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적지않은 사람들이 난감해하는 것은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너무나 태연하기 짝이 없는 상식의 몰락'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너무나 수많은 사안들에서 일일이 반박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많은 비상식과 부조리가 그 더러운 표피를 전혀 감추려들지 않은채 

보무도 당당하게 활보하는 꼴이니 이를 대하는 많은 이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을, 절망을 넘어 무기력을 느끼며 그 무기력에 잠식당하는 느낌이다.
분노해야할 일을 봐도 '이런 ㅄ같은 것들'이라며 쌍욕을 하면서도 동시에 무덤덤하게 넘어가버리는,
내가 이 모든 것에 대해 분노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국정원장이 이렇듯 당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는데도 불구속 기소가 되고, 재벌의 비리, 기득권의 비리를 까발렸다는 이유로 

평생을 국회의원을 하지 못하게 내몰리는, 누가 봐도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 공공연하게 만연한 지금의 현실이 속을 답답하고 매스껍게 울렁거리게 한다.
어찌되었든, 인정하기 싫지만 국민의 선택으로 옹립되었다는 이 정부는, 원전비리에 대한 시민단체와 재야,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기껏 발표한다는 말이 

'지난 정부들의 문제를 이 정부에게 책임전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옹졸하고도 파렴치함을 전혀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보여준다. 
억울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게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일텐데, 

이 막장같은 인간들은 '왜 우리에게만 뭐라고 하냐'며 자신들에게 자연적으로 계승된 책임에 명확하게 선을 긋는 짓부터 한다.
정권을 이어받았다면 연속된 책임 역시 이어받은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들은 '내가 안했으니 잘못없다'며 

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당연하게 종속된 계승적 책임을 거부하고 선을 긋는다.
이게 바로 파렴치한, 철학이 빈곤한 자들의 정치 논리지.

소위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 대형 커뮤니티에선 날이면 날마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마치 그 글들만 보면 도대체 우리가 작년 대선에서 왜 패했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지.
자신들의 근본적인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잘한 희생쯤은 각오가 되어있는 수꼴들과 달리 진보진영은 기본적으로 '리버럴한 시선과 태도'를 기본으로 깔고 간다.
추구하는 지향점은 같으나 이를 위한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가치의 비중도 사안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이건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모두가 똑같은 목적을 같고 동일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세상이 어떠한 참극을 불러왔는지 우린 근현대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았나. 
서로의 다른 목소리가 조율되며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 건강한 진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거다.

그런데...
이렇듯 진보성향이 강한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하루에 약 2,000개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글들과 그 덧글들을 보다보면 섬뜩한 느낌이 들 때가 어디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여성들에 대한 극단적인 일반화와 폄하, 범죄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글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자주 보인다. 
남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극단적인 일반화는 피해의식과 결부되어 경멸과 혐오로 드러나는데, 이들은 서슴없이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저주를 퍼붓곤한다. 

이전에는 사실 이러한 혐오의식이 글 내용에서야 드러나곤 했는데 요즘엔 제목 자체에 'XX년, X년'이란 글을 주저없이 달아놓고 

모든 여성들이 그러는 양 경멸과 혐오를 퍼붓는다.
범죄에 대한 대응 역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마땅히 죄값을 치뤄야할 폐륜이나 범죄는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아래 달리는 댓글들의 수준은 도를 넘어 섬뜩할 수준인 경우를 수도 없이 목도하게 된다.
'저런 놈은 몽둥이로 조져버려야한다', '이런 새끼 죽여버려야지'...
특히 철없는 중고등학생들의 무개념 행동에 대한 글이 올라올 때면 더더욱 가관이다.
'이런 놈들은 몽둥이로 다스려야한다', '죽지않을 만큼 맞으면 말들을거다', '학생의 인권만 얘기하니 이렇게 되는거다. 교사가 맘놓고 체벌할 수 있어야한다'...
이런 글을 보는 나는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글을 쓰는 이들은 자신들의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명확히 드러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옹호하는 그 '몽둥이'가 거대한 여론이 되었을 때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잣대를 통해 휘둘려질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몰상식이 바로 건강하고 다원화된 사회의식을 꿈꾸는 이들의 진정한 절망이다.
이는 파렴치한 정부와 기득권의 작태에 환멸을 느끼는 좌절과는 격이 다른 무기력한 절망을 느끼게 해준다.
난 종종 들르는 대형 커뮤니티의 쪽지기능을 꺼버렸다.
이유있는 폭력을 옹호하고, 이러한 폭력적 단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시선이 하나둘 힘을 얻어가는 것을 보면(그것이 설령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의도한 것이라도) 

이에 대해 비판도 하고 반박도 해왔었는데 그러면 날아오는 수많은 육두문자가 섞인 쪽지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어 그냥 쪽지기능을 꺼버린거다.
상대방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 난독증, 그리고 여기에 성급하게 화부터 내며 이죽거리는 것이 마치 도도한 것인양 

잘못된 난독으로 인해 줄줄이 달리는 비난도 한두번 경험한게 아니다. 동시에 그런 경우를 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마치 이러한 대형 커뮤니티를 통해 답답한 현실에서 자신들을 옭죄어온 수많은 스트레스를 모조리 다 풀어내버리는 듯,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비아냥거리고 몰려가 두들겨패는 이 현상이 날이 갈수록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으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기만 한다. 

이해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을 하다가 문득, 
집에서 책상에 앉아있다가도 문득,
창 밖을 보면 속이 갑갑해지고 온갖 상념이 날 억누를 때가 있다.
나 혼자 살고 가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내 아들이 앞으로 살아야하고, 내 아들이 앞으로 가정을 꾸릴 지도 모르며, 

또 가정을 꾸린다면 아이를 키울 지도 모르는 이 땅에서 아들이 부딪히며 살아가야할 일을 오지랖스런 마음으로 걱정하게 되는 탓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지금을 마음껏 즐기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해라라고 말하기보다 도움을 청하는 어르신들도 조심해라, 

이웃집 아저씨를 조심해라, 저 아이와 놀지 말아라, 학교다녀오면 학원가라, 대학못가면 거지된다...라고 말하는 이 세상이, 

이 말도 안되는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이 모습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수긍하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미치도록 답답해진다.
하지만,
내 아들이 살아가야할 땅이고, 만약 아들이 가정을 꾸린다면 그 가정과 계속 살게될 지도 모를 땅이며, 

혹시라도 아이를 키우게 될 지도 모르는 나라이니 난 이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일말의 희망을 계속 품고 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 나라는 미쳤어.
이 나라는 끝났어.
라고 수도 없이 뇌까리지만, 그리고 절망을 느끼고 조금도 희망을 얘기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선 내 아들이 살아갈 이 나라에 대한 작지만 아주 강렬한 불빛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그 작지만 강렬한 희망은 내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벽 5시에 깨어나서 잠이 안와 뒤척거리다가 와이프와 아들과 찍은 사진을 정리하느라 한장한장 보고 있었는데 

사진 속에 담긴 와이프와 아들이 웃음과 다양한 표정들을 보면서, 그 모습들 하나하나에 벅참을 느끼고 울컥함을 느꼈다.
아,
내 마음 속에도 아직 이렇게 뜨거운 사랑이 있구나.
그리고 이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있겠구나.
감상적이기 짝이 없는 생각과 결론이지만, 그렇다면 결국 아직은 희망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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