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aipharos님이나 저나 'the Incredibles'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삐딱~한 편견을 갖고 있는 저로선, Pixar 스튜디오의 작품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등등에서 대단히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Pixar의 작품만큼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한정적인 경계로 구분짓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우리 민성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DVD인 [Iron Giant]를 발표했던 Brad Bird 감독이 Pixar의 신작인 [the Incredibles]를 연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저는 정말 오지게~ 기대에 기대를 했습니다. 실망을 주지 않았던 Pixar의 기술력에 Brad Bird 감독의 놀라운 재능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하는 기대였지요. 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된 [the Incredibles]는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답니다. 이토록 기대를 했는데 기대를 넘어선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지요.
이 영화의 극한의 디테일은 그렇다치고,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캐릭터가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있고 감정이입되긴 처음이었답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초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고(누구에게 치우치지도 않고 말이죠) 신드롬의 명대사도 등장하며, 팜므 파탈의 이미지도 꽤나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일상에서 꿈과 희망을 접어둔 채 찌들어 살아가는,
정말 일반 가정과 같은 일상의 모습들은 그야말로 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요. 식탁에서 질긴 고기를 잘라준다거나, 영웅놀이하다가 밤에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 그리고 대화, 말다툼... 저녁 식사 도중에 벌어지는 가족 간의 옥신각신... 이러한 일련의 일상의 디테일들이 너무 사실같아서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은 잠시 잊어버리고
인간적인 가족들에게 점점 감정이 이끌리게 되는 나 자신을 보게 됩니다.
많은 분들께선 이 영화가 Pixar의 이전 작품에 비해 감동이 없다고 하시던데, 그 부분은 누구나 주관적일 수 있지만,
감동이란게 꼭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위해 준비된 휴머니즘만을 의미하는게 아니지 않나... 정말이지 반문하고 싶어요. 이런 일상의 소소함을 통해 이 캐릭터들의 성격과 현재의 문제, 그리고 진정한 갈등을 보여주고,
이것이 극복되는 과정을 버무리는 여유로운 구성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있는 갈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이지 전 그 어떤 Pixar의 작품보다 이 작품이 가장 감동적이고 따뜻했답니다.
물론... 또 여기에 헐리웃 가족주의의 환타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꼭 헐리웃 가족주의라고 하지 않아도 이런 이상적 가족주의에 대한 공상은 자본주의 국가들 모든 곳에서 이상화하고 있는 것이니...
굳이 삐딱하게 볼 필요없다고 봐요.
게다가 이 영화는 결코 수퍼 히어로에 대한 환타지가 아니지 않나요????? 현대 가족의 일반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히어로와 액션,
안티 히어로와의 대결로 은유해서 표현하는 작가적인 의도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DVD를 구입해서 아들과 다시 봤습니다. 아... 정말 이 DVD 죽음 그 자체더군요. 내용은 이미 뻑이 간 상태지만, 화질이 이건 눈을 의심케 합니다.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실사적 퀄리티를 지니면 도대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무엇이냐는 의견도 많고
저도 [the Animatrix]의 1부인 스퀘어 프로덕션의 에피소드에선 모셥 캡춰하고 그냥 이미지 입힌, 말 그대로 실사와 근접한 느낌에 주력한
그런 애니에는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상상력을 근간으로 자유로운 캐릭터를 상상해내고
그걸 표현하는 tool로서의 실사적 디테일이라면 그거야말로 이상적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the Incredibles]는 바로 그걸 보여준 영화구요.
10점 만점 perfect movie입니다.
** DVD 2편에 갓난 아기인 '잭 잭'의 에피소드가 단편으로 들어 있습니다. 흐미... 죽음입니다. ㅋㅋㅋ
민성이에게 Playstation 2를 사주지 않은 이유는 이 콘솔게임을 갖고 있는 아이들치고 게임 중독이 아닌 아이들이 별로 없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콘솔보다 PC를 먼저 익숙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이유 중 하나다. PC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지금 PC는 일상의 생활과 동격시 되고,
전원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만 생각하기엔 현실은 사실 거리가 멀지 않나. 이왕 할거면 PC에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시간 동안 허락된 PC게임이다. 물론 와이프는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얘기하고, 나도 심히 반성하고 있다.(-_-;;)
민성이가 지금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MechWarrior 4인데 이 게임은 실제하지도 않는 Mech(로봇)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장르로 불리워진다. 이 정도의 평가를 수긍할 만하게 이 게임은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적용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던 날아다니고
인간과 같은 움직임을 하는 로봇들을 철저히 무시한다. 장착할 수 있는 장비도 한계가 있고, 전진도 자동차 시동걸 듯 급발진이 불가능하고, 후진도 잠시 멈추는 과정 후에 가능하며,
하늘을 나는 것은 고사하고 살짝 점프 정도하는 점프젯을 이용하고(이것도 중량급 이상의 메크는 이용못한다)
레이저 위주의 무기를 사용하면 과열로 메크가 정지해버린다.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다른 게임을 뒤져보다가 내가 과거에 꽤 많이 구입했던 PC 패키지 게임들을 오랜 만에 꺼내봤다. 사실 게임의 특성상 난 구입하고 플레이하고 바로 팔곤 했는데 아직도 박스 채로 메뉴얼, 구성물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게임들이 꽤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0년에 구입했던 '플래닛 문 스튜디오'의 야심작 'Giant Citizen Kabuto(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이다. 'MDK'라는 놀라운 TPS(3인칭) 액션게임을 선보인 '샤이니 엔터테인먼트'에서 코어 인력이 설립한 회사가 바로 '플래닛 문 스튜디오'다. 이 게임은 당시 거의 모든 해외 게임 사이트에서 90~97점에 이르는 엄청난 평가를 받으며 출시되었다. 비주얼은 당대 최강이었고,
게임플레이 역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소문에 혹해 난 국내에 정식 발매된 이 게임을 구입했고 그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다. 일하는 시간 외엔 이 게임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국내에선 정식 발매까지 되었지만 불법CD의 여파와 무관하게 바로 떨이처분으로 들어갔고 삼성몰등 몇몇 쇼핑몰에서 5,000원에 판매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래도 아직 재고가 다 소진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이토록 놀라운 게임이 왜 이렇게 실패했을까? 인간과 유사한 과학 무기 위주의 Mecc, 활과 마법을 사용하는 Sea-Ripper, 엄청난 거구로 오로지 힘을 이용하는
Kabuto를 모두 플레이해야하는 스토리를 지닌 이 놀라운 TPS(Third Person View-3인칭 시점:물론 이게임은 FPS,
즉 1인칭 시점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액션 게임인 이 게임이 실패한 이유는 사실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내 PC의 사양은 PIII 866, 256MB, 32MB VGA였다. 2000년 당시 이 정도 사양이면 고사양을 요구한다고 악명높은 FPS 액션게임을 풀옵션에 1280*1024정도로 돌리기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심한 절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Mecc가 다섯명이 되고 기지를 건설, 방어하며 상대 본거지를 파괴해야하는
Mecc의 마지막 미션이나... 엄청나게 돌진하는 토착 거대 야수 Charger를 무력화시키는 미션에선 엄청난 스와핑으로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미 공개된 정식 스샷에서 이 게임의 놀라운, 그야말로 경이로운 그래픽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내가 진정한 그래픽을 보기 위해 풀옵에
1600*1200으로 돌렸다가 바로 디테일 옵션을 낮춰야 했고, 덕분에 세밀한 캐릭터는 엉성한 폴리곤 덩어리로 변하곤 했다. 내 PC의 사양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당시에도 스타크래프트를 하기에 충분한 PC면 OK!라는 국내 PC 게이머의 취향에 이 게임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단행한다는 것 자체가어불성설... 결국 이 게임은 재고 창고로 직행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해외의 경우도 심하면 심했지 비슷했다.
난 이 게임을 플레이한 후 내가 여지껏 해본 게임 중 가장 놀랍고 재미있었던 게임으로 '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를 주저없이 꼽는다. 'Half-Life'도 아니고 'No One Lives Forever'도, 'MDK'도, 'Starcraft'도 'Doom', 'Unreal Torunament'도..아닌 '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
엄청나게 광활한 map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길이 아니어도 제트팩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넘나들 수 있는 지형들. Mecc로는 수많은 무기와 건물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적들을 상대하고, 전략 시뮬레이션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으며,
Sea-Ripper로는 활과 마법을 이용(Undyiing은 비교가 안된다)하고 도중에 해상 레이싱 경주도 즐기며, Kabuto는 엄청난 거구를 이용해
무조건 힘으로 몰아부치는, 거기에 덤으로 다양한 공격 모드를 선사해주는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성을 갖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2005년인 지금봐도 각지고 단순화된 땅(Terrain) 디테일을 제외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과 세밀한 캐릭터,
얄미울 정도로 똑똑한 적 캐릭터의 AI(야들은 공격만 당하면 바로 숨고 이동한다)는 지금의 게임에 비춰봐도 절대로 밀리지 않으며
그래픽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은 되려 지금도 압도하고 있다. (그 당시 출시된 'Sacrifice'라는 게임도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줬으나 '자이언트'에 비교할 바는 못되었고 게임성도 내겐 다소 실망스러웠다)
만약 이 게임이 지형의 티테일만 약간 보강된 채 지금 시점에 나왔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당시 해외에서 전략 시뮬의 혁명이라고까지 불렀던 'Homeworld'가 'Starcraft'에 길들어 새로운 것을 멀리하던
당시 PC 게이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PC 패키지 게임이 리핑 게임의 여파로 사실상 고사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뭐... 지금 나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만약 콘솔 게임과 공동 플랫폼을 형성하고 출시되었다면 당시처럼 처참하게 외면받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인간과 유사한 Mecc가 사용하는 장비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제트팩 대신 돌처럼 위장하는 장비도 있고, 방어막을 일정시간 사용할 수도 있고, 휴대용 자동 화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아...물론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 거기에 지뢰와 수류탄은 기본이며 무기도 다양하다. Sea-Ripper의 델피로 플레이하면 다양한 화살과 마법을 쓸 수 있다. Kabuto는 다양한 공격모드를 가진 거인으로 뭐... 무조건 힘으로 밀어부친다.점프력이 거의 압권이다.
