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이미지는 모두 아이폰5S로 촬영됨-
원래 계획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의 리판(LiFan)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피곤이 풀리질 않아 그냥 리움으로 왔다.
어차피 이 전시도 보려고 했던 전시니까.리움은... 참 가고 싶지 않은데 외면할 수 없는 전시를 종종 한다.
민성이 초등학교 내내 방학마다 프로그램 수강한 것까지 다 따지면 리움에 적어도 50번은 온 것 같아.-_-;;;
리움이 좋든 싫든 이 공간은 언제봐도 인상적.
히로시 스기모토.일본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중 한명.기획 전시이므로 당연히 유료.
참... 올 때마다 느끼지만 공간은 정말 좋다.
사진 촬영 불가. 단, 휴대폰 사진 촬영만 가능(응???)
지난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휴대전화로는 촬영이 가능하고 일반 카메라로는 촬영이 불가능하단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방침을 세웠는지 조금은 알겠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이러한 방침이 전시를 온전히 감상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전시의 온전한 감상을 방해하는건 휴대폰 촬영도 만만찮다.
아무튼... 이 아래부터는 모두 민성이의 아이폰 5S로 찍은 사진들이다.
아무리 아이폰5S의 사진이 좋다고해도... 민성이 아이폰5S는 64G버전이 아닌 32G버전이고,
전시장이 상당히 어두운 편이라 좋은 화질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 이점 양해 부탁.
번개치는 들판 구성
난 정말 이 사진을 보고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무언가가 떠올랐다.아... 정말 이 저열한 인지 수준하고는.-_-;;;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는 그의 근작.
이 작품들은 40만 볼트의 전기를 금속판에 맞대는 위험천만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번개의 이미지란다.
리프렛에 의하면 스기모토는 초창기 사진의 발명가 W.H.F.탈보트가 사진 뿐만 아니라 정전기아 전자기 유도를 실험했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얻어
탈보트 평생의 연구 주제였던 '사진'과 '정전기'를 결합한 새로운 사진을 창안했단다.
듣기만해도 찌릿찌릿한 이 작품들은 민성이 말로는 신경계를 연상시킨다고 하네.
중딩 아들도 신경계를 연상시키는데...전시 그래도 꾸준히 봤다는 나는... 어휴...
하지만 스기모토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작품 자체가 전해주는 쾌감은 그닥 크지 않다.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말이지.
aipharos님과 민성군.내가 아이폰5S를 들이대니 민성이가 슬쩍... 뒤로 물러난다.aipharos님이 민감하게 반응함.ㅎㅎㅎ
1994년작 '알래스카 늑대들'
민성이 왈 '아빠 이거 진짜 찍은 걸까요?'
나 '그렇지 않을까?'
음...
aipharos님이 정리해준다.
이 작품은 스기모토가 뉴욕으로 이주한 직후의 대표작 중 하나란다.
이 사진은 실제 늑대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디오라마를 담은 사진이라고.-_-;;;
디오라마 자체가 어색한 분위기가 나는데 스기모토는 카메라와 세심한 조명을 통해 허구의 장면을 실재하는 기록 사진인양 탈바꿈시켰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사실을 기록하는 매체로 인지하고 있는 사진의 의미를 전복시키는 이러한 시도는 스기모토뿐 아니라 여러 작가들을 통해 접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엔 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종이로 현실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긴 뒤 작품을 파기하여 기록으로 남은 사진 속의 모습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호하게하던 토마스 데만트의 작품들이 말이다.
개념적 형태 (Conceptual Forms)
수학과 공학을 예술의 영역으로 연결시키려는 작가의 시도.
음악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우리는 봐왔다.존 케이지(John Cage)나 쇤베르크같은.
아주 스타일이 좋았던 두 여성 관람객.
aipharos님도 나도 무척... 좋아했던 '극장'연작.
그의 초기 대표작들인 극장 연작은 이곳에서 몇점 감상할 수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셔터를 열어놓는 장노출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단 한장의 컷으로 표현하길 바랬던 스기모토의 의도가 분명한 작품들.
이렇게 장노출을 통해 공간의 역사성, 현실과의 모호한 이미지를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은 수도없이 많다.
하지만 스기모토는 마치 칸디다 회퍼의 사진이 지닌 서사적인, 유령의 공간으로서의 느낌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시간을 압축하여 표현해낸다.
아하...보자마자 바로 느낌이 그냥.헨리 8세와 여섯명의 부인들.
보는 순간 이 사진은 진짜 초상인가? 아니면 연출된 초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내가 품은 이 의문 그 자체가 스기모토가 의도한 바라면 이 작품만큼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정말 오랜만에 헨리8세와 그의 여섯 부인들을 접하니...
영국의 전설적인 키보디스트 Rick Wakeman(릭 웨이크먼 - ELP의 멤버였으며, Yes의 멤버이기도 했던)의 솔로 음반 중 'the Six Wives of Henry VIII"이 생각난다.
사실 이 음반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지만...-_-;;;
'Anne Boleyn' - Rick Wakeman
앨범을 전체를 들으려면 이 파일을 감상.
이제 2층으로 올라가기 전...
바다풍경...을 보고 간다.
하늘과 물이 수평선을 중심으로 나뉜 '바다풍경'.제주의 바다들을 담았다.
이제... 2층으로 올라간다.
간다라 시대의 불상.
민성이도 말했지만 확실히 우리가 그동안 봐온 불상과는 형태 자체가 다르다.서양사람이라는 느낌도 있고.
불상이 전시되어있는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영상을 선사하는... '가속하는 부처'
5분 48초짜리 영상.
13세기 초에 지어진 교토의 사찰 산주산겐도 내의 천수관음보살 1001개를 담은 연작들.
그리고 과거의 전통과 격변하는 현대의 예술에 대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적인 고찰의 결과물로 구현된 5분 48초짜리 미디어 아트.
눈을 뗄 수 없었던 '5원소'
우주의 기본 5원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본의 전통오륜탑의 형태를 차용한 작품이라고 한다.
오륜탑을 카메라 렌즈의 재료인 광학유리로 만들어 작지만 분명한 질량이 느껴지도록 구현했다.
오륜탑의 각 층마다 주변의 사물을 받아들여 보여주는 이미지가 명상적이다.
단순히 주변을 받아들여 보여주는 각성과 자성의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보다시피...
오륜탑은 모두 각각 다른 바다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의 바다, 발틱해, 티레니아해, 북태평양, 북대서양, 오호츠크해, 영국해협, 카테갓 해협등... 각기 다른 17개의 바다를 끌어안은 안식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된 작품 중에서,
가장... 일본 작가다운 느낌이었고,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정말 맘에 들어서... 아이폰5S로 사진을 제법 많이 찍은 듯 하다.
아이폰5S의 한계가 있어 아쉽지만...
이 작품이 부처의 바다.
상당히 인상적인 전시.
어쩔 수 없구나...
리움에 발을 딱 끊어버릴 수가 없어.
게다가 히로시 스기모토는 첫 국내 전시.
자...
밥먹으러 가자.
*
휴대폰만 촬영이 가능하다고 해서 라이카 X1은 렌즈캡도 씌운 채로 손에 걸고 다녔는데...
자꾸만 사진찍으면 안된다고 네번이나 스탭들에 의해 제지를 받아 기분이 영... 안좋더라.
방침이 있고,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테니 이해는 하는데 아예 카메라 렌즈캡도 씌우고 사진찍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데 자꾸 찍지 말라니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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