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기억에 남았던 10가지 전시와 공연들
2007년 그리 많은 전시/공연을 보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민성이와 aipharos님이 많이 다녔지요.
올해는 개인적으로 직장 이직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9월 이후엔 상당히 많이 바쁘기도 하구요.
평일은 거의 매일 8~10시까지 근무한 것 같네요. 그 이상일 때도 있었고.
덕분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쪼개어 쓰는 문제로 많이 생각합니다.
언제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볼 영화, 들을 음악, 보고 싶은 곳들은 넘치잖아요.
무엇보다 항상 외국에 혼자 나가다가 11월 처음으로 가족 해외 여행을 나갔다는 게 정말 흐뭇한 경험입니다.
민성이가 어려서 맡기기도 뭐하고 무척 걸렸었는데 이젠 멋지고 씩씩한 초등학교
2학년생이어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함께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2008년에도 해외 여행은 나가보겠습니다.
그게 런던이 될지 다시 도쿄가 될 지 모르지만.
1. ROPPONGI CROSSING 2007(롯폰기 크로싱 2007)
모리 뮤지움 롯폰기, 도쿄 / 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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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전시회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1월 일본 동경 롯폰기의 모리타워 꼭대기에 있는 모리
뮤지움에서 있었던 일본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의 전시였던 '롯폰기 크로싱 2007'입니다.
일본의 현대 미술은 생각보다 그리 크게 대두되진 않았는데요. 그건 아무래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광풍이 불고 있는 중국 현대 미술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 현대 미술의 광풍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미덥지 않은데요. 엄밀히 말하면 근대성 그 자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무튼 이 전시를 통해 일본의 놀라운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미술이 어떻게
현대적 매체와 조우하여 놀이의 경험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도 즐겁게 체험했습니다.
2. Batsheva Dance Company 'THREE'(바체바 무용단 '쓰리')
LG 아트센터 / 200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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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올 10월 LG 아트센터에서 있었던 바체바 무용단의 내한 공연은
그야말로 놀라운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모두 흘러 보내고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낸 이 공연 끝에서 aipharos님은 감동의 눈물을, 전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3. GHIBLI STUDIO(지브리 스튜디오)
미타카, 도쿄 /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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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봤어도 지브리 스튜디오는 들르지 않았었는데 이번은 가족여행이라 출발 전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갔습니다. 하도 많은 분들께서 '놀라운 곳'이라고 하시던데 전 사실 가기
전엔 '뭐... 애니메이션 캐릭터 좀 놓고 뭐 그랬겠지'라고 잘못 생각했다가 민망스러웠죠.
지하 1층에선 애니메이션 프레임 바이 프레임의 원리를 실물로 그대로 보여주는 정말 놀라운
전시물들이 즐비했어요. 특히 원형 회전판 위에 토토로 주인공과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의
각 프레임처럼 하나하나 연속 동작으로 둘러쌓인 피규어들이 있고 이 회전판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며 스트로보가 점멸하면 눈 앞에서 토토로들이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거나 메이(토토로
의 주인공 중 한명)가 줄넘기를 하거나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지요.
눈을 의심케하는 놀라운 장면입니다. 정말... 얼마나 오래 보고 있었는지 몰라요.
그뿐 아니라 2층에는 각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방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애니메이션의 촬영과 동작 원리를 기계를 직접 조작해 알게되는 코너가 있었죠.
정말 보고 너무 많이 놀랐습니다.
실내 촬영 금지가 많이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구요.
이곳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수 방문 코스.
4. Milano International Furniture Fair(밀라노 국제 가구 전시회)
밀라노, 이태리 / 2007.4.20~23
아무리 국내에서 해외 유수 웹사이트를 통해 이태리 가구들의 사진을 본다고 한들 이곳에
가서 조금만 들여다보는 것이 몇배는 도움이 될겁니다.
가구를 넘어서 소재와 디자인 그 자체에 압도당하며, 부스의 놀라운 감각까지.
앞으로의 제 삶에도 든든한 자양분이 될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건강이 엉망이라 이태리 피에라 근교의 병원에도 갔었는데 무려 4시간을 넘게 기다리다가 그냥 나왔죠.ㅎㅎ
그땐 그 기억이 참 힘들었는데 병원에서 나와 힘겹게 길을 걸었던 그 거리가 정말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요.
