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이 사격부 코치 선생님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민성이는 사격 시작한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사격 훈련하는 걸 즐거워한다. 얘기들어보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고. 
학원 스포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과 인식 때문에 민성이가 좋아서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뿐이지 속으로는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수업은 시합 당일에만 빠지고, 시합 전날도 오전 수업까지는 다 마치고 현지 마지막 점검 훈련을 해서 기본적인 정규 수업에는 크게 지장이 없고, 

설령 학원을 다니는 아이도 충분히 배려해주는 등 걱정했던 것 만큼의 정규교육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더라.

무엇보다 이 코치 선생님의 훈련 방식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얼마전 사격부원 학부모 모임에서 내 바로 옆에 앉아 계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본인이 선수 생활을 할 때 위계질서,구타등이 너무 싫어서 

자신만은 정말 그렇게 가르치기 싫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이게 말은 쉽지만 많은 이들은 자기가 받은 대로 다시 그대로 돌려주는 법이 많지 않은가.
그 덕분에 아이들은 훈련 시간이 즐겁고 즐겁지만 그 속에서 책임감을 부여하니 집중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늘 이 학교 사격부원들은 전국 탑 클라스를 유지할 수 있는게 아닐까? 
라이벌 학교의 경우 시합 1주일 전부터는 밤 12시까지도 훈련을 한단다. 코치가 너무 엄해서 아이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주눅이 들고 코치가 보면 열심히 하고, 

시선에서 벗어나면 딴청을 피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하지만 자율적인 훈련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스스로 훈련을 시작하고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상동 호수공원을 3~5바퀴 뛰기도 하는 등 강압적인 훈육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훈련 방식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민성이가 우리에게 해준 말 중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다.
워낙 아이들이 쉽게 화를 내고 욕하는 중학교 반 분위기에 젖어들기 쉬웠는데 사격부는 선배들을 포함해서 자기 학년의 그 누구도 욕을 절대 하지 않는단다. 
코치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니 아이들 역시 구태한 위계 질서따위에 젖어들리가 없고 

그러니 민성이도 OO선배, XX선배하면서 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코치가 만들어낸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건전한 경쟁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민성이보다 먼저 사격을 시작한 같은 학년의 한 친구는 남다른 운동신경(부모님이 모두 운동선수 출신)에 천재적인 센스를 갖춰 진작부터 유망주로 꼽혀왔다.
민성이는 시작도 늦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어느 정도 자극이 되어 실력이 향상되더니 이번 첫 대회에선 그 친구보다 성적이 좋게 나왔다. 
일반적인 어린 친구들이라면 추월당했다고 판단하고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민성이가 이번에 자신의 성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라이벌 친구의 진심어린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 예선전에서 민성이가 자기 평소 실력에 무려 15점 가까이 못미치는 점수가 나와서 속상해하고 있을 때 그 라이벌 친구(말이 좀 이상하지만)가 이렇게 얘기해주더란다.

'내가 뒤에서 너 쏘는 걸 다 봤는데, 넌 초반에 잘 안된다싶으면 너무 조급해하더라. 총을 놓을 때도 낙담한 티가 나고, 총을 쏘는 타이밍도 너무 빨라진다'

라고 말이지.
덕분에 이후에 열린 마지막 예선전이자 시대회에서 민성이는 초반에 실수가 있더라도 너무 마음에 두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기가 쏘는 샷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던 버릇도 싹 버리고 한발 한발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러니...
내가 더이상 민성이의 사격부 활동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거다.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맡겨두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스스로 찾는다.
나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

난 민성이가 국가대표가 되거나 최고의 성적을 내거나, 그런 걸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
지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전력으로 부딪혀 보고 즐거움을 얻는 것.
나나 aipharos님이 바라는 건 정말 딱 그거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거.
우리 민성이가 그 과정에 서있다는게 자랑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난 주에 내가 최고로 꼽았던 영화 [키리시마가 동호회 활동 그만둔대]를 함께 본거니까.





시대표 선발, 시대회 동메달 획득을 기념하는 작은 케이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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