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God Forgives/ 온리 갓 포기브스] (2012)
Nicolas Winding Refn (니콜라스 윈딩 레픈)
2012 / 90min / Denmark, France, US
Ryan Gosling(라이언 고슬링), Vithaya Pansringam(비타야 판스링감), Yayaying Rhatha Phongam(야야잉 라타 퐁감), Kristin Scott Thomas(크리스틴 스캇 토마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Alexandro Zodorowsky)는 영화 좀 보는 분들이라면 그 이름 한번 들어보지 않은 자가 없을 겁니다.
영화는 생각만큼 많은 분들이 보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큼은 전설처럼 남아있죠.
우리나라에선 그의 영화를 컬트의 범주에 넣어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의 영화들이 결코 헐리웃과 화해하지 못하고
미국의 심야상영관을 전전했는지를 제가 잘 알지 못하니 이 부분에 대해선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조도로프스키의 영화 중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성스러운 피/Santa Sangre]에서도 드러나지만,
그의 영화에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남성성에 대한 증오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웨스턴 영화가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마르크시즘을 결부시킨 영화로 갈팡질팡할 때 웨스턴의 리얼리티를 깨부시고 기이하고도 서사적인 신화의 공간으로
철학적인 물음을 이뤄낸 [엘 토포 / El Topo], [엘 토포]에 열광하여 존레논이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던 그의 차기작 [홀리 마운틴 / Holy Mountain]등
영화사에서 그만큼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며 수많은 철학적 함의를 가득 담은 영화들(종교, 신화, 프로이드, 융...의 수많은 상징들이 영화에 담겨있습니다)을
비타협적으로 만든 감독은 그리 흔하지 않죠.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조도로프스키 감독을 언급하는 이유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의 최근작이니 2012년작 [Only God Forgives/온리 갓 포기브스]가 바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쥬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명확히 언급돼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정말... 오래전에 우연찮게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 빌려서 봤다가 열광하게 된 [Pusher/푸셔](1996, 이후 두편을 더 연출합니다.
푸셔 시리즈 세편 모두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푸셔]나 최근 라이언 고슬링이 열연하여
극찬을 받았던 [Drive/드라이브]처럼 상식적인 영화 구조를 유지하는 영화도 발표하지만, 그만의 색깔이 대단히 뚜렷한, 난해한 영화들도 종종 발표합니다.
[Bronson/브론슨]은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영화이고, 매즈 미켈젠이 열연한 [Valhalla Rising/발할라 라이징](2009)은
지금 얘기하고자하는 [Only God Forgives/온리 갓 포기브스]와 시대적인 배경은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정적인 분위기에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잔혹한 이미지가 펼쳐지는 면에 있어서는 영화적 성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칸느에 출품되어 평점 1.5점(만점이 4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받고 경쟁에서 탈락한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와 관객의 극과극 평가는 누구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영화적 설명이 거세되면 대단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면이 강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철저히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은 영화라고 봅니다.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고뇌를 뒷받침할만한 친절한 설명이 전혀 나오질 않거든요. 단편적인 대사들만으로 인물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고
그들의 과도한 폭력을 납득시킬만한 설정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영화 구조에 익숙한 이들은 이 영화가 이미지만 넘치는 허세 영화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죠.
게다가 한가지 더, 이건 저 개인적인 느낌이었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은 지나칠 정도로 평면적입니다.
[Drive/드라이브], [the Place Beyond the Pines/플래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사실상 똑같은 캐릭터로 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미지가 [Only God Forgives]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죽하면... 버라이어티지에서 이 영화 속에 무척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인테리어 벽지가 라이언 고슬링보다 감정이 풍부하다고 말했겠어요.
캐릭터의 성격상 대사가 없는 건 이해가 가는데 여전히 그는 [Drive/드라이브]의 Driver를, [the Place Beyond the Pines]의 Luke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간지나는 수트빨은 빼고 얘기합니다.ㅎㅎㅎ)
오히려 초반에만 출연하는 주인공 줄리언의 형 빌리(Tom Burke)가 짧지만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주더군요.
그의 연기 덕분에 이야기의 실타래가 그나마 끊기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특히... 초반부 그 매춘방에서 뒤돌아선채 고개만 돌려 쳐다보는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캐릭터들은 지향점없이 부유합니다. 이게 의도가 되었든 아니든 몰입에는 방해가 되는게 분명해요.