*** 이 게임이 놀라운 점은 그 광활한 맵(산악으로 많이 이루어진)을 로딩없이 자유롭게 드나든 다는 점이다. 이 점은 기본 미션이 있음에도 실컷 다른 짓을 해도 무방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장점은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그 즐거움의 느낌이 대단하다. 게다가 갈 수 없는 곳이 없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도저히 못갈 곳도 어찌해서 노력해보면 갈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의 공간을 인정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별의 토착민인 스마티 종족의 코믹함은 뭐... 흐~. 이들을 잘 먹여줘야 건물도 짓고 방어도 할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은 전략 시뮬의 성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3인칭 액션이다. (키보드 'R'키만 누르면 1인칭 액션으로 즐길 수 있다)
**** 아래는 이 게임의 스크린샷이다. 풀옵으로 돌릴 경우 아래 스샷은 전혀... 비교가 안된다. 아마도 중간 정도의 옵션으로 저해상도에서 돌린 화면을 캡춰한 듯 하다. 실제 게임 화면은 장난이 아니다.
수많은 은유를 간결하게 영상에 꾸려 넣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재능이다. 주인공 열일곱 소녀(?)의 이름이 마리아인 것도, 더군다나 '기품있는' 마리아인 것도, 그녀가 마약용기를 수없이 삼켜 위 속에 가득 메우는 것도, 그녀가 임산한 사실도, 미국의 거리가 스캐닝되듯 흘러가는 것도, 콜럼비아의 적막함과 비활력적인 모습이 정적으로 고정되는 것도, 그녀가 블랑카를 귀국 비행기편에 보내며 뒤돌아서서 남게 되는 것도... 모두가 수없이 점철된, 하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의 적절한 아니, 탁월한 은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에 마리아가 미국의 도시 속으로 묻혀 삼켜져 버리도록 끝내지 않는다. 이건 무척 중요한 의미같다. 여느 영화였다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도심 속으로 함몰되거나 군중 속으로 함몰되며 부감으로 솟는 시퀀스였을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의 마지막은 정면을 응시한다. 한없는 상념을 드러낸 얼굴을 하고, 그녀의 뒷모습은 조금도 보이질 않는다.
여의도의 꽃바람이 불어와 설레이게 만들었는지... 느닷없이 꽃놀이가 가고 싶어져 아들녀석을 꼬득였다. 그러나 아뿔싸......... 여의도와 인천대공원의 지리적 차이를 미쳐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이 한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꽃놀이에 꽃이 없다. 거기다 바람까 불어 영~~~~ 놀이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코끼리 열차를 코앞에서 놓치고 기다리다 발견한 돌 장기판. 장기보다 더 좋아하는 알까기를 하자며 열심히 돌을 줍는다. 그런데 저 돌들을 보라! 사진에서 더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성이의 돌은 대빵 크다.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니 가장 작은거랑 하나 바꿔준다.
내것중 제일 왼쪽에 있는 가장 큰돌이 민성이의 배려. 하지만 그 의기양양함도 잠지 손이 좀 아팠을 게다. 민성이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결과는 나의 봐주시 '패' 아들 기분 업 시켜주기 '승'
돼지랑 염소 우리 앞에선 과자를 사주지 않자 입을 사정없이 삐죽이고 (많이들 과자를 던져주는데... 날마다 얼마나 많이 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금지한다고 들을것 같지 않은 일이라 나하나 만이라도 하는 맘에서...) 타조 우리는 털이 다 빠져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을 차마 보여주지 못하고 아이의 시선을 돌려 걍 지나치고 처음 들어가보는 조류 우리 안에선 좋아라 한참을 쫓아 다녔지만 야속한 원앙이 민성이를 외면해 위의 사진은 의욕상실한 표정
조류 우리안은 꽤 아기자기 한 새들만의 세상으로 잘 꾸며져 있다. 아주 작은 폭포 앞에 있는 아주 짧은 다리. 그 다리 난간에 매달려 노는 아이 그리고 겁많은 울 아들은 무척이나 조심 조심 개울로 내려오는 중.
예쁜 새구경에 빠져있다 무심코 보니 나가려고 한다. 나가는 민성이를 쫓아가니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멀리서 지켜보니 돼지한테 달려갔다 다시 또 달려 오기를 서너번. 과자를 던져주던 이들이 부럽고, 민성이가 주는 것을 잘 먹어주는 녀석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고싶었나 보다. 글쎄 새 모이를 한움쿰씩 집어다 돼지들에게 주고 있었다. 모래랑 섞여 뭐가 모이고, 뭐가 모래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도 녀석들은 꿋꿋이 먹는다.) 담에 올땐 꼭 꼭 꼭 녀석들이 좋아할 먹이를 가져오자 약속했다.
민성이가 찍은 염소 사진 우리안에 들어갈수 있게 문이 열리는데... 시진속의 아저씨를 쫓아 들어갔다 저 염소가 따라오자 너무 놀라 안에서 당겨야하는 문을 밀기만 하다 "엄마 빨리 문 열어줘~~~~~" 울먹이며 나온후 찍은 사진.
동물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올려다 본 한없이 푸른 하늘
내려오다 물레방아 앞에서 찾은 기다란 나뭇가지 민성이에게 근사한 활이 되어주었고, 활시위를 당기는 폼이 제법 근사해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을 머금었다. 거의 다 내려 왔을 무렴. 함께 노래를 부르며 걷던 민성이가 저만치 뒤쳐져 울먹이고 있다. 달려가 보니 배수구에 빠려 건질 방법이 없는 화살로 쓰던 나뭇가지를 어떻게든 건져 보려고 애를 쓰며 글썽이던 눈이 엄마를 보곤 울음보가 터져 말을 잘 잇지 못했다. 한참을 찾았지만 그에 못미치는 조금 짧음 막대 뿐이었다. 지금도 민성이 책상에 있다. 그치만 활은 위가 다 부러져 긴 새총처럼 변신했다.
지난번 대공원에 왔을때 샀던 연. 천덕꾸러기 마냥 집안에 굴러 다녔던, 버릴까도 여러번 고민했던 그 연이 고맙게도 너무나 높이 날아주었다. 지금은 잘 모셔두었다.
대공원에 오면 빠지지 않는 코스 뻔. 데. 기. 왠지 번데기는 어울리지 않고 "뻔"하고 힘차게 말해주어야 맛이 사는 영양만점 간식. "엄마 좀 징그럽다. 근데 맛있지 그치~이"
꽃이 피면 또 오자 했는데... 못갔다. 그 다음주에 심한 감기를 민성부터 시작해 나, 상현씨까지 차례로 앓느라... 4월이 다 지나갔다. 비록 흩날리는 꽃길은 없었지만 나름 재미나게 보낸 하루.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은 표면적으로 좌파우파의 대립이 다른 국면으로 치달아 내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나온 회고작이다. 누구나 알듯이 자본주의적 역사관은 언제나 순환주의적 역사관을 사랑한다. 우리는 아주 쉽게 과거의 사안에 대해 몇주년 기념식이라는 글로 기억될 과거사를 박제화하고 정체시킨다. 알든 모르든 이건 분명히 자본주의의 술수고 전략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이 68혁명을 다룬 영화임에도 정작 혁명의 본질적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성토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혁명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언제나 가두집회나 장외투쟁에만 있지 않으니까. 혁명은 언제나 존재하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건 이상일 감독이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근간으로 발표한 [69]에서도 보여진다.
이사벨,테오 남매와 매튜가 한달 동안 거의 옷입은 거 없이 집에서 뒹구는 모든 장면은 그야말로 라이히의 책들이 비주얼로 구현되어 보여지는 장면들이다. 이들은 누구나 떠들던 가족주의와 종속적인 성의식을 깨부수려는 시도를 한다. 그건 시도가 아니라 본능에서 나온, 그들의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 시도들이었지만... 하지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이점에 대해 제목에서 분명히 [몽상가들]이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이사벨이 매튜와 오럴섹스를 하던 중 옆방의 소리를 듣고 난데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나 매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알몸의 이사벨 옆에 드러누운 테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적인 가족주의의 공간이 이상으로만 깨부술 수 없음도 드러낸다. 라이히의 책들은 다시 먼지묻은 서재 속으로 쳐박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이러한 파격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확인한다.
결국 이사벨과 테오 남매는 68혁명의 실패를 이미 경험한다. 개인적 해방,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로서의 성격이 짙었던 68혁명의 모든 것이 이들 남매의 집 안에서 벌어진다.
자우림의 김윤아씨가 자우림을 비판 또는 비난하는 글들에 대해 답글을 올렸다. 그 글이야 loveyuna.com에 가면 읽을 수 있으니 굳이 글의 내용을 적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우림은 국내 오버그라운드 밴드의, 현재로선 대명사격이다. 싫든 좋든 그만큼 음반이 팔리는 밴드도 없고, 중요한 것은 그들만큼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밴드도 거의 없다.
김윤아씨의 분노에 찬 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한 적도 없고, 자우림이 김윤아 밴드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속이 상했을 거란 생각도 십분 이해가 간다. 다만... 김윤아씨 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를 김윤아씨도 똑같이 반복하는 듯한데 그건 바로 '싫으면 듣지 마라. 그리고 헛소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김윤아씨의 말은 분명 '근거없는 마쵸적 발상으로 비난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가지 읽다보면 '싫으면 관심끄고 조용히 해라'란 뜻으로 들리기가 십상이다.
물론 싫으면 듣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왜 싫은 지'에 대한 비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왜 싫은 지'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나불거리면 그야말로 찌질이 또라이가 되는 것이고, 김윤아씨의 논리대로라면 대부분은 하릴없이 남 욕이나 하는 찌질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에서도 회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나름대로 전개하고 다른 이와의 의견 충돌로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으로 상처를 혹...받게되면 사람에 따라선 회의시간에 아예 의견을 내지 않거나 의견을 내더라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가만 있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자신이 편한 대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저런 인간하고는 싸워봐야 내 손해다. 상종하질 말아야지'하는... 그런 생각으로 말이다.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은 놀랍게도 비난은 있지만 논쟁은 없다. 비약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 계시지만 사실이 그렇다. 잘 나간다는 웹진에 가보면 이건 논쟁이 아니라 육두문자 경연장이다. 사고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저 새X' 그리고 '나'의 대립구조 일변도다.
