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tream Colr/업스트림 컬러]
Shane Carruth
Amy Seimetz, Shane Carruth, Andrew Sensing, Frank Mosley
2004년 [Primer/프라이머]로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겼던 Shane Carruth가 9년만에 들고 온 신작.
[프라이머]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호하고 난해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이 몰입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그만의 분위기는 더욱 극대화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가의 주관적인 이야기에 스스로 몰입하여 스토리를 나열하는 영화는 대체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하기 때문에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어떠한 메시지를 작가주의적 방식으로 필름에 담아내고, 그 결과물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러한 시도는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허우적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끝을 맺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Shane Carruth는 그러한 오류로부터 스스로를 물러나게 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대단히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들로 점철된 꽤 멋진 수작을 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기본적인 소재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최면을 유도케하는 애벌레인데,
사실 이는 이미 숙주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SF 영화들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왔던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애벌레를 달여 마시거나 몸에 들어가면 서로의 정신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숙주에 기생하는 외계인들이 서로 정신을 공유하는 영화들에서 접해봤던 소재이니 그닥 생경할 것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숙주에 기생하던 존재가 빠져나간 뒤의 현상이다.
대부분의 SF 영화들은 숙주에 기생하던 존재가 빠져나가면 기존의 숙주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간단히 결론을 내리거나
이야기의 중심축에서 해당 캐릭터를 빼버리는 방식으로 쉽게 결론지었지만, 이 영화에선 애벌레를 빼낸 이후에 애벌레가 다시 옮겨간 돼지라는
숙주와 동일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 서로의 정신을 공유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애벌레를 몸에서 빼내어 돼지에 삽입한 뒤 이 돼지들을 통해 이전 숙주였던 인간들의 정신을 엿보고 심지어 구속하는 샘플러(sampler)가 있다.
이 샘플러는 자신만의 레이블을 통해 음악을 작곡하는 창작자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그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엿보고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보면서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고, 애벌레가 몸에 기생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애벌레를 빼내어 돼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계속 쌓아나간다.
통제가 불가능해지거나 문제가 생긴 돼지는 인근 하천에 버려버리고,
하천에 버려져 죽은 돼지가 썩어 올라온 부산물로 피어난 파란색의 야생꽃들은 이를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에 의해 채취되어 도둑에게 보내진다.
그리고 도둑은 이 풀들과 이 풀에서 자라나는 애벌레에 최면 효과(?)가 있음을 알고 그러한 최면 효과를 이용하여 특정 개인의 모든 재산을 앗아가버린다.
크리스(Amy Seimetz)가 풀장에서 보여주는 장면에서 기독교적인 십자가 표식이 뒤로 나열되는 것은
이 영화가 분명히 sampler로 대변되는 전지전능한 신에 대한 저항과 부정의 알레고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마지막 크리스의 행위도 이러한 전지전능한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애벌레를 샘플러에게 부탁하여 빼내는 과정은 기독교적인 구원의 과정이며, 크리스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구속되어 있음을 느끼며,
제프(Shane Carruth)와 함께 샘플러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구도의 과정이며,
크리스가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행위는 전지전능한 텍스트 속에 갇혀버린 인간들에 대한 일탈과 해방을 의미하는 결말이라고 느껴진다는거.
얘기를 더하자면 어쩔 수 없이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죄다 이야기할 것 같다.-_-;;;
아무튼...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이며 영화의 이미지 하나하나가 대단히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
크리스 역을 훌륭하게 열연한 Amy Seimetz는 상당히 매력이 느껴지는 배우.
브릿 말링의 느낌도 있으면서 프랑스 여배우들의 영민한 느낌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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