문제는 캐릭터들만 부유하는게 아니라는거죠.
주무대가 되는 매춘이 가능한 클럽의 인테리어를 비롯한 영화 전체적인 미장센도 불균질한 느낌이 있어요.
이 공간은 조도로프스키적 공간이라기보다는 끈적거림을 싹... 거세해버린 데이빗린치의 공간에 가까운, 불가지한 공간입니다.
현실과 망상이 구분을 잃은채 부유하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그 공간 자체가 비현실적인 유령의 공간같은거에요.
그 공간에 섹슈얼리즘과 폭력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는 극도로 붉게 표현되는 벽과 길잃은 스크립트를 대변하는 듯한
검은 어둠은 주인공 줄리언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캐릭터와 미장센이 묘하게 밸런스가 안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지가 너무 파편화되어있고 피상적인 느낌이어서 난데없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어요.
하지만,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주목할만합니다.
처단을 기다리며 구석에 내몰린 캐릭터는 eye-view에서 계산된 조명과 함께 처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캐릭터와 캐릭터의 감정의 합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육체간의 폭력은 knee-level과 절대 부감으로 대비되며 프레임 안에 움직임을 가둬버립니다. Only God만이 바라볼 수 있는 시점처럼 말입니다.-_-;;;
이외에도 시내에서 동선이 크진 않지만 쫓고 쫓기는 장면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는 인물에 집중하면서도 캐릭터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도발과 응징의 방향성을 서로 대칭의 방향으로 잡아 무척 깊은 인상을 줍니다.
(장을 처단하려는 태국 폭력배, 그리고 도망 이후에 처단당하는 폭력배의 동선이 정 반대방향이에요)
경찰이지만 자경단의 느낌이 더 강한 '장'으로 열연한 비타야 판그링감은 이 영화에서 자비없는 폭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의 끔찍한 폭력은 폭력에 경도된 폭력의 이미지이며, 범죄를 응징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응징이라고 느껴져요.
조금더 범위를 좁혀보면 남성성에 대한 증오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줄리언의 엄마인 크리스털에 대한 응징은 빗나간 여성성을 처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그냥 전 그랬어요)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얘기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불분명하며 영화 자체에는 서사적이고 느릿느릿 춤을 추는 듯한 이미지, 과도한 미장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가 오히려 온전하게 영화를 수용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는 느낌마저 받거든요.
아쉬운 점만 잔뜩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건,
이 느릿느릿한, 대사도 그닥 없는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겁니다.
aipharos님도 처음엔 생경스러워하더니 곧 적응하고는 인상깊게 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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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휘두르며, 무예타이에 통달한 '장'을 연기한 Vithaya Pansringam(비타야 판스링감)은 [라르고 윈치 2]뿐 아니라
[the Hangover II/행오버 2]에도 출연했더군요.(전 [행오버]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만 2탄은 보질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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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의 액션에 실망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 것 같은데, 전 아무런 이질감없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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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차기작은 [Drive]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열연한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이 출연 확정된 [I Walk with the Dead]입니다.
인터뷰에 의하면 이 영화는 도쿄 또는 L.A를 근거로 한 호러 섹스 스릴러인데 섹스씬이 무척 빈번하게 나올 거라고 합니다.
캐리 멀리건이 출연하는 섹스 스릴러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_+;;; (미쉘 윌리암스와 달리 캐리 멀리건은 격렬한 섹스신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죠.
종종 노출이 있긴 했지만... 최근엔 스티브 맥퀸 감독의 [Shame/쉐임]에서 볼 수 있었구요-뭔가... 중년변태같아)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리메이크하겠다고 했던 마이클 앤더슨 감독의 1976년작 SF영화 [Logan's Run]은 현재 별다른 소식이 없더군요.
도쿄를 배경으로 한 섹스 스릴러... 스릴러라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 가스파 노에(Gaspar Noe)의 [Enter the Void/엔터 더 보이드]가 팍... 떠오르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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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의 상대역인 메이역의 야야잉 라타 퐁감은 [잔다라] 최근편에 출연한 배우더군요.
몸매가 정말... 엄청 나더라구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