김윤아씨의 글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밴드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든 한국 현실에서 밴드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포장되던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나갔다. 자우림의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껏 일말의 발전도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의 말도 들어보면 분명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 김윤아씨 문제가 아니라 자우림의 문제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것이라고 김윤아씨는 말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밴드를 '계속 한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음악을 하고 밴드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자우림은 논쟁의 중심으로 나와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극복할 필요성도 있으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하나 더. 김윤아씨는 말미에 음악, 문학, 미술등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했는데 이건 '자의식 과잉'이란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김윤아씨의 실언이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 흘러서 창작을 하는 것이라는 말까진 이해하겠다는데 그것은 우리가 흔히 표현방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자의식 과잉'과는 거리가 있다는 거다. 김윤아씨의 솔로 음반을 들으면 뜻모를, 난해해 보임직한 가사와 탈장르적 표현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현학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음악양식의 표본이다. 자의식 과잉이란 자신의 세계와 추구하고자 하는 테제와 표현 양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삐걱거리면서 매너리즘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경우를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Radiohead가 [OK Computer] 이후에 발표한 음반들을 기억하고 있다. [Kid A]나 [Hail To the Thief!]같은... 이 음반들? 물론 누가 봐도 자의식 과잉이다. 자신들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자기 만족을 위해 창작한 듯한 음악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러한 이유로 '지나치게' 비난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구현 양식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반면 우린 김윤아씨의 솔로 음반이 어떤 비난에 시달렸는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도 그녀의 솔로 음반은 줄곧 시이나 링고와 그외의 몇몇 아티스트들의 '아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 그녀의 [유리가면]을 듣자마자 시이나 링고를 연상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천만에 말씀이다. 비슷하다고 다 욕하는 짓이야말로 찌질이들의 본성이다. 나나 많은 이들이 단지 그녀의 음반이 시이나 링고의 음악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음반은 내면의 고백이라고 하기엔 하염없이 처연하고, 처절하게 박제화된 느낌으로 뒤범벅되어 있다. 이게 진실한 육성고백이라면 대략 난감이다.
마지막으로... 김윤아씨와 비교되었던 시이나 링고의 뮤비 하나를 링크한다.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표현력, 음악의 컨셉등을 비교할 바는 아니다. 다만, 김윤아씨가 자신의 자의식을 과감히 깨고 더 멋진 음악을 발표하길 기대한다.
아이들이 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은 폭력적인 내용 이전에 이러한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나쁜 사람' 또는 '나쁜 존재'에 대한 구태한 표현이다.
이들은 으례 그렇듯 검정색이나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나오거나 피를 상징한다는 건지 빨간 옷을 입고 나오거나, 험상궂은 인상을 하고 굵고 위압적인 목소리, 또는 간사하게 자지러지는 목소리로 등장한다. 덧붙인다면 간혹 뿔이 달려 있기도 하며, 다 쓰러져 가는 음습한 집이 그들의 배경이 되곤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기 이전에 '나쁜 존재'의 반복적인 비주얼에 학습되어 검은 옷을 입고 눈을 부라리는 존재를 악인으로 자기도 모르게 고정화시킨다. 허... 오늘 민성이도 그러한 얘기를 했다. 와이프가 현명하게 충분히 수긍할 만큼 얘기해줬다. (민성이도 검은 옷을 좋아하니까)
지금도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머리 속에 뻔한 클리셰로서의 악인들을 형상화하고 고정화하고 있을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세상엔 점잖고 지극히 평범한 악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취향이 좀 남달라 나쁜 존재로서의 비주얼을 선호하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더더욱 음성화하고 감추려고 하지 않을까? 한때... 고딕메탈을 듣는 이들을 무조건 사탄신봉자라고 매도했던 일부 크리스천들 같은 사람들로부터 말이다.
국제 갤러리에 가려고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갈아탄 마을버스에서야 알았다 오늘이 만우절이라는걸, 전시는 이미 끝났다는걸, 럴수 럴수 이럴수가................ 버스에서 전철에서 가구 이야기만 했더랬는데 갤러리 안에 해체된 가구와 포장된 가구들로 보이는 커다란 천 뭉치들만 보고 나와야 했다. 너무나 아쉬운 맘을 주체 못하고, 벼르고 별렀지만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정말 가까운 어린이 민속박물관으로 열라 뛰었다.(시간이 많치 않은 관계로.....) (예전에 장혁이 출연한 모 통신회사(?) CF에 나왔던 공방 앞 벤치에서 포즈를 취하고 민성이가 찰칵하려는 순간 신호등이 바뀌는 바람에 것도 숲으로~~~ )
이 봄과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란 건물 The Restaurant 국제 갤러리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설치조각가 조나단 브롭스키 의 [걷는 사람]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만날수 있는데... 여기 서울에서는 국제 갤리러 말고도 그의 거대한 작품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서 [Hammering Man]과 과천현대미술관의 [Singing Man]이 있다.
차선책으로 선택된 어린이민속박물관을 향해 가는 좁다란 오솔길. 흙길은 언제나 우리에게 한박자 천천히 쉬어갈 여유와 안락함을 선사한다.
내가 좋아하는 지킴이 장승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노란 모자쓴 단체 관광객들이 저만치서 오고있다 쏼라쏼라~~~ "엄마 저 사람들 소리가 이상해" "중국사람들이야..." 화가 잔뜩난 목소리로 "중국사람이 왜 우리나라에 왔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중국인을 영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인상쓰는 중.
어린이민속박물관은 아이들의 눈높이 맞추어진 체험학습장이다. 너무 늦게 입장해 도우미의 도움도 못받았지만 나름 신나게 보냈다. 곡물을 직접 만져보는 코너에선 아이들의 장난기에 이리저리 섞인 곡물을 한주멱 꺼내 이름을 알려주는데.... 벌써 고사리손이 쬐끔씩 이리저리 움직인다. 더 섞기 전에 다음 코너로 이동. 여기는 장독대 장담그는 순서를 컴퓨터로 보고 있다. 된장만들기만 주위깊게 보고 고추장과 간장은 휘리릭
민성이가 가장 좋아한 집만들기. 어떻게 이루어진 집인지 알수있게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진 기와집 블럭들 하지만 지붕은 제법 무거웠다.
물레와 다듬이질 방망이가 무거워 몇번 하다 그만두었다. 멋진 담장무늬를 탁본하는 코너도 있었는데..... 너무 늦어서 폐장 시간이 다 되서 못하고, 우리의 옷 코너는 관심도 덜하고 하여 또 휘리릭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체험꺼리가 많다. 민성이가 못해본것도 있고 자세히 못본것도 있고 "엄마 여긴 다 놀이네... 너무 재밌다." 방방 뜬 민성이가 돌아서면서 한말. 그래 담에 또 와서 더 재밌게 놀자.
시간이 얼마 없지만 민속박물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그리고 나가시면서 둘러보라는 말에 들어왔지만 얼마 못가 "엄마 무서운건 아닌데.. 여긴 너--무 으시시하다 그냥 나가자" 조금 어두운 전시실에 우리 둘만 있기엔 나도 좀 으시시했다.
박물관 마당엔 옛 민속놀이와 원두막 그리고 연지방아 우물등 볼꺼리와 놀이가 가득하다. 민성이 머리만한 장기 말을 놓고 있는데... 수거용 상자를 들고 오시는 분을 보고 바로 내려 놓았고, 굴렁쇠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고 투호는 구멍이 너무 좁아 거기 모인 모든 이들이 실패했다. 하는것 마다 속상했던 울 아들은 금방 좋아하는 전차로 뛰어갔다. 앞 뒤로 왔다 갔다 움직이지도 않는 전차가 뭐그리 재미나는지 여기도 앉아보고 저기도 앉아보고 이봉에도 매다리고 저봉에도 매달리고...
원두막이 왜 좋을까? 정말 궁금하다. 올라가서 조심스레 걸어보다 뛰어 다니고, 사다리로 내려가서 엄한데로 내려오고 자랑하듯 이렇게도 내려올수 있다며 사다리 사이로 내려오는 웃긴 묘기도 부리고 그렇게 한참을 놀다 해가 꼴딱 넘어서기 직전에 안녕 담에 또올께 인사를 했다. 입을 쭉 내밀고 뾰루퉁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돌담길에 있는 저것은 자세히 살펴보니 지도다. "민성아 우리가 어디 있을까?"
저만치 먼저 달려갔다 달려왔다. 지치지도 않나봐 집으로 돌아가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05.3.13 스킨쉽에 어색한 분위기가 혹시 울 아들에게도 있을까 싶어 우리가 안고 있을때 물어 보았다 "엄마,아빠가 이렇게 안고 있을때 어때?" 생일 선물로 받은 레고에 빠져 건성으로 "괴물같애 발이 네개 달린" 헉~~~~~~~~ㅠ.ㅠ
05.3.14 요즘 하루라도 걸르면 무슨일 나는 줄 아는 막대사탕 이전에는 오리온 투니스에 풍덩~~~ 그것만 먹었는데 요즘 바뀌었다
"엄마! 있잖아 요렇게 하니까 엄마 얼굴이 사탕만하네"
05.3.16 할머니께 잠들기전 인사하러 간 민성이는 일일연속극에서 새벽 잠결에 아내가 없는걸 발견한 남편을 보곤 "할머니 저 아저씨 왜그래? 남편이 없어서 그래" "민성아 저 아저씨가 남편이잖아" "그럼 여편이 없어서 그런거지?" 직접적이지 않은 호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구나 우리 개구장이가...
05.3.22 틈만나면 '김치송'을 흥얼거린다. "유치원에서 김치송도 배워 민성아" "아니 선생님이 그냥 틀어 놨어 배우지는 않아" 그래서 그런지 하루 하루 지나면서 몇마디씩 늘어나는 김치송 반쯤 익혔나 보다 반복되는 구절이 많아서 자꾸만 아는대로 돌림노래가 된다. "만약에 김치가 없어진다면 무슨 찬으로 상을 차릴까? 중국음식 일본음식 다차려 나도 김치 빠지면 왠지 허전해 김치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잊어 헤이 헤이 헤이" "엄마 근데 '헤이' 는 '이봐'잖아 그럼 <나는 나는 너를 못잊어 헤이헤이 헤이> 는 <나는 나는 너를 못잊어 이봐 이봐 이봐 네> "
05.3.26 해리포터 게임에 빠졌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울 민성이에겐 황금같은 단잠에 빠져 있을시간) 상현씨가 작은소리로 "민성아 해로포터 게임 있다" 놀라 눈을 게심츠레 뜨더니 "정말" "민성이 졸린가 보다 더 자" "아니야 벌써 눈이 떠졌는걸" 그리고 비틀비틀 거실 컴퓨터로 걸어 나온다. 한잔 하신 아저씨처럼
그날 이후로 매일 일찍 일어난다. 아침마다 밥알을 세면서 먹고, 양치질 하면서 물장난으로 시간을 다 보내 늘 전쟁 같았는데...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준비떄 더듬더듬 혼자 책한권 읽고, 후다닥 밥먹고, 씻고... 기다리던 게임을 하고 마지막으로 엄마랑 책한권 더 읽고... 얼마나 가뿐하고 즐거워 졌는지 모른다.
