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517 리움(Leeum), '금은보화(金銀寶貨) - 한국 전통공예의 미' → 리움, '미장센 (Mise-en-Scene) - 연출된 장면들 → '이태원 '마카로니 마켓 (Macaroni Market)'
'금은보화 - 한국 전통공예의 미'를 보고,
아래층에서 전시 중인 '미장센 - 연출된 장면들'을 보러 내려간다.
따뜻해 보이는 가족이 옆을 지나가길래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노출을 확 올리고 찍어버렸더니 재밌는 사진이 나오더라.
얼굴이 나오지 않아 따로 양해를 구하지 않았는데, 좋은 모델이 되어주셔서 감사.
아...
토마스 데만트, 그레고리 크루드슨, AES+F, 양후동... 익숙한 작가 이름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 시야에 들어온다.
아다드 하나 (Adad Hannah)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이 우릴 반긴다.
로니 혼(Roni Horn)이 관계가 없을 듯한 대상의 사진들을 레이어처럼 배치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그 연결고리를 고민하거나,
혹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을 던져준 것과 달리 아다드 하나의 이 작품은 철저히 영화적인 구조로 흘러간다.
대상을 접사로 표현한 앵글에서 시작하여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그녀를 둘러싼 정보들이 점점 드러나게 되는 구조인데,
이와 같은 양식은 영화에서도(특히 히치콕등)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관람자는 점점 시각적 정보가 확대되면서 그녀가 처한 상황이나 심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관람자가 영상의 대상에게 감정을 이입해가는 과정에서
뜻밖에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세트에서, 그것도 무척... 현실적이지 못한 세트에서 벌어졌음을 알게 되는 반전의 미학을 설파한다.
이토록 그녀를 둘러싼 정보의 확대.
그 끝은 바로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세트장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토마스 데만트의 전시를 열었을 때 봤던 작품.
이건 오스트리아의 한 시청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해체한다는 소식을 듣고 토마스 데만트가 가서 확인한 후 재현한 작품.
종이로 모두 재현한 뒤 다시 사진을 찍은 작품이다.
예전에 얘기한 바 있는데, 토마스 데만트의 작품들은 모두 종이로 제작된 후 이를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으로 찍은 뒤 작품은 모두 파기하고.
결국 남는건 사진뿐인데, 그때 의문이 생긴다.
이 기록으로 남은 사진 속의 모습은 실제일까? 아니면 허구일까?
여러 전시를 통해 자주 접해온 러시아의 아트 프로젝트 팀 AES+F의 작품.
Last Riot라는 작품을 본 분들이 많으실거다.
그들의 작품은 늘 고전적 회화의 형식과 상업 필름의 느낌이 혼재해있다.
작품 속에선 다양한 현대 세계의 갈등, 이념, 부조리가 비현실적이면서도 모호한 거리두기로 표현되어 대단히 염세적인 느낌을 준다.(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역시 AES+F의 작품.
이 작품은...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보자마자 바로 어떤 영화의 한 장면같다는 걸 아실거다.
나도 이 작품을 보자마자 '어? 이건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물어(동경이야기)인데???'라고 바로 얘기했으니까.
정연두 작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재구성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나...
그레고리 크루드슨(Gregory Crewdson)의 세 작품이다.
난 이렇듯,
기시감있고, 모호하며 불가해한 작품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나스 달버그(Jonas Dahlberg)의 'Invisible Cities'같은 미디어 작품을 연상케하지만, 그 작품과는 모호하게 차이가 있다.
그레고리 크루드슨의 작품은 멈춰진 스틸 이미지이지만 그 자체가 연속적인 시간 중의 한 구간을 응축해놓은 서사의 일부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느낌이 작품을 바라보는 내게 수많은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연상케하는 느낌이고.
이 작품도,
그리고.
이 작품도.
특히 이 작품은... 정말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양푸동의 '다섯번째 밤'
진기종 작가의 미장센.
*이외에 인상깊었던 작품으로는 이브 수스만 (Eve Sussman)의 10분 러닝타임의 미디어 작품 '알카자르의 89초'가 있다.단지 한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 고전 회화를 마치 연속적인 서사를 갖춘 듯 재현한 작품으로 10분동안의 롱테이크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작품을 마주하는 내 눈엔 저들은 허구일 뿐인데, 그 허구 속의 이미지들은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고(녹음에도 공을 기울였다) 날 것 같아서 흐르듯 호흡을 가다듬는 카메라를 따라가다보면 대단히 깊이 몰입이 되어버린다.난쟁이로 나오는 이는 우리에게도 [the Station Agent/역무원]으로 잘 알려진피터 딘클리지(Peter Dinklag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