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김윤아씨가 자우림을 비판 또는 비난하는 글들에 대해 답글을 올렸다.
그 글이야 loveyuna.com에 가면 읽을 수 있으니 굳이 글의 내용을 적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우림은 국내 오버그라운드 밴드의, 현재로선 대명사격이다.
싫든 좋든 그만큼 음반이 팔리는 밴드도 없고, 중요한 것은 그들만큼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밴드도 거의 없다.
김윤아씨의 분노에 찬 글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한 적도 없고, 자우림이 김윤아 밴드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속이 상했을 거란 생각도 십분 이해가 간다.
다만...
김윤아씨 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를 김윤아씨도 똑같이 반복하는 듯한데 그건 바로 '싫으면 듣지 마라.
그리고 헛소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김윤아씨의 말은 분명 '근거없는 마쵸적 발상으로 비난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가지 읽다보면 '싫으면 관심끄고 조용히 해라'란 뜻으로 들리기가 십상이다.
물론 싫으면 듣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왜 싫은 지'에 대한 비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왜 싫은 지'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나불거리면 그야말로 찌질이 또라이가 되는 것이고,
김윤아씨의 논리대로라면 대부분은 하릴없이 남 욕이나 하는 찌질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에서도 회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나름대로 전개하고 다른 이와의 의견 충돌로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으로 상처를 혹...받게되면 사람에 따라선 회의시간에 아예 의견을 내지 않거나 의견을 내더라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가만 있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누군가와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자신이 편한 대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저런 인간하고는 싸워봐야 내 손해다. 상종하질 말아야지'하는... 그런 생각으로 말이다.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은 놀랍게도 비난은 있지만 논쟁은 없다.
비약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 계시지만 사실이 그렇다.
잘 나간다는 웹진에 가보면 이건 논쟁이 아니라 육두문자 경연장이다.
사고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저 새X' 그리고 '나'의 대립구조 일변도다.
김윤아씨의 글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밴드라는 것이 존재하기 힘든 한국 현실에서 밴드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포장되던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나갔다.
자우림의 음악은 처음부터 지금껏 일말의 발전도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의 말도 들어보면 분명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니까.
김윤아씨 문제가 아니라 자우림의 문제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할 것이라고 김윤아씨는 말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밴드를 '계속 한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음악을 하고 밴드로서의 어떤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자우림은 논쟁의 중심으로 나와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극복할 필요성도 있으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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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김윤아씨는 말미에 음악, 문학, 미술등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했는데
이건 '자의식 과잉'이란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김윤아씨의 실언이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 흘러서 창작을 하는 것이라는 말까진 이해하겠다는데
그것은 우리가 흔히 표현방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자의식 과잉'과는 거리가 있다는 거다.
김윤아씨의 솔로 음반을 들으면 뜻모를, 난해해 보임직한 가사와 탈장르적 표현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현학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음악양식의 표본이다.
자의식 과잉이란 자신의 세계와 추구하고자 하는 테제와 표현 양식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삐걱거리면서
매너리즘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경우를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Radiohead가 [OK Computer] 이후에 발표한 음반들을 기억하고 있다.
[Kid A]나 [Hail To the Thief!]같은...
이 음반들? 물론 누가 봐도 자의식 과잉이다.
자신들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자기 만족을 위해 창작한 듯한 음악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러한 이유로 '지나치게' 비난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구현 양식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반면 우린 김윤아씨의 솔로 음반이 어떤 비난에 시달렸는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도 그녀의 솔로 음반은 줄곧 시이나 링고와
그외의 몇몇 아티스트들의 '아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 그녀의 [유리가면]을 듣자마자 시이나 링고를 연상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천만에 말씀이다. 비슷하다고 다 욕하는 짓이야말로 찌질이들의 본성이다.
나나 많은 이들이 단지 그녀의 음반이 시이나 링고의 음악과 유사하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음반은 내면의 고백이라고 하기엔 하염없이 처연하고, 처절하게 박제화된 느낌으로 뒤범벅되어 있다.
이게 진실한 육성고백이라면 대략 난감이다.
마지막으로... 김윤아씨와 비교되었던 시이나 링고의 뮤비 하나를 링크한다.
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표현력, 음악의 컨셉등을 비교할 바는 아니다.
다만, 김윤아씨가 자신의 자의식을 과감히 깨고 더 멋진 음악을 발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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