서양미술 400년展에 다녀왔다. 갈생각이 없었는데...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소개한 [필룩스] 400년전 초대권 이벤트를 심심풀이로 참여해 놓고 기한도 다되고 워낙 공짜운이 없는지라 잊고 있었는데.... 얼랄라 초대권이 날라왔네 기다릴 시간도 없이 기한 마지막 날에 부랴부랴~~~ 다녀왔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호두과자를 너무나 좋아하는 녀석이 계단에서 위험하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모습을 나는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하나 사주시고... 제법 쌀쌀한 바람 맞아가며 먹고 있는 공룡인지 레고 락시인지 알수 없는 이상한 녀석. 오늘의 포즈로 결정. 앞으로도 쭉------------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케잌을 먹으러 들른 까페엔 자리가 없고 이때다 싶어 다음으로 기약하고 올라가는 에스칼레이터 앞에서 다시한번 포즈 잡아주는 이상한 녀석 이번엔 자세 잡느라 먹느라 바빠 '캬아악~크아악~' 미쳐 못하고 찰칵.
2층 전시실을 다 둘러보고 갈증과 생리작용을 해결하고 잠시 쉬는 중. (초대권으로 산을 만들고 있다나 뭐라나) 버튼을 눌러 나오는 과정이 다 보이는 신기한(?) 자판기에 필꽂혀 무지 오래 쉬었다. 우리는 아직 제목이나 작가는 보지 않는다.
전체적인 느낌을 얘기하고, 어딜까? 무엇을 그렸을까? 살펴보고, 민성이의 엉뚱한 감상평을 부담없이 즐긴다. 내가 민성이와 함께 미술관에 오는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아름다움과 그때의 생각과 이상을 담는 그림을 즐기는것.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느낄수 있기에.... 경험으로 인한 친숙함이 없이는 제대로된 감정을 이끌어 낼수 없기에... 불편함과 낯설음이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들과 함께 미술관 가기
이번 전시는 입구부터 숨이 막혔다. 평일인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길게 늘어선 줄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볼수 있는 그림들 줄을 서서 관람하는게 아니라 자유관람인데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꼼꼼히 보는 이들이 많아 줄이 흐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든 그림을 다 보자는 생각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서서 관심있는 그림을 멀리서 한번 가까이서 한번. 그래서 못본 그림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림하나를 오래 봐서 그런지 2층 전시실을 보는데도 한참 걸려 꼬마녀석에겐 쉼이 필요했다.
3층 전시실에 마련된 고갱 코너에선 이날 들고간 제임스 메이휴의 그림책 "미술관에 핀 해바라기"에 나온 고갱의 [춤추는 브르타뉴 소녀들]과 비슷한 그림들이 몇점 있어 민성이의 사랑을 듬북 받았다.
3층 전시를 다 둘러보고 나와 엄마와 함께 기념촬영 "우리 서양미술 400년展에 다녀가요"
겨울. 너무 집에만 있었나 보다. 쉴새없이 얘기하고 방방 뛰어다니는 민성이의 웃음소리에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이번주엔 기다리던 장 프루베,샤를로트 페리앙,죠르주 주브,세르주 무이 가구전을 꼭!꼭!꼭! 가야지. 시간이 얼마없다.
3월이 시작되면서 부터 시작한 선물 고민하기 소원하던 해리포터 DVD를 받고부터 커다랗고 과한 디멘터가 들어있는 레고 해리포터 성을 간절히 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지고 비밀의 방에 나오는 과격한 체스에 빠져 체스판으로 점찍었는데... 마트에 갔다 원목으로 만든 체스판이 딸랑 하나 남아 있어 할머니께서 미리 선물해 주시고... 반지의 제왕을 보고는 롯데마트 갈때마다 가지고 놀았던 칼 두개로 ... 건담 갖고 노는 날엔 건담시드의 악크엔젤(?)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DVD 구경하는 우리를 보고는 슈렉2와 바이오니클로 그러나 결국 마트 장난감 코너에 가선 갖고 싶은게 넘 많아 고민에 고민을 더해봐도 결정할수가 없어 결국 내가 추천한 레고 나이트 킹덤으로 결정되었다.
그날 집에와 민성이 혼자 다 만들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눈물을 머금고 꿈나라로 향했고 다음날 일찍부터 막내 삼촌의 어릴적 레고로 적의 성을 만들고 온갖 레고 인형들을 총동원하여 아빠와 함께 대 전투를 치뤘다.
힘든 전투에서 승리한 콜로스 성의 황금투구를 쓴 깜찍한 영주와 그 부하들... (민성이가 이름 붙인 콜로스성, 아빠성은 검은색이까 블랙매디션)
오늘은 레고 상자 뒷면에 나온 다른 모양의 성을 보고 만든다고 다 부쉈다가 어찌나 짜증을 내는지 사진 하나만 보고 만든다는 것이 나도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러니 오죽 했을까 얼마나 속상했으면 눈물이 그렁그렁 저녁 준비로 못도와주면서 짜증부린다고 호된 소리만 한것 같아 많이 미안했다. 민성아! 내일엔 우리 함께 재미나게 만들어 보자
작년 가을 아웃백에 견학가 주방을 둘러보고 아이스크림도 만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지라 드문 드문 만나는 CF에 열광했었었고, 수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고도의 마케팅 절략이리고 할수 있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올해도 견학코스로 잡혀있던데...)
3월 10일 때마침 그때 아웃백 새로운 CF가 방송됐다. "아! 저기 가고 싶어, 저기 갈래, 우리 저기 가자"
다음날 저녁 뭘 먹을까? 물었을때... 어김없이 "거기, 거기 있잖아 캥거루 나오는데..." 오늘은 민성이가 왕이니 왕의 어명을 누가 감히 어길수 있단 말인가 쿠폰도 출력못하고... 생일을 기념하여 처음 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우리가 간 지점의 실력 문젠지 T.G.I가 맛은 가장 좋은 듯하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나는 베니건스가 더 좋다.)
아웃백 실내 사진을 남기려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민성이 머리가 쑥 올라온다. 그 다음부터 카메라는 내가 들고있고 민성이가 셔터누르면서 그 찰라에 표정 바꾸기 놀이 시작. 정말 못말린다니까.
기념일 챙기기에 둔한 부부지만 어쩔수 없이 우리도 부모인가보다. 1년중 가장 큰 행사가 아들녀석의 생일이 되었으니...
민성아! 언제나 밝고 예쁜 아니 멋진 너의 웃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엄마의 아들로 때어나 주어서 정말 고마워 초슈퍼 울트라 무한대 백만 천만 사랑을 보낸다
회사일로 것도 일요일인데 급하게 가나아트센터에 갈일이 생겼다. 전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울 모자가 따라 나섰다. 야외에 전시된 조각을 둘러보고 지금 전시중인 [BLUE]도 둘러보고.... 전날 알았음에도 좀 있다 해야지~~미루다 결국 충전을 못해 상현씨 핸드폰으로 대신했다. 야외에서 사진찍는 소릴 듣고 어찌나 조르던지없던 룰이 급조 됐다.
요즘 밤이면 밤마다 호출해서 음악, 영화에 대해 실컷 떠든다. 얼마전 [Oldboy]를 보고는 한국 영화에 반했다는 그에게, 나름대로 괜찮은 추천 영화들을 소개해주었다.
생각보다 놀라우리만치 아시아 영화에 대한 식견이 대단한 이 친구. 덕분에 내가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와 아시아인의 미의 기준, 왜 동양의 영화에선 '공격적 성향'이 종종 발견되는지, 삶에 있어서는 전혀 공격적이지 않은 듯 한데 왜 그런지에 대한 나름의 대답도 들려주었다.
어차피... 우리와 그네들의 근본의 철학이 상당히 다름을 언제나 느낀다. 얼마전, 어느 프로덕션에서 기획한 다큐멘터리 중... 하나가 인간이 나는 것...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접근 방식이 상당히 흥미있었다. '서양인들은 기계를 통해 하늘을 날고 싶어했는데, 왜 동양인들은 신체를 통해 하늘을 날고 싶어했을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리고 난 잘 모르지만 어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서양과 동양의 차이점이 아닐까...싶다.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렇게 열띤 즐거운 대화의 말미는 결국 '여자' 얘기로 마무리했다. -_-;; 난 한국의 이나영...에 대해 소개했고, 그는 헝가리 최고의 배우인 Zila(? 갑자기 이름 기억이...)에 대해 소개해줬다.
다음엔 만화 얘기를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로세. 지구 저~~~편에 있는 친구들과 이리 얘기를 하다니 말이야. IRC하던 때 이후로 실로 오랜 만인 듯 하다.
자... 드뎌 마지막입나다. 하루에 한 다섯장씩 올려봤는데 워낙 관심 밖의 글이고, 이런 글을 꼬박꼬박 올리는 것도 결례인 듯 하여 어제 하루 쉬고 오늘 아침에 15장 다 써서 올려 버립니다.
36. [Florida] by Diplo -먼저 이 음반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음반이라는 점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 내겐 2004년의 BEST 50선에 들어갈 만 하지만, 혹자는 이 음반에 대해 대단히 모호한 평가를 하기도 하며,
AMG에선 별셋(다섯 만점), Pitchforkmedia에선 7.0(10점 만점)점 정도의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iplo란 설마...했던 'Diplodocus'의 줄임말이다. 본인이야 아들 민성이 덕분에 진작에 디플로도쿠스를 연상했지만
실제로 그 줄임말인 걸 알고 혼자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디플로도쿠스는 몸이 기가막히게 길었던 공룡의 이름이다. Diplo는 그룹이라기 보다 솔로 프로젝트라고 봐야 정확할 것인데, 그는 Tricky나 DJ Shadow(Lightshine 레이블의 히어로)의
장점을 끌어 오면서 대단히 하이브리드적인 음악적 포용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음반 [Florida]는 실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Florida의 단상등을 곡으로 표현 하고 있는데,
이 음반엔 Trip-Hop, Electronica, Rap 그리고 현악 앙상블이 그로테스크 하고 마이너 코드에 얹혀 시종일관 불길한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본인도 이 음반에 100% 호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첫곡 [Florida]에서 다가오는 이국적인 서정성과 이 음반의 재기넘치는 비트, 그리고 이질적으로 곡을 둘러 싸고 있어서
되려 생경한 느낌마저 주는 현악 사운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50선 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이 글이 50선이 될 지 60선이 될 지... 100선이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 또한 이 음반이 21세기를 위해 적어도 Amp의 [Stenorette]만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필청의 일렉트로니카로 뽑았다.
