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서둘러 나오느라 대강 빵 몇쪽으로 떼우고 나온 우리 식구...
배가 너무너무 고팠습니다.
점심은 대치동의 '그란구스또(Gran Gusto: http://www.grangusto.net)'에서 했구요.
예약은 미리 했습니다.
그란 구스또(Gran Gusto)란... '멋진 맛' 뭐 이런 뜻이겠죠?
구스또 식당이라면 기억나시는 분 있겠지만 바로 [Ratatouille/라따뚜이]에서 나온 식당 이름과도 같죠?
다만... [Ratatouille]에서의 구스토는 Gusteau...로 사람의 성입니다. ㅎㅎ
원래 그란구스또는 연령 제한이 있습니다. 만 12세 미만은 입장이 불가능하죠.(이런 곳이 생각보다 많죠)
그런데 일요일만 12세 미만에게도 오픈이 됩니다.
그래서 '러시아 자연사 박물관'전도 일요일로 변경한거에요. ㅎㅎ
강남은 민성이를 데리고 어딜 갈 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강남의 갤러리는 아무래도 좀 무겁다고나 할까... 확실히 사간동, 삼청동, 평창동과 같은 편안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그외엔 갈만한 곳이 사실 없습니다. 뭐 멋진 디자인 샵들을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별로 그렇게하고 싶은 마음도 없구요.
당연히 식당도 강남쪽은 거의 안가게 됩니다.
그래도 오늘은 양재동까지 왔으니... 지척인 대치동에서 식사를 한거구요.
멋진 건물의 1~2층입니다. 대치사거리 방면 대로에 있구요. 발레파킹이 됩니다.
사실 요즘 제가 파스타가 많이 땡겨서... 파스타만 단품으로 먹으러 왔는데요. 와서 메뉴판 펴보니 맘이 바뀌어서...
저와 aipharos님은 Chef's Special Lunch Set (55,000원/1인-VAT별도)를 주문했고,
민성이는 Lunch Course B (29,000원/1인-VAT별도)를 주문했습니다
1주 전 델리지오제에 갔을 때처럼 잘 먹을까나...
aipharos님의 패션이 어째 사진마다 거의 똑같죠?
아주 질리게 입는군요. 옷이 없어서 그래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ㅎㅎ
언제나 까부는 모자지간...
저희는 원래 1층 창가로 자리가 잡혔으나... aipharos님이 2층으로 옮겨달라고 하여 2층으로 갔습니다.
사실 천정이 높은 분위기의 1층이 전 더 마음에 들었는데. 뭐 2층도 나름 좋았습니다.
2층의 분위기, 대나무가 창으로 보이지요. 아주 모던한 인테리어가 무난했습니다.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요.
포카치아 빵이 발사믹 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그냥저냥 부드러운 빵.
민성이의 에피타이저. 연어를 구워 맛을 낸 요리.
맛있다고 싹 다 먹더군요.
저와 aipharos님의 첫번째 에피타이저.
멜론 위에 프로슈토, 신선한 굴, 토마토와 치즈.
굴... 넘 좋아. 정말.
저와 aipharos님의 두번째 에피타이저.
민성이는 에피타이저가 한 번뿐이지만 저희는 에피타이저 2번, 샐러드 1번입니다. (샐러드는 민성이에게 서비스로 나왔어요)
안심통후추말이, 관자구이, 매쉬포테이토와 버섯(오오...)
감자 스프. 좋더군요.
확실히 델리지오제는 맛은 있는데 이런 깊은 맛은 부족해요.
그리고 거긴... 간이 너무 셉니다.
샐러드. 말 그대로 샐러드. 민성이도 나왔어요. ㅎㅎ
저의 첫번째 main인 굴, 남생이를 곁들인 올리브 오일 소스의 스파게티.
정말 좋았습니다. 움... 올리브 오일 특유의 향과 거기에 먹고 나면 입가에 남는 매콤함이 좋았어요.
원래 '그란구스또' 이곳은 고등어회 파스타가 유명하고,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많이 유명한 곳이죠.
그런데 이 올리브 오일 파스타는 정말 입에 그 향도 오래 남는 깊은 맛이 있었어요.
