주년, 50주년이 이어지는 업장들이.
+
주방을 지키던 재스님(쟤쓰)께서 이제 그만두시고,
이태리 유학길에 오르신단다.
한 번도 제대로 인사 나눈 적 없지만,
진심으로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