Diplo 'Florida'
37. [Now Here Is Nowhere] by Secret Machines 택사스 댈러스 출신의 커티스 형제가 주축이 된 시크릿 머신즈는 댈러스 출신이지만
현재 뉴욕 인디록 씬의 한 중추를 이루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애당초... 이들은 그들의 데뷔 EP인 [Septemmber 000]를 통해 뉴욕 인디록 씬의 최고 기대주 중 하나로 떠올랐었다. 데뷔 EP에서 독특한 포스트 펑크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이들의 정식 데뷔작인 [Now Here Is Nowhere]에 대해 혹자들은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으나 개인적인 느낌은 BEST는 못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록 음악이 지닌
70년대의 둔중한 헤비한 중량감, 그리고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드러밍과 베이스는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 역시 미국의 록음악이라기 보다는 되려 영국의 록 사운드에 더 근접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미국의 단선적인 곡구성과
발성의 창법보다는 영국식 록사운드의 외피가 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주며 도회적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시도가 뉴욕 씬에서 두드러지고 있고, 그들의 음악에서 짙은 먹물 냄새를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바다 건너 음악들 간의 이종교배가 어쩌면 또다른 새로운 음악을 생산하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38. [Fabulous Muscles] by Xiu Xiu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출신의 Xiu Xiu의 2004년작 [Fabulous Muscles]는 이들 음악의 결정판이다. 이런 음반이 나오면 으례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지만,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미루어 볼 때 이 음반이 최고의 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미안하지만, Xiu Xiu에게는 기대 이상의 '오버'음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니까. 전작도 만만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제이미 스튜어트의 격정과 분노의 보컬 과 시도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조밀조밀하게 엮여 있지 못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 는데, 이번 음반은 제이미 스튜어트의 분노 섞인 보컬과 팽팽하게 전개되는 다소 즉흥적 이고 강렬한 일렉트로 비트가 멋지게 직조되어 상당히 전체적인 밀도가 높은 음반이 된 듯 하다. 포크와 일렉트로닉, 그리고 익스피리멘털이 혼재된 본작은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끌어모아 유기적으로 밀도있게 구성한 2004년도의 걸작 중 한 장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앞으로도 Xiu Xiu가 이러한 진보적 음악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전술했듯이... 이 음반은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들여다보면 유난히 '오버'된 음반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39. [Joy Shapes] by Charalambide -31~35번째 음반을 언급하며, 현재 록씬에 부는 복고 바람이 단지 80년대의 신스팝등만 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며, 70년대 초반 전세계를 강타했던 아트록, 프로그레시브록까지 함께 불러내고 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Charalambides는 현존하는 그룹 중 가장 강력한 70년대의 German Psyche 의 족적을 따라가는
그룹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휴스톤에서 1991년 카터 부부에 의해 결성된 이들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와 folk을
자유롭게 넘나드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해왔다. [Joy Shapes]는 이러한 이들의 음악적 실험이 정점에 오른 음반으로, 수많은 선배 그룹 들을 연상케 한다.
이태리의 Pierrot Lunaire의 두번째 걸작인 [Gudrun](1974), Saint Just의 데뷔앨범 [Saint Just](1973),
독일의 아방가르드/싸이키델릭 그룹이었던, 윤이상씨의 따님인 윤정씨가 보컬로 있었던 Popol Vuh의 대표작 [Hosianna Mantra](1971)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그룹으로 David Allen과 Gil Smith가 버티고 있었던 Gong의 여러 음반들을 모조리 연상케 한다. 특히 21분 여에 이르는 탑트랙 는 불길하게 엄습하는 크리스틴 카터의 흐느낌에 가까운 보컬과 전방향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듯한 일렉 기타의 잔향과 클라우스 슐츠의 키보드를 연상시키는 미니멀적인 선율이 관념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놀라운 곡이다. 네번째 곡 역시 일상에서 평화로움을 찾기 힘든 도시인들의 모습을 풍자, 밤에도 시끄러운 소음을 통해
안정을 찾는(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어딜가나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등을 틀어놔야 잠을 자는... 이 영화 제목이 가물가물합니다)듯한
과도한 노이즈의 분출, 그리고 일시에 노이즈를 거두는 대비를 통해 음악적인 설득력을 시험해 보고 있다. 어쨌든 이 음반은 2004년을 대표할 만한 익스피리멘털 포스트 록의 정형으로 기억될 수작임에 틀림없다. * 톰 카터는 본인이 무척 좋아하는 Bardo Pond의 즉흥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40. [The Lost Riots] by Hope of the States -영국 서섹스에서 2000년에 결성된 5인조 그룹 Hope of the States의 본작을 2004년의 음반으로 선정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해외 유명 음악 잡지를 뒤져봤더만... 이들의 음반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했던
No Ripcord조차도 이들 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 끼워 넣지 않았다. 물론 본인도 이들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는 끼워넣을 순 없더라도,
이 음반은 미국의 피치포크가 5.6점(10점 만점)을 줄 정도로 아둔한 음반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미국의 피치포크가 이들을 혹평하는 것은... 어쩌면 이들의 그룹명이 앨버트 도이치가 1948년 미국의 정신 건강 상태을 조롱하여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던 'The Shame of the States'에서 따와서는... 아니겠죠???) 물론 이 음반은 정말 과도한 감정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른 생활 사나이들임을 자처할 만한 시적이고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이고 도덕적 이어서 킥킥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사와
시종일관 진지하고 감동을 유발하는 듯한 이들의 편곡은 사람에 따라 되려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가히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그룹이었던 Camel의 후기 범작 [the Stationary Traveller]에서
(남들은 걸작이라지만 난 이게 어째서 걸작인 지 이해가 안간다) 감동의 도가니탕 으로 몰고 갔다던
후반 기타의 처절한 절규...가 바로 이들의 란 곡에서 재현된다. 뿐만 아니다. 란 곡에선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숙연한 스트링과 강렬한 록음악도 듣는 이에 따라선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도한 대로 곡을 이끌어내는 곡 구성과 편곡은 보통이 아니다.
일정하게 평탄한 기조를 이루다가 점진적으로 증폭되며 절정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프레이즈를 반복하고, 이후에 급진적으로
다운템포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이들의 뻔할 뻔자 곡 구성은 이상하게도 진부하다기 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들려진다. 다양한 편곡 역시 결코 혹평받을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음반이 이들의 데뷔작임을 생각해보면 이건 놀라우리만치 완벽에 가까운 음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의 음반은 반드시 들어봐야할 2004년의 수작 중 한장이다. * 영국의 유명 잡지 NME(New Musical Express)는 2004년의 음반 50장 중에 본 앨범을 선정했다.
드뎌 이 음반 야그를 꺼내게 됐다. 이전에도 한 번 북구 그룹들의 우수함에 대해 살짝 언급한 바 있는데, 이 4인조 그룹 역시 스웨덴 그룹이다. 아마 2004년도에 발매된 음반 중 본인의 BEST 5 안에 들어갈 만큼 사랑하는 음반이 바로 본작인데 이들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무척 찾기 힘든 편이다(피치포크나 올뮤직닷컴에도 없다)게다가 이 음반은 엄밀히 말해서 2003년에 발매된 음반이니 2004년의 베스트에 넣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이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4년이고,
본작도 당연히 2004년에서야 해외에 알려졌으므로 순전히 본인의 횡포에 의해... 2004년의 베스트로 선정했다
(NME나 Metacric도 똑같이~ 이 음반을 2004년 베스트 10 안에 선정했으니... 뭐 나만 그런건 아니네요^^) 이들의 음반을 듣고 처음에 느꼈던 것은 와이프 홈피에도 예전에 올렸었지만 Jesus and Mary Chain의 몽롱하면서도 단선적인 느낌,
My Bloody Valentine의 환각 적인 음색에 달콤한 서정미를 살짝 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단번에 내 귀와 가슴을 사로잡은 이 음반은 이후 내 BEST 음반 중 한 장이 되었고,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본
해외 리뷰(NME와 Drowned in Sound)에도 나와 다를 바 없는 느낌들을 다들 얻은 듯 하다. 스웨덴의 인디그룹의 데뷔앨범이 이렇게 몽환적이고, 달콤하며, 풍요롭고,
서늘한 북구의 서정미를 실어 들려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 따윈 일체 느껴지지 않는, 엄숙주의에 대한 동경 따윈 찾아볼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음악에 음악만을
실어 날려 보내는 이들의 음악 사랑이 바로 가슴 깊이 와닿는 이 놀라운 음반은 2004년의 최고작 중 한 장임이 분명하다.
The Radio Dept - 1995
42. [Medula] by Bjork -Bjork(비욕)에 대해선 본인이 떠들어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정도를 넘어서 상당한 팬들에게 거의 '전지전능'에
가까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이 위대한 뮤지션은 이미 12세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으며, 역시 전설이 된 그룹 Sugarcubes를 통해 자신의 음악 철학을 구현하기에 이른다. 솔로로 데뷔한 90년대 초반 그녀는 록 역사상 기념비적인 음반들을 황당하리만치 즐비하게 쏟아내며
최고의 아방가르드 팝 아티스트(Avant Pop)로서 독보적인 위치 에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Dancer in the Dark]에도 직접 주연을 맡아 출연하여,
예의 그 기묘한 복합적 이미지를 거장이자 기이한 감독이기도 한 라스의 손에 의해 독특하게 재현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사실상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 중 한 명이며, 93년작 [Debut]이후로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아방가르드와 클래식, 일렉트로니카, 팝의
결코 현학적이지 않은 진중한 이종교배는 듣는 이를 비장미에 잠겨 숙연케하기도, 놀라운 희열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그녀의 2004년작 [Medula] 역시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특히 이 음반은 그간 일렉트로니카가 근간을 이루던
그녀의 음악이 보다더 자신의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 위주로 시도된 첫번째 음반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은 시종일관(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비욕의 목소리로 채워져 나간다. 도무지 형언하기 힘든 보이스로 듣는 이를 내면의 세계로
침잠시키며 기괴한 선율의 굴곡을 따라가게 만드는 이 놀라운 음반은, 여지껏 그녀의 디스코 그라피 중 가장 내면적이며 주관적인 음반이다. 간혹 이 음반에 팝적인 훅이 소멸되었다고 지적하는 국내/외 평이 있지만, 언제 까지나 반드시 팝적인 훅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란 법도 없으며 팝적인 훅이 반드시 비욕 음악의 특징이었다고 규정지을 수도 없기에, 본인은 이러한 내면 세계로의 다이브가
그녀 음악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도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언제 진보해야 하는 지 아는, 현명한 뮤지션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43. [Logic Will Break Your Heart] by The Stills 그룹 사운드라는 건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겠지만,
각 포지션 별로 서로의 개성과 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가는 생산적인 과정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솔로 플레이보다는 곡 전체가 화학 작용을 주고 받으며 평면적인 곡에 각양각색의 융기가 생기고
이것이 파동이 되어 청자의 귀와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파고 들 때 감동도 생기는 것이라고 난 믿는다. 작년 NEXT의 음악을 듣다가 정말 짜증이 나서 입에서 튀어나오는 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안그래도 진작에 신해철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 지독하게 회의적이었던 본인은 NEXT의 해체 인터뷰시
'더이상 라이벌이 없는 상황에서'란 말에 조소를 금치 못했고 그가 발매한 테크노 음악이 '알맹이없는 뮤직 인텔리즘의 극치'라고
정의했기에 이번 그의 컴백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탄의 신부>라는 우스운 제목으로 허섭한 연주와 텅빈 멜로디를,
완전히 따로 노는 연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이만큼 시대 착오적인 음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요사이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인디그룹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는 비록 해산했지만
놀라운 연주력을 들려주며 이 그룹의 구성원들이 각각 또달리 필드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할까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룹 사운드라는 것이 가진 유기적인 의미에 대한 고찰보다는 지나치게 음악적 엄숙주의에 빠져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음악적, 작가적 엄숙주의에 대한 해결책이나 다름없는 음반이 바로 캐나다 그룹인 The Stills의 음반 [Logic Will Break Your Heart]다. 시종일관 급격한 텐션 한번 없으면서도 이토록 귀에 달라붙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도 보통 능력이 아니며,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그룹 소개는 Drowned In Sound 지에 멤버들과의 인터뷰 내용까지 실려 있어서 이번엔 Drowned In Sound를 링크했습니다.
