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주년 기념여행
130525 경북 영주시 '부석사' → 봉화군 닭실마을 '청암정' → 봉화군 석천계곡 → 영주시 풍기읍 '역전한우숯불식당' → 문경새재 리조트
130526 경북 상주시 '흥암서원' → 경북 상주시 '부흥식당' (석쇠구이) → 충남 보은 '삼년산성'
영주시 '부석사'에 들른 후 바로 달려온 곳은 경북 봉화군 닭실마을에 위치한 우리 선조들의 고전적이고 단아한 정원인 '청암정'.
영주시를 지나면서 느낀 점은 영주시내를 비롯, 도시 자체가 대단히 한적하고 또 정갈하다는 점이었다.
그 어떤 지방 소도시보다 훨씬 정비가 잘 되어있었고, 도로 상태도 좋았다.
심지어 작은 가게들의 간판까지 모두 정비되어있어 놀라기도 했고.
영주시 봉화군 역시 고택들이 많다지만 대단히 보존이 잘 되어있었고 권세있는 집안들이 자리를 잡은 곳이라는 느낌을 단번에 받게 된다.
닭실마을은 충제 권렬 종택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그런 충재고택의 정원이 바로 청암정이다.
집 서쪽엔 3칸 독서당인 '충재'가 있고 8칸 정자를 바위 위에 지어 '청암정'이라고 지은 것.
청암정으로 들어간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청암정.
잘 보시길.
그리고 다녀올 분은 조금 서두르시는 것이 나을 듯 하다.
닭실마을을 안내하시는, 역시 문중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충재 고택을 개방하다가 개념없는 진상 관광객들로 인한 폐해가 깊어져 폐쇄한데다가
청암정도 어처구니없는 사진사들과 관광객들때문에 개방을 계속 할지의 여부를 무척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_-;;;
고택의 문을 벌컥벌컥 여는 것은 예사고 들어가지 말라는 곳도 푯말을 치우고 들어가고,
장독을 마음대로 열었다가 머리핀이 빠지자 '이 머리핀이 얼마짜리인줄 아느냐, 꺼내라'며 성화인 답답한 나이쳐먹은 종자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역사를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는 민족.
늘 말하지만 그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왜냐하면 역사 속에서 조금도 배울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독서당인 충재와 청암정.
우리 나라 정원은 늘 이렇다.
서양의 정원처럼 계획적인 구조를 지니지도 않고, 중국의 정원처럼 어마어마한 스케일도 아니고, 일본의 정원처럼 오브제를 자신들의 가치에 끼워맞추는 법도 없다.
그냥 자연의 모습 위에 가볍게 숟가락 하나 얹는 정도에서 끝을 낸다.
그리고 그 구조물도 자연에 맞추어 동화되어간다.
난 이런 한국식 정원의 가치를 너무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안타까운건...
내 라이카 X1이 단렌즈 환산화각 36mm이고, aipharos님의 카메라가 후지 X100 환산화각 35mm인데 이 환산화각으로는 제대로 청암정의 모습을 담을 수가 없다는거.ㅎ
그래서 눈에 꾹꾹 담아가지고 왔다.ㅎ
청암정으로.
신발을 벗고 정자를 올라갈 수 있다.
신났다. aipharos님.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은 aipharos님이 짰다.
난 그저 따랐을 뿐.
이런 여행에 aipharos님이 짜놓은 일정은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으니까.
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청암정도 곧 폐쇄될지 모른다니 그리 만든 무개념이 답답해진다.
이제 청암정을 나가서 인근에 위치한 석천계곡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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