다만... 원래 올리브 오일을 좋아하는 울 aipharos님께 절반 이상은 그냥 넘겼다는...
aipharos님과 민성이의 첫번째 main은 굴과 관자를 곁들인 크림 스파게티였는데요.
전 크림스파게티도 좋아하므로 aipharos님과 바꿔 먹었습니다.
크림소스에서 단 맛이 나지 않아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셔벗.
전 사실 셔벗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화이트 와인 정도로 살짝 입안을 환기시켜주면 모를까...
셔벗은 환기를 넘어서 자칫 그간 먹은 음식을 싹~ 날려버리는 리셋(reset)작용까지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곳의 오렌제 셔벗은 적당한 강도의 맛으로 아주 상큼하면서도 환기 작용을 확실히 하더군요.
민성이 코스는 셔벗이 없어서... 제가 조금 먹고 걍 민성군에게 넘겼습니다.
이건 민성이의 두번째 main입니다.
연어스테이크. ㅎㅎ
집에서 aipharos님이 종종 해주는데, 그것보다 훨씬 맛있다더군요. ㅋㅋㅋㅋ
저희 두번째 main인 안심스테이크.
자... 그런데 사실 민성이와 저희의 두번째 main은 나오기 전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요.
이곳에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서 저희 셔벗과 두번째 main간의 브레이크가 무려 20분이나 걸렸다는 겁니다.
물론 직원들이 정중히 미리 시간이 늦어짐을 양해구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브레이크가 20분이라니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그래서 기다리다가 어필했더니 정중히 사과하고 곧 음식이 왔습니다. 민성이의 바로 위 두번째 main과 함께.
민성이 main은 괜찮았는데 저희 안심은...
미디움 레어가 아닌 완전히 미디움으로 오버쿡 되었고 더더욱 참기 힘들었던
것은 늦게 나온 스테이크가 차게 식어서 올라왔다는 거에요.
황당했습니다. 일반 코스도 아니고 사실 런치 메뉴 중 가장 비싼 Chef's Speical인데,
명색이 Chef's...라는 이름을 붙이면 자존심도 붙이는 거잖아요.
이건 뭐 대충 내어 올렸다는 생각에 화가 나더군요. 그간 맛있게 먹었던 코스의 기쁨을 싹... 날려버렸어요.
직원이 자리에 오길래, '늦게 나왔는데도 음식이 차고, 이건 오버쿡이다'라고 말했더니
직원이 그 자리에서 바로 '죄송합니다. 다시 내어 올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서비스는 정말 확실했어요. 음식 회수가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조금의 변명도 없이 바로 실행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나온 저희 두번째 main입니다.
굽기는 약간 역시나 오버쿡이었는데, 그냥 넘어갔습니다.
직원이 또다시 오버쿡이면 얘기하시면 즉시 다시 내어드리겠다고 했지만 그냥 먹었습니다.
훌륭한 육질과 데미그라스 소스에 버섯을 넣은 멋진 소스, 그리고 랍스터까지 곁들여서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main이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나왔으면.
위로부터... 포도 아이스크림,
푸딩, 그리고 서비스로 또 나온 딸기 아이스크림.
그리고... 커피(민성이는 오렌지쥬스).
아이스크림 분명히 수제인데 정말 맛있더군요. ㅎㅎ
인테리어가 간결하면서도 시원시원합니다.
사실...
중간에 오버쿡과 음식이 차게 식어서 나온 것은 서울을 대표하는 레스토란 중 한 곳으로 언제나 꼽히는,
블루리본도 달고 있는 이곳의 위상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치명적인 에러인데,
이곳 직원들의 감동 응대에는 만점을 주고도 남겠습니다.
대강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완벽하게 감동시키는 사과를 하더군요. 오히려 어필한 사람이 민망해집니다.
이런 서비스 덕에 이곳에서의 불쾌한 해프닝을 싹 잊게 되는 것 같아요.
맛 변하지 말고...
앞으로도 번창하길. (맛이 조금 변했다...라던지, 뭔가 어수선해졌다...라던지 뭐 이런 말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