44. [The Decline of British Sea Power] by British Sea Power 의아하긴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대해 만점을 줬다.(허... 이 잡지가?) 오스틴 크로니클이 만점이 준 것은
이햐가 가고 No Ripcord가 90점을 준 것은 되려 생각 보다 점수가 적은 듯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만점을 주다니 말이다. 어쨌든... 대단히 조롱하는 듯 들리는 이 그룹의 그룹명(영국의 해군력이라니...)은 기가막히게 부연 설명하고 있는
음반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아... 이들은 영국 브리튼 출신의 그룹이다. 딴 나라 아그들이 아니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룹명과 음반 제목답게 이들은 핵시설, 체코 소설가등에 대해 노래하며
도스토예프스키와 찰스 린드버그의 범주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먹물 냄새나는 그룹이기도 하다. 이 음반도 사실 2003년 발표된 음반이지만 이 음반을 본인이 유독 늦게 접했고, 들어보니 필이 팍 꽂히는 터라
내 맘대로 2004년 BEST 50에 집어넣었으니... 혹 이에 대해 이의가 있으시면 쪽지나 댓글로 테러하셔도 무방하다 (우히히~) 2004년엔 마치 레드 제플린이 그리워서 음악하는 듯한 The Secret Machines가 상당히 놀라운 반응을 얻었는데
(사실 난 레드 제플린을 닮았다고 느낀 트랙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 그룹은 누구누굴 닮았다기 보다는
The Secret Machines처럼 순수한 록음악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표출된 음반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화제가 되었던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익히 듣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지가 않아
들어보지 않았던 것인데 뒤늦게 듣고는 진작 들을 걸...이란 생각에 좀 후회가 되긴 했다. 현재 여러 평론가들이 작금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하던데, 시대를 규정할 만한 기념비적인 음반이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음악씬은 사실 그러한 몇몇 특정 그룹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러한 음악들이 과거와 현재를 접목하며 나름의 시도를 통한 변증법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음악이 나오리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British Sea Power 역시 어느 정도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5. [A Grand Don't Come For Free] by The Streets 영국 버밍햄 출신의 백인 청년 Mike Skinner의 1인 프로젝트인 the Streets의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혹자는 the Street을 에미넴과 비교하곤 하는데(같은 백인이며 랩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미안하지만 이건 터무니없는 비교에 불과하다. 물론 the Streets의 음악에도 흑인 특유의 다운비트가 곡을 누빈다. 그리고 명쾌한 래핑이 떠나질 않는다.
다만, 래핑의 방식은 또다른 거라지 랩의 신성이자 천재인 Dizzee Rascal 과도 다르며, 에미넴과는 더더더더더더욱 다르다. 이 글을 읽는 분께서 에미넴의 팬이시라면 정말 죄송하지만,
The Streets가 얘기하는 가사와 곡을 관통하는 하이브리드적 실험과 재현 능력은 에미넴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그는 하릴없이 청춘을 허비하는 영국의 청년들에 대한 초상화를 가사에 담아 넣고, 이를 방관자적 자세로 관조하면서
되려 더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문학적 사유를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R&B, 일렉트로니카, 힙합등이 깡그리 일관적인 비트 속에 녹아든 표현력은 가사가 지닌 에너지를 무리없이 증폭시켜준다. 비록 the Streets가 미국 시장에선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이유는 전적으로 기존 Hip-Hop의 틀에서 변화를 모색하기 힘든
경직된 미국의 시장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이 음반의 보편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늘 미국의 자양분도 자신들의 토양에 맞게 변종시키며 진화시키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시도는 결코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the Streets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 래퍼인 Dizzee Rascal의 음반을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말이다.
46. [Showtime] by Dizzee Rascal -괜히 이제 약관도 안된 나이에 두장의 음반을 폭풍 속으로 몰아버린 이 영국 런던 출신의 어린 흑인 뮤지션을 주목하는게 아니다. 그는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거라지 랩'의 미래라고 표현했으며, 미국의 유명 음악 웹진인 Pitchfork에서도
대중 음악사적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며(피트 타운젠트, 모리세이등) 그들만큼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뮤지션 이름 링크 참조) 이제 바랄 것은 이 진정한 천재 뮤지션이 마약에 쩌들어 요절하지 않고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와 함께 거라지 랩을 진보시켜줄 것을 바랄 뿐이다. 지금 소개한 이 Dizzee Rascal의 거침없는 래핑은 미국의 힙합퍼들이 구사하는 래핑과 달리 정말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기름기가 쏙 빠진, 싸이프레스 힐등을 고속탈수기에 넣고 돌린 듯한 담백함이 느껴진다.(아마 Weiv 리뷰였던 것 같다) 거기에 Rascal의 곡들은 단순하고 명확한 샘플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래핑의 테크닉은 이미 단점을 지적할 곳이 없을 정도로
원숙하고 폭발적이다. 다만, 아직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보여주는 한 단계를 넘어선 듯한 전지적인 느낌마저 드는
사회적 통찰력은 부족한 듯 하나, 이것은 단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그의 재능이라면 쉽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자... 그의 놀라운 2집 [Showtime]을 들어보시길.
그리고 절대로 그의 놀라운 역사적 데뷔작 [Boy in da Corner](이것도 2004년작)을 꼭 들어보시길.
47. [Abattoir Blues] by Nick Cave and the Bad Seeds 닉 케이브는 또다시 사랑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전작인 [Nocturama]를 생각했다간 첫곡에서부터 이단옆차기를 당한다. 첫곡 는 사랑에 대한 노래라기 보다는 대상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강력하다.
코러스와 통속적인 리듬이 닉 케이브의 찌든 보이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1984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후로 쉴새없이 달려온 그가 음악적 변화를 반드시 모색해야 할 시점에서 발표한 2004년작 [Abattoir Blues]는
전작의 실패를 가볍게 뛰어넘는 곡들로 온통 가득하다. 진득진득할 '뻔'한 블루스 리듬에 실려 진중하게 다가오는 이나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보이스에 난데없이 직선적으로 터져 나오는 등 모든 곡들은 Nick Cave의 한계까지 몰아부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물 들이다. 천상 아티스트일 수 밖에 없는 Nick Cave가 앞으로도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 지에 대한 일종의 지표가 되기도 한 본작은 무엇보다
그가 매너리즘에 빠진 재탕 음반이 아닌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유난히 많은 그룹들이 70년대 아트록/프로그레시브 애시드 포크록과 정신적 교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특히 포스트 익스피리멘털 록 씬에 팽배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지금 소개하는 Excepter의 음반 [KA] 역시
독일의 스패이스 아트록(Space Art Rock)의 대표적 주자였던 Faust와 프랑스의 Space Rock 그룹인 Gong(David Allen과 Gill Smith가 이끌었던)
그리고 나아가선 독일의 Walter Wegmuller의 [Tarot]음반과도 상당히 유사성이 있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싸이키델릭의 모호하고 불분명한 사운드에 노이즈가 오버더빙 되어
심리적인 불안정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역시 정확하게 가사 전달이 되지 않는 주술적이고 부유하는 보이스를 덧입혀
대단히 혼란스러운 카오스 상태의 음악으로 정제하지 않은 채 방치해놓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실험적 사운드는 분명히 의도적인 것인데 미국 브룩클린 출신의 이들은 인간의 사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를 심리학적 분석에 따라 재분할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맞이할 혼돈과 이를 극복하며
자연히 발생하게 되는 혼란 속의 질서에 대한 실험을 맘껏 해내고 있다. 불을 끄고 볼륨을 높인 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의 형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stoned되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음악은 간혹 유체이탈의 경험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히 주관적이나 카오스 이론에 대한 심층적인 음악적 표현의 정점이란 생각이 든다.
49. [The Concretes] by The Concretes -유독 2004년의 BEST 50엔 영국, 미국 외에 스웨덴과 캐나다 그룹들이 많은데, 지금 소개하는 The Concretes 역시 스웨덴의 인디록 그룹이다. 이 그룹은 과거 이들의 대선배 그룹인 Keers Pink의 북구적 낭만성을 그대로 계승한 듯한 스웨디쉬 인디팝 그룹이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쉬운 듯이 보이나, 그 속엔 따스하면서도 이면에 우울한 서정미를 숨기지 못하고 있고,
각양 각색의 악기들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원초적인 사운드를 들려 준다. 어찌 들으면 이런 사운드는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들의 매력이라면
이 음반을 몇번 반복해서 들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중독된다는 데에 있다. 빅토리아 베리먼의 나즈막한 분위기의 보이스는 무미건조한 듯 들리기도 하면서 악기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더욱 매력적이다. 시간을 내어 반드시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음반임에 분명하다.
50. [The Futureheads] by The Futureheads -자... 이제 드뎌 50장째 음반이다. 그 많은 음반 중에 50장을 추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같다.
당연히 좋은 음반들이 누락되었고, 그 멋진 뮤지션들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난 괜히 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올리는 음반은 영국 선더랜드 출신의 록그룹 the Futureheads이다. 역시 2004년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그룹이다. 개인적으로 몇몇 트랙에선 조금 과장해서 Boo Radleys의 느낌마저 풍기는
(안다. 말도 안된다고 돌 던지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하지만 난 이상하게 Boo Radleys가 기억났다) 국내에선 유난히 이 음반에 대해 조용하던데, 뭐 물론 국내 음악 평론가들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음악사적인 트랜드세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명반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소 의아할 정도로 이 음반에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은 물론 본인의 베스트는 아니나 하이브리드의 홍수 속에서 록음악으로서의 순수성이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은근한 역습이다. 물론 이 음반 자체도 순수한 록 음악으로서 기능하느냐고 한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힘들겠으나
이 음반이 들려주는 건강한 발랄함과 재기넘치는 프레이즈는 흥겨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볍게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흔들어 보자. 스트레스 좌악~ 풀리게. 같은 곡은 놓치지 않아야 할 트랙이다.
