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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상식이 무너지고, 공생을 위한 가치가 능멸되고 짖밟히고, 태양을 손바닥으로 가릴 듯 거짓말을 일삼고,
대중을 모욕하는 세상이 되면 난 적어도 이번 선거만큼은 대중들이 어느 정도 각성은 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다.
거짓과 위선이 드러나는 똥누리의 후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떳떳한 모습과 비판받을 언사였지만 전후사정은 상관없이 딱 한마디만 빼내어 공격해대고
거기에 놀아다는 국민 수준의 꼬락서니를 보면서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대중의 삶이 각박하고 피폐해진 삶이라면 어느 정도 각성해줄 거라 믿었다.
투표율 60%?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는 압도적으로 통합야권이 승리를 거둘 수는 있을거라 생각했다.
공정한 개표?
난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정권이 해온 그 무수한 더럽고 야비한 술수를 보면 개표 과정에서 뭔 부정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니까.
그래도,
그 정도 더러운 꼼수도 가볍게 짖누를 정도의 승리는 있을거라고 내심 믿었다.
물론 이런 기대심리는 선거일 전날 밤에 퇴근하여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정말 텅 비어버린 주차장을 보면서 많이 불안해졌지만.
그리고 그 불안감은 4.11 여지없이 현실화되어버렸다.
과반의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그 인간들은 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거봐 국민들이란 대충 얼버무리고 색깔론으로 밀어버리면 다 넘어오게 되어있어.'라고 말할 걸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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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효과란다.
60~70대 어르신들은 이번에도 지팡이를 짚고,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으로 향했다.
선거때마다 선거위원으로 일하시는 어머님께서도 이번 투표처럼 젊은이들이 안보이긴 또 처음이라고 하신다.
궁금하다.
대중의 각박한 삶에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청사진 한 번 제시못하고,
현 정권의 야비한 전횡에 제대로 된 견제 한 번도 안한 이를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처럼 떠받들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건지.
박정희의 딸이라고?
지랄을 해도 적당히들 해라.
박정희 덕분에 이렇게 산다고?
지랄을 해도 분수껏 해라.
어떻게 잘 살고, 어떻게 행복해야하는지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나라를 호도하고 왜곡한 친일파 청산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아
그 잔재들의 부의 세습을 근본적으로 용인하고, 자생적인 기업들을 짖밟고 정경유착이 답인양 밀어부쳐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했던
그 장본인을 2012년 현재에도 그리워한다는 사실 자체가 난 구역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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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안 한 인간들.
투표안하는 것도 권리다라든지, 어떤 놈을 뽑아도 다 똑같다라든지하는 개소리를 하든말든 그건 네들 자유다.
그런데,
어디가서 경기가 어떻고, 등록금이 비싸고, 취업이 안되고, 의료보험 보장이 이상해진다고, 아무리 일해도 월급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다고,
점점 대기업만 잘 사는 것 같다고 말하지 말아라.
어차피 투표안한 인간들은 그러든말든 나는 귀찮다라거나, 나는 잘 살 수 있다...라거나,
혹은 나는 피폐한 삶의 중심에선 벗어나 있을거다라고 자신하는 것들 아니냐.
그러니 현실이 궁핍해져도 불평하지 말아라.
네들이 네들의 권리, 대중의 권리, 우리 후대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한 순간 불평할 권리도 근거를 잃었다.
벗꽃이 흐드러져 아름답게 보이는 풍경을 새벽부터 달려가 찍어대고 좋다고 낄낄거렸겠지만, 조까라.
어느 순간 그 벗꽃이 눈물나게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질 때가 올거다.
내 삶이 정치와 상관없다고 믿는 병신같은 새끼들아.
조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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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전진만 할 수 없고 후퇴 후 일보 전진을 한다고들 위로한다.
난 이런 말들에 위안을 받을 수가 없다.
지금처럼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보편화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선 그 배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앞으로도 정치에 관심을 갖기 힘들 것이며,
더더욱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극심해지고 피폐해질 거다.
그걸 바꾸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였던 4.11 총선을 날려버린거다.
대선까지 이 상태라면, 이 나라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
불과 4년 남짓한 시간동안 만신창이가 된 이 나라,
그들이 다시 집권하면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이득을 챙길 것이고 이 나라는 더이상 일말의 희망도 없이 민주주의의 가치가 농락될게 안봐도 뻔하다.
생각해보시라.
이 정권에서 사법부까지 동원해서 벌였던 이 어처구니없는, 수많은 상식이 완전히 무시되었던 사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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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 명은 이 나라의 대중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착을 종종 표현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연민과 애착이 전혀 도움이 되는 때가 아니다.
맹렬한 비판과 정말 현명한 대중 운동의 지혜가 오히려 필요할 때다.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언제 짤릴지 모르는 직장, 취직하기는 너무 힘들고, 소득은 줄어드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피폐해진 삶이 정치와 관련이 있고,
어떻게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를 효과적이면서도 거부감없이 알리는 두뇌가 정말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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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남.
당신들은 답이 없다.
어처구니없는 도덕적 문제가 불거진 이들이 하나같이 당선되는 꼬락서니를 보면 댁들은 답이 없다.
지역적인 구도로 몰아넣고 비난을 해보긴 처음이지만, 이번엔 욕을 참을 수가 없다.
조까세요.
예전 직장 내 같은 부서 여직원과 회식 중 나눈 얘기가 기억난다.
나,부장님 : OO씨는 대구출신이죠? 혹시 정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하세요?
OO씨 : 아무래도 제가 대구출신이다보니까... 그렇죠.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준을 출신 지역을 근거로 얘기한다는게.
그때 난 다른 모든 대구 사람들이 그럴거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일반화는 하지 않지만 붉게 물든 현황표를 보면 다들 그렇군...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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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답답한건,
이번 결과로 언론노조 파업은 더욱 제대로 일이 풀릴 리가 없어졌다는거다.
기세등등한 저 파렴치한들이 노조원들의 주머니가 텅텅 비어갈 때까지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런 행위로 인한 광고수익의 일부 하락정도(그닥 크지도 않더군)는 이미 영리적 목적보다 정치적 목적이 강한 임원진들이 눈하나 꿈쩍안할테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노조원들에게 손배소를 하면서 압박할 일만 줄줄이 남은 듯 하다.
지금의 mbc,kbs 노조 파업이 이렇게 맥없이 꺾이면 공중파는 완벽하게 재기불능의 편파방송이 될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고 미칠 것만 같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