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1.
홍대 M클럽에서 외국인과 섹시(섹스가 아니다) 파티를 벌인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양공주', '창녀'란 말이 난무하고,

한국 여자를 성적 노리개로 삼은 외국인들을 '물리적'으로 응징하자는 결사단 뭐시기 같은 것이 결성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외국인 강사들의 소모임 포럼에서 '한국 여자 꼬시는 법'등등의 글이 올라온 것이었다.

사건 2.
뭐같은 신문은 조선일보가 조영남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헤드라인을 떠억~하니 '일본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 뿐'이라고 적어놨다.
이 글 때문에 조영남씨는 익명성을 가장한 네티라이들(네티즌+또라이)의 집중포화를 받고 원색적인 욕은 물론이거나,
조영남씨가 진행하는 '체험! 삶의 현장' 게시판에서까지 진행자 바꿔!!!를 요구하는 네티라이들로 난리도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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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쉽게 얘기할 구석이 없다.
난 어제도 회사 선배와 함께 차 안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난 그 클럽의 여자들과 외국인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사실 그걸 옹호못하는 이유를 대라면

내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이 이중적 심리가 가증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난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을 비판하는 방법은 정말 가관이다. 가관...
논리도 단순하다. 우리나라 여성을 성적 노리게라고 삼았다는 것인데, 사실 그 이면엔 우린 되고 너흰 안된다는
이중잣대와 여성을 정복과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가부장적 의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내 이런 말을 하기만 하면 별 소리가 다 나온다.
'네 여자가 그런 짓을 해도 화가 안나냐?'등등...

조영남씨 사건은 엄밀히 말해 '홍대 M클럽 사건'과 다를 게 없다.
우리 나라 젊은 네티즌들은 어느 사이엔가부터 이상하게 보수적이다.
그것도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겐 처절하고 지독하리만치 혹독한 이상한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를 눈꼽만큼도 구별 못하고, 실리(實利)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
이런 단순한 논리로 중무장하니 당연히 조중동 언론의 부추김에 한없이 어이없게 휘말린다.
당연히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다루기 쉬운데... 뭐가 무섭겠나.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란다.
난 한국인이다.
나도 한국의 문화가 말 그대로 '문화 선진국'이었으면 한다. 정말 그러길 바란다.
mail order해서 음반 구입한 지가 이제 27년이다. 세관에서 수없이 걸리고 반송되고,
압류당하면서 내 나라에서 멋진 음악과 영화가 나오길 수도 없이 고대하고,
좀 유망하다 싶으면 찾아 듣고, 봤다. 왜냐하면 이런 엿같은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았으니까.
한때 이런 문화를 내가 향유한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같잖은 우월의식도 암암리에 있었지만,
자신있게 말하지만 그런 의식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단지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뿐.

하지만, 이 나라는 아직도 문화 후진국이다.
영화는 그 문화적 스펙트럼의 폭이 좁고, 지나치게 산업 중심적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음악이다. '네눈박이...' 'MOT'같은 그룹들이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이 나라의 음악 산업은 말그대로 공장 음악이다. 그냥 찍어낸 음악에 불과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H.O.T(후기 음반), 신화, 토니 안,JTL, 동방신기 음반을 틀어 주고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뻔한 소리 듣는다. 이런 획일화된 대중 음악은 사실 궁극적으로 가장 큰 문제를 야기한다.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 다원성이 인정되지 않는, 그 조차 논의되지 않는 사회라는 경색되고
천편일률적인 수동적 문화 향락이 만연하게 되는 거다.

난 조영남씨의 의견이 동감한다.
난 일본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깊이 없는 시부야케이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은, 수도 없이 즐비한 인디 클럽들과
세상의 모든 음악들을 다 끌어들여 살아 숨쉬고 있는 일본 대중들의 문화적 수용능력 때문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논점이고, 이것이 가장 무서운 일본 문화의 힘이 아닐까?

조영남씨가 포르노에서도 일본을 배웠다고 했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찌질이들은 국어 공부를 한참은 더 해야할 것 같고.
조영남씨의 말은 분명 일본인들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사무라이 근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잇쇼오 겐메이'(いっしょう けんめい)정신을 얘기하고자 하는 거다. 갈 때까지 가는 거.
일본 애니메이션 '스크라이드'를 보면 '잇쇼오 겐메이'가 뭔 지를 알 수 있다.
(난 그 덕에 이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보다가 막판에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멀리 갈 것도 없다.
'류로우니 켄신', '슬램 덩크'만 봐도 이들의 '잇쇼오 겐메이' 정신이 어떤 건지 알 수 있다.

난 아직 조영남씨의 책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책도 보지 못한 와중에 조영남씨의 말이 다 맞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대책없이 그를 매국노라는 둥, 일본으로 꺼지라고 입에 담기도 힘든 욕으로 인터넷을 누비는 이들을 보면서,
제발... 한 번이라도 차분하게 우리가 가진 문화적 자양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봤으면 할 뿐이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서 자신이 취합할 정보들을 찾고 비판하는 능력이 이 나라엔 가장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즉각 눈에 보이게 되는 뉴스들의 수많은 기사들에 판단이 흐려지지만, 적어도 한번 씩은 사안을 곱씹고 얘기했으면 한다.
왜 모두가 한쪽을 바라보고 욕을 하고 뻥뚫린 가슴으로 서로에게 피멍을 들게 하는 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일본에 부는 한류 바람이 가능한 이유, 그리고 그 한계가 어디인 지.
그리고 왜 똑같은 한류인데 동남아, 중국은 10~20대 위주로 한류붐이 일고, 일본은 30~40대 여성들 위주인 지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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