이외에도 누락된 안타까운 음반들이 많은데...
[The Unrelenting Songs of the 1979 Post Disco Crash] by Jason Forrest -이 음반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인디 일렉트로닉의 수작이다. 이 음반이 빠진 건... 순전히 실수! 다 쓰고나니 기억이 나다니...
[Map of What Is Effortless] by Telefon Tel Aviv [Me First] by The Elected
[Hope and Fears] by Keane [Riot on an Empty Street] by The King of Convenience
[Who Killed the Zuton Fever] by The Zutons
[The Libertines] by The Libertines
[Ultravisitor] by Squarepusher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r] by Camera Obscura
31. [Espers] by Espers -2004년의 록음악 씬의 특징이라면 '복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장르 전반에 걸쳐 복고주의 경향이 대단히 뚜렷했는데, 일반적으로 80년대의 신스팝이나 네오 포크를 차용하던 범주에서 보다 확장되어,
작년엔 본격적으로 70년대의 아트록, 프로그레시브 록, 애시드 포크록등이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Dungen은 이미 그들의 앨범 [Ta Det Lugnt]에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을 재현해냈고,
Essex Green은 이미 열심히 70년대 브리티쉬 포크록을 차용하여 재창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포스트 록이나 익스피리멘털 음악들은 엄밀히 말해서 70년대의 진보 음악의 범주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이렇듯 70년대의 진보음악을 끌여 들여 차용하는 것이 음악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뮤지션들의
가시적 해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음악의 순수성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소개하는 Espers 역시 이러한 복고적 성향이 두드러진 그룹이며, Essex Green과 함께
가장 완벽하게 70년대 브리티쉬 포크를 재현한 그룹인 것 같다. (이들이 브리티쉬 애시드 포크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지만, 그룹의 리더인 Greg Weeks 는 미국 뉴욕 로체스터 토박이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정말 대단히 좋아하는 그룹이며, 이들의 음악은 어줍잖게 흉내내는 차원이 아닌,
깊은 마음 속에서 길어낸 아늑한 느낌을 전해주는 몽롱한 Acid Folk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해외의 리뷰에선 이들을 Donovan이나 Fairport Convention등과 비교한 경우가 있던데,
사실 Donovan이나 Fairport Convention 뿐만 아니라도 이런 애시드 포크는 당시 영국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즐비했다. 다만, 한 두장을 내고 명멸해 간 수없이 많은 그룹들과 비교해도 결코 그 음악적 깊이가 뒤지지 않는
진중함을 드러낸 Espers의 이 음반은 가히 2004년의 록음악씬의 경향과 미래를 한 번에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할 것은 이들이 프랑스의 궁중 포크 그룹인
Avaric(해외 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놀라운 음악적 완성도를 들려준다)과 너무나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팀 버클리나 닉 드레이크의 보이스를 연상시키면서 과거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즐겨 쓰던 음악 재생 장치인
멜로트론까지(악기가 아니라 재생장치임) 다루는 Greg Weeks의 놀라운 재능을 꼭 확인하시길...
32. [Bows and Arrows] by The Walkmen -아무래도 과거에 음악듣던 버릇이 있어서 인지 난 미국 록음악보다는 영국 록음악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Pixies나 Pavement등을 통해 미국의 인디 록 음악씬이 얼마나 탄탄한 지도 알았고, 그 뒤론 미국의 인디 록도 즐겨 듣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 지금도 영국의 록음악들을 편애한다. 그런데 근래 미국 뉴욕의 음악씬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지금 소개하는 The Walkmen이나 Strokes나 Interpol등은
모두 영국 록음악이라는 느낌이 확실한데 이들이 모조리 미국 뉴욕 출신의 그룹들이라는 거다. 미국의 인디 록씬은 확연하게 네오 거라지 록과 뉴욕 기타 록씬으로 갈리는 듯 한데, 위에 언급한 이들은 모조리 영국적 감수성을 끌어 안고,
그 표현 방식을 미국의 단선적 이고 다소 촌스러운 록음악이 아닌, 모던하고 메트로폴리탄적 감수성을 표현하기
딱 좋은 영국 록음악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덕분에 이 그룹들은 누가 들어도 영국 그룹일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하며,
이러한 특징으로 이들은 자존심 센 영국의 음악 잡지에도 매우 호평을 받았다. The Walkmen은 Strokes나 Franz Ferdinand처럼 거친 질감의 기타 사운드나 댄서블한 리듬은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이들 The Walkmen은 되려 영국의 7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음악(프로그레시브)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여느 뉴욕 씬과 달리 수려한 건반 연주도 놀라운 흡입력을 발휘하며, 보컬의 터무니없이 진지한 보이스 컬러와 감정을 선동하는 듯한
드러밍은 가히 뉴욕씬의 최고급이라고 할 만한 퀄리티를 들려 준다. 개인적으로 뉴욕 씬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며, 2004년 작인 [Bows and Arrows]도 좋지만
이 전 작인 2002년 작 [Everyone Who Pretended to Like Me Is Gone]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완성도를 갖고 있다. 어쨌든... 이제 뉴욕씬의 음악이라면 어느 정도 그룹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그렇게 무리는 아닐 듯 싶다.
The Walkmen - The Rat (Official Video)
33. [Good News For People Who Love Bad News] by Modest Mouse 이 음반이 이제 등장한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순서가 순위의 의미가 강했다면, 이 음반은 진작에 올려졌을 것이 분명할 만큼 본인의 애장 음반이기도 하다. 메이저 레이블로 스카웃 될 때까지도 이들은 인디 록씬의 '희망'이었고, 메이저 레이블 로 스카웃된 후에도 이들은
상업적인 사운드와 전혀 타협하지 않은 채 여전히 변함없는 음악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사실 본인이 영국의 록음악을 지독하게 편애하면서도 결코 미국의 인디 록씬을 무시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Modest Mouse, Pixies, Pavement, Flaming Lips, Mercury Rev, Elf Power등등등...과 같이 무수히 많은 그룹들 덕분이다. 극소수의 그룹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그룹들이 미국 록의 기저에 깔려 있는 컨트리 록의 혐의에서도 자유로우며,
무엇보다 미국 록의 단점일 수도 있는 단선적인 곡구성을 담백하게 구성하면서,
무언 중에 선동적인 감성적이고 건강한 멜로디를 구사하고 있다. Modest Mouse의 본작의 1~3번 트랙으로 이어지는 이 놀라운 건강함은 들어도 들어도 들리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 레이블인 Epic을 통해 2004년작인 본작을 발표하면서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 그들의 인디적 감수성... 그저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게다가 모두가 바보가 되어버리고 있는 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미국을 통쾌하게 조롱하고 있는 음반 제목만 보더라도...
이들은 결코 흔한 딴따라가 아니다.
Modest Mouse - Float On
34. [Final Straw] by Snow Patrol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영화 한 편을 머릿 속에서 만들게 되는 음악들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4인조 그룹인 Snow Patrol은 바로 그러한 그룹이다. 이들의 음악은 미국의 인디록과 상업적인 록음악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진솔하고 순수한 감수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와 동시에 결코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 라인을 들려주는 그룹이다. 첫곡 에서부터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멜로디가 포근하게 실려 들여온 후 에서 들려지는 단순하 리프의 직선적인 록음악은 영리하게도 듣는 이의 귀와 가슴을 만족시킨다. 이렇듯 평범하게 들리는 록음악이 두고두고 사람을 오디오 앞에 붙잡아 놓고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멜로디를 마구 날려주려면
어느 정도의 음악적 내공을 갖고 있어야 하는 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적당히 비트있고, 적당히 감상적인... 그러면서도 결코 촌스럽지 않은 이 그룹은 2004년의 보석과도 같은 음반 중 한 장이다. * 다섯번째 트랙인 는 제가 좋아하는 야구 게임... EA Sports가 만든 MVP Baseball 2004에도 수록된 곡이다. 뭐... 이 게임에서부터 이 곡은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한 게임이 끝나고 다음 날 일정을 넘어가기 전 메이저 리그 팀들의 로고가
빠른 속도로 점멸 훼이드 아웃되며 이 곡이 시작된다. 크아~ 멋진 연출이다)
Snow Patrol - Spitting Games
35. [Smile] by Brian Wilson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 음반에 전적으로 박수를 칠 수는 없다. 이 음반은 그간 내가 선호하는 음악의 범주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전형적인 미국 팝음악에 가깝다고 봐야 하니까.(그것도 60년대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음반을 듣지 않느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난 지금도 이 음반을 듣고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몇번 반복해서 듣고는 한다. 때로는 들려오는 선율보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의 비하인드를 알고 더 매료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아마 이 음반은 내게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브라이언 윌슨은 바로 그 유명했던 미국의 Surf'Rock 그룹인 Beach Boys의 멤버였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국의 비틀즈와 걸작 퍼레이드를 벌일 즈음, 브라이언 윌슨은 바로 이 음반 [Smile]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제로 라는 곡까지 거의 다 만들어 놨었다. 게다가 라는 싱글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고, 이 음반의 데모를 들어본
레오나드 번쉬타인 같은 위대한 작곡가는 같은 곡이 20세기의 중요한 곡으로 위치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Beach Boys에서 쫓겨난다. 이 놀라운 팝 싱어 송 라이터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Smile] 테이프는 화재에서 유실되어 버렸다. 결국 브라이언 윌슨은 회심의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2004년. 드디어 브라이언 윌슨은 자신이 애당초 희망하고자 했던 대로 [Smile]을 완성했고, 2004년의 가장 위대한 음반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음악 매체를 통해 찬사를 받게 된다. 이 음반에는 미국 팝 음악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로디로 들려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이 음반은, 라이벌이었으나 결코 넘을 수 없었던 거대한 벽 비틀즈에 좌절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던 브라이언 윌슨의 작가적 고집이 그대로 담아있는 음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이 음반을 자꾸 듣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한 채 말이다. * 브라이언 윌슨은 2001년 그를 기리는 수많은 뮤지션들과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26. [Pink Abyss] by Shalabi Effect 샬라비 이펙트는 해외에서의 놀라운 인지도에 비해 국내에서는 터무니없이 알려진 바가 없는 그룹 중 하나다. 포스트 록 그룹들(혹은 익스피리먼털 그룹들)이 대안적 음악으로 종종 활용하곤 하는 오리엔털리즘은, 그들이 자신들의 곡 속에 재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피상적이거나 선정적이어서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의 인용에 그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자라고 음악공부를 한 Sam Shalabi, 그리고 Anthoy Seck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Shalabi Effect의 음악은 즉흥적인 프리 재즈의
improvisation과 상대적 음계를 다루는 인도 음악이 지닌 공통된 접점을 찾아내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에 투영하는 작업을 해내는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두번째 곡인 에서 들려지는 스네어 드럼의 브러쉬 터치와 함께 끈적거리면서도 음산하게 다가오는 여성 보컬의 보이스,
그리고 그 속에 다이브한 기타의 노이즈(마치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듣는 듯한)가 팽팽한 정중동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매력은 한번 듣고 나면 정신이 묘연...해지는 정신적 환각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두 엄지 손가락 다 치켜 올려도 모자랄 2004년의 걸작.
