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꽃바람이 불어와 설레이게 만들었는지...
느닷없이 꽃놀이가 가고 싶어져 아들녀석을 꼬득였다.
그러나 아뿔싸.........
여의도와 인천대공원의 지리적 차이를 미쳐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이 한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꽃놀이에 꽃이 없다.
거기다 바람까 불어 영~~~~ 놀이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코끼리 열차를 코앞에서 놓치고 기다리다 발견한 돌 장기판.
장기보다 더 좋아하는 알까기를 하자며 열심히 돌을 줍는다.
그런데 저 돌들을 보라!
사진에서 더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성이의 돌은 대빵 크다.
불공평하다고 투덜대니 가장 작은거랑 하나 바꿔준다.
내것중 제일 왼쪽에 있는 가장 큰돌이 민성이의 배려. 하지만 그 의기양양함도 잠지 손이 좀 아팠을 게다. 민성이는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결과는 나의 봐주시 '패' 아들 기분 업 시켜주기 '승'
돼지랑 염소 우리 앞에선 과자를 사주지 않자 입을 사정없이 삐죽이고
(많이들 과자를 던져주는데... 날마다 얼마나 많이 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금지한다고 들을것 같지 않은 일이라 나하나 만이라도 하는 맘에서...)
타조 우리는 털이 다 빠져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을 차마 보여주지 못하고 아이의 시선을 돌려 걍 지나치고
처음 들어가보는 조류 우리 안에선 좋아라 한참을 쫓아 다녔지만 야속한 원앙이 민성이를 외면해 위의 사진은 의욕상실한 표정
조류 우리안은 꽤 아기자기 한 새들만의 세상으로 잘 꾸며져 있다.
아주 작은 폭포 앞에 있는 아주 짧은 다리. 그 다리 난간에 매달려 노는 아이
그리고 겁많은 울 아들은 무척이나 조심 조심 개울로 내려오는 중.
예쁜 새구경에 빠져있다 무심코 보니 나가려고 한다.
나가는 민성이를 쫓아가니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멀리서 지켜보니 돼지한테 달려갔다 다시 또 달려 오기를 서너번.
과자를 던져주던 이들이 부럽고, 민성이가 주는 것을 잘 먹어주는 녀석들의 모습이 너무나 보고싶었나 보다.
글쎄 새 모이를 한움쿰씩 집어다 돼지들에게 주고 있었다.
모래랑 섞여 뭐가 모이고, 뭐가 모래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도 녀석들은 꿋꿋이 먹는다.)
담에 올땐 꼭 꼭 꼭 녀석들이 좋아할 먹이를 가져오자 약속했다.
민성이가 찍은 염소 사진
우리안에 들어갈수 있게 문이 열리는데... 시진속의 아저씨를 쫓아 들어갔다
저 염소가 따라오자 너무 놀라 안에서 당겨야하는 문을 밀기만 하다
"엄마 빨리 문 열어줘~~~~~" 울먹이며 나온후 찍은 사진.
동물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올려다 본 한없이 푸른 하늘
내려오다 물레방아 앞에서 찾은 기다란 나뭇가지
민성이에게 근사한 활이 되어주었고, 활시위를 당기는 폼이 제법 근사해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을 머금었다.
거의 다 내려 왔을 무렴. 함께 노래를 부르며 걷던 민성이가 저만치 뒤쳐져 울먹이고 있다.
달려가 보니 배수구에 빠려 건질 방법이 없는 화살로 쓰던 나뭇가지를 어떻게든 건져 보려고
애를 쓰며 글썽이던 눈이 엄마를 보곤 울음보가 터져 말을 잘 잇지 못했다.
한참을 찾았지만 그에 못미치는 조금 짧음 막대 뿐이었다.
지금도 민성이 책상에 있다. 그치만 활은 위가 다 부러져 긴 새총처럼 변신했다.
지난번 대공원에 왔을때 샀던 연.
천덕꾸러기 마냥 집안에 굴러 다녔던, 버릴까도 여러번 고민했던 그 연이
고맙게도 너무나 높이 날아주었다.
지금은 잘 모셔두었다.
대공원에 오면 빠지지 않는 코스 뻔. 데. 기.
왠지 번데기는 어울리지 않고 "뻔"하고 힘차게 말해주어야 맛이 사는 영양만점 간식.
"엄마 좀 징그럽다. 근데 맛있지 그치~이"
꽃이 피면 또 오자 했는데... 못갔다.
그 다음주에 심한 감기를 민성부터 시작해 나, 상현씨까지 차례로 앓느라... 4월이 다 지나갔다.
비록 흩날리는 꽃길은 없었지만 나름 재미나게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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