27. [Power Out] by Electrelane 도통 들어본 적도 없는 희한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Electrelane. 영국 브리튼에서 결성된 여성 4인조 그룹인 이들은 Breeders, Tori Amos, Liz Phair,Indigo Girls, Helium등... 통상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하드코어 펑크씬에 맞서는 Riot Girl Scene(라이엇 걸 씬)의 대표적 주자이기도 한 Electrelane은
레즈비어니즘을 폭발시켜주는 역할을 한 인디 레이블 'Mr.Lady'를 통해 배출된 최고의 그룹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네명의 여인들인 이들은, 록이 결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음악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약에 취해 읊조리는 듯한 보이스에 반복되는 기타 프레이즈, 그리고 간혹 정신을 확 깨게 만드는 성가곡 또는 노동요를 연상시키는
정말 묘한 분위기의 곡에, 간간히 끼어드는 로우 펑크 스타일의 곡들이 이 음반엔 그야말로 전진배치되어 있다. 사실 이런 음반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받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평론가들의 고리타분한 사고와는 달리 이들은 이미 인디 록씬의
수퍼스타로 등극해 있으며,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 록씬의 실력자들이다
28. [Seven Swans] by Sufjan Stevens -이 음반은 이래저래 할 말이 많은 음반이다. Sufjan Stevens는 'The 50 States'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공공연하게 말을 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50개 주를 돌면서 각 주에 맞는 음반들을 발표하겠다는 뜻이며, 실제로 그는 첫번째 음반인 [Greeting from Michigan...]을 통해 미시거 주에 대한 애정을 담아 발표한 바 있다. 그의 프로젝트대로라면 이후엔 다른 주를 노래한 음반이 나왔어야 하는데 이 친구가 마음이 느긋...한 것인지
이 음반은 전작 [Greetings from Michigan...]에서 제외된 트랙 들로 채워진 일종의 '자투리' 음반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반을 절대로 '자투리'음반이라고 부르기 곤란하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본작이 더 애착이 가며, 보다 더 곡 자체가 풍요롭고 생기있다. 사실 예전같으면 '미발표 모음집'등으로 불리울 만한 이 음반이 높은 평가를 받은 1집보다 되려 더 정이 가니... 이 음반의 완성도를 가늠하고도 남을 만 하다. 평화로운 앨범 재킷만큼이나 이 앨범에는 때론 우수어리고, 때론 정겨우며, 때론 애잔한 포크 음악들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포크 음악이 네오 포크의 경박함을 거쳐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온 지금,
Sufjan Stevens는 Devendra Banhart, Iron & Wine등과 함께 가장 주목해야할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29. [A Foreign Sound] by Caetano Veloso -1968년 역사상에 남을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동명 타이틀 [Caetano Veloso]를 발표한 이후
그는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히게 된다. (브라질의 감옥 생활은 헥터 바벤코 감독의 근작 [Carandiru/카란디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옥 생활 와중에도 민중들의 들끓는 분노와 야유를 가라 앉히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음반 취입을 허가했고,
그 결과 1969년, 이른바 흔히 화이트 앨범이라고 불리우는 또다른 동명 타이틀 음반이 발표되게 된다. 어쨌든 이처럼 민중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를 시로 만들고, 시가 민중을 울리는 힘이 될 수 있었던 브라질의 민중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의 2004년작 [A Foreign Sound]는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온 거장의 나즈막하고도 사람의 가슴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음반은 전곡이 다 리메이크 곡이며 그 와중엔 커트 코베인의 Nirvana의 음악도 있는데 일단 들어보면 도무지 이해못할 정도로
놀랍게 편곡한, 아예 다른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리메이크라고 부르는 것이 대단히 민망하며, 카에타누 벨로주에겐 외국의 음악일 수 밖에 없는 이 음악들을
이토록 놀랍게 창조(이건 재해석이니 재구성이란 말이 어울리질 않는다)하다니... 그저 한없는 경외감이 생길 뿐이다.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걸작 [그녀에게]를 보면 도중에 어느 저택의 풀장 앞에서 앉아서 기타를 치며 사람들에게 란 노래를 들려주는 이가... 바로 카에타누 벨로주입니다. 이 장면은 정말... 숨도 못쉬고 영화 속으로 몰입된, 그리고 그 이후로 바로 놀라운 배우들의 동선이 이어진 장면이었습니다.
30.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 by M83 -M83은 프랑스 천문학자 Lacaille가 발견한 바다뱀자리 은하를 일컫는다. 천문학계에선 상당히 주목받는 천체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지금 개인적으로 꼽은 M83은 특히... 울 여섯살 짜리 아들 민성이가 몇번을 듣고 좋다고 계속 얘기한 음반이기도 하다.(흐~) 지난 번 Nouvelle Vague를 소개하면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가 대단히 업커밍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M83 역시 니콜라스 프로마쥬와 앤서니 곤잘레스라는 프랑스계 2인으로 이뤄진 일렉트로니카 듀오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프랑스의 사실상 가장 최초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는 쟝 미쉘 자르(Jean Michel Jarre-그 유명한 모리스 자르의 아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음반을 BEST 50에 꼽아야할 지...는 사실 좀 고민을 했다. 다른 음반들은 그냥 잡히는 대로 적어 넣었으나 이 음반은 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의 유수 음악잡지에선 베스트10에도 뽑힌 음반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음반을 꼽은 이유는 M83의 음반이 기본적으로 Jean Michel Jarre 이후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에서
단절된 음악을 통한 색채 미학의 영감을 다시 재현해 냈다는 점 때문이다. 쟝 미쉘 자르의 [Zoolook]같은 음반에서 보다시피 그의 음악은 격동하는 일관된 비트에 음색 하나하나가 대단히 회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눈을 감은 머리 위로 방 하나 가득 영속의 선들이 이어져 가며 그림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M83의 음반이 그러한 성격을 상당 부분이나마 되살려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M83의 음악은 이러한 쟝 미쉘 자르의 영향에 대단히 혼돈스럽고 노이지한 My Bloody Valentine의 음악적 영향을 잘 배합하여,
선배의 아류가 아닌, 스스로 독창적인 2000년대의 포스트 아티스트로서 자리 매김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Manitoba나 Four Tet보다 더 선형적이며, Air보다 혼돈스러운 M83의 음반은 Fennesz, Max Richter등과 함께 올해 가장 주목되는 일렉트로니카의 유망주이다.
작년부터 이따금씩 들어가 보지만 당최 예약을 할 수가 없고, 언제나 매진이란 두글자만 힘없이 쳐다만 봤다. 그러다가 아주 무심히 들러 예매 가능한 인원이 써진 란을 보고 얼마나 반가운지 누가 먼저 할까 낼름 예매를 해 두었다. 정식 오픈이 아니라지만 말이 많은 예술의 삼성 미술관.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긴것에 대한 기쁨으로... 섵부른 예측을 접고 1월 26일 Leeum에 다녀왔다.
MUSEUM1 은 고미술을 상설하며 국사책과 미술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듯한 생생함이 전해진다. 4F의 청자는 검은 공간안에서 그 찬란하고 고혹적인 청자의 은은한 빛의 매력이 보는 이를 숨죽이게 하고 2F의 고서화는 시간을 초월하는 작가의 터치가 놀랍다 못해 무섭게 다가온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군선도], 오원 장승업의 [영모도 대련]은 왜 이분들이 대가로 평가 받는지 보는 순간 느낌을 주는 동시에 경외심 마저 들게 한다. 처음엔 점점 멀어지면서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서서히 앞으로 다가가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맘에 자세히 다시 한번 보게 된다.
MUSEUM2 는 역시 현대미술을 상설하고 이것은 한국과 외국의 근현대미술, 국제 현대미술로 나뉘어져 있다. 여기를 둘러보면서 자꾸만 아라리오에서 열리고 있는 <스미스 폴케_SIGMAR POLKE>전에 가고 싶어졌다. 아마도 1993년작 [자개]가 넘 맘에 든 이유도 있겠다. 백남준의 [나의 파우스트-자서전]도 자꾸 생각난다. 연작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선지 포근함과 알수없는 연민이 생겼고 전시관 마지막 즈음에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죽음의 춤]이 천안으로 가고싶은 생각을 더욱 부채질 했다.
상설전시를 둘러보고 기획전시 [뮤지-움? : 다원성의 교류]는 걍 지나쳤다. 새로운 미술관 개관으로 문화공익단지 형성과 유래가 드문 건축프로잭트의 완성기념으로 열린다는데.. 전체적으로 풍기는 오만함이 싫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있는 것에 즐거워야 하는데... 힘이 들었다. 그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여기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약해질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즉 편하지 않다는 얘기. 발에 채이는게 전시안내원들이다. 관람객 만큼 많다. 절대 조금의 과장도 섞이지 않았다. 민성이가 엄마,아빠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그림들과 멀리 있어도 어김없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그 많은 사람으로도 안심하지 못하고 그림 가까이에 다가가면 경보음이 울린다. 경보음을 울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른들이니 할말을 잃을 정도였다. 차라리 군데군데 있는 낮은 안전바를 다 설치하지 그 "삐" 소리는 미간을 사정없이 주름지게 한다. 누군가에게 가 아니라 이곳에 진절머리가 점점 더해져 여기있는 내가 힘들어지니까
Leeum은 공익문화단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 개인 소장품을 폼나게 자랑하는 곳이다. 이 정도의 인원에도 벌벌 떠니 정식 개관을 하면 어떨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집이란 사람을 보듬는 곳이다. 그것이 최대의 목적이 돼야만 한다. 미술관은 집보다 더 큰의미로 사람을 끌어 안아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기는 감상을 방해하는 동시에 자꾸만 밖으로 내친다. 앞으로 어떤 기획전시가 내 구미를 당길지 모르지만.. 다시 갈것 같지 않다. 누군가 폭압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앞으로의 Leeum에 대한 기대와 바램을 떨치지 못하게 하니 기다려 보자. 나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