밀라노의 그 번화한 길거리들보다 말이죠.
높디높은 오래된 교회에서 종이 울리고 네오 리얼리즘 시대의 영화에서나 볼법한 골목의
노천까페와 극장들을 헤치며 걷던 그 기억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5. Kukje Gallery 25th Anniversary Exhibition (국제갤러리 25주년 기념 전시회)
국제 갤러리, 소격동 서울 / 200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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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래미술관의 삼성자금을 통한 미술품 구입 목록이 나왔을 때, '어 이거 얼마전에 본 국제갤러리 신관 오픈 전시에서 본 작품들이랑
거의 다 일치하잖아?'란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얼마전 국제갤러리의 소장품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군요.
일단 그런 점을 떠나 국제갤러리 신관 1,2층에 전시된 이 놀라운 작품들은 실제로 내가
마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답니다.
루이스 부르조아(Louise Bourgeois),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안토니 카로(Anthony Caro), 조안 미첼(Joan Mitchell),
앤디 워홀(Andy Warhol), 도날드 저드(Donald Judd),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에드 루샤(Ed Ruscha),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빌 비올라(Bill Viola),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전시를 놓친 것이 땅을 칠 정도의 작가들이지요.
특히 아니쉬 카푸어의 오묘하고도 심오한 작품과 데미언 허스트의 자유로운 작품은 역시 명불허전.
6. Edwin Van der Heide LSP (에드윈 반 델 하이드 LSP)
구 서울역사 / 20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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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나비에서 주최한 P.Art.y(People, Art & Technology)의 오프닝 퍼포먼스로 치뤄진
에드윈 반 델 하이드의 LSP(Laser Sound Performance). 의미심장하게도 구서울역사 내에서 열렸습니다.
드라이 아이스로 뿌옇게 차오른 역사 내에 혼란스러운 카오틱 에너지를 마구 뿌려 주던
이 퍼포먼스는 시각과 청각의 압도적인 조화를 통해 보는 이의 넋을 빼놓았던 귀중한 경험이었답니다.
레이저로 샤워를 하는 기분. 바로 그런 기분이었죠.
7. Kronos Quartet - 'Sun Rings'(크로노스 쿼텟 '선링')
LG 아트센터, 역삼동 서울 / 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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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시절부터 흠모해왔던 '크로노스 쿼텟'의 공연을 올해 드디어 봤습니다.
1997년부터 보이저 탐사선이 수집한 우주의 파동을 소리로 만들어낸 사운드가 때론 신비롭게 때론 몽환적인 심연의 사운드로 다가오며
크로노스 쿼텟의 우주 지향적인 현악의 공간과 어우러집니다. 놀랍게도 낭만적인 이 공연은 제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해줬습니다.
8. Andy Warhol's Factory (앤디 워홀 팩토리)
리움, 한남동 서울 / 200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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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니저쩌니 말은 많아도 그 프로그래만큼은 미워하기 힘든 리움의 앤디워홀 팩토리.
역시 돈많은 곳이라 그런지 앤디워홀 프로그램 중 가장 양질의 전시였습니다.-_-;;;
도록에서나 훔쳐보던 앤디워홀의 작품들이 우르르... 나와 걸려 있더군요.
여기서 앤디 워홀 얘기를 하면 정말 답이 안나오겠지만, 아무튼 앤디 워홀을 간혹 과대평가된
커머셜 아티스트로 치부하는 분들을 가끔 보는데 그럴 때마다 심각하게 난감함을 느낍니다. -_-;;;;
하긴 그런 시각이 현재의 미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아주 인상적인 그야말로 Factory였구요.
더 즐거웠던 것은 이날 전시 이후에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실크스크린으로 앤디워홀의 작업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과정이었답니다.
9. Roni Horn Exhibition (로니 혼)
국제 갤러리, 소격동 서울 / 200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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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랜드라는 곳은 제겐 아직도 많이 생경한 곳입니다.
영화 [Noi Albinoi]에서 아이슬랜드의 피오르드를 잔혹하리만치 냉랭한 유머로 보여
준 기억이 가장 강렬하지 않나 모르겠네요.
로니 혼의 사진작품은 인간의 경험과 지각활동이 시간과 장소라는 두가지 속성에 의해
지배된다는 기본 전제 하에 동일한 대상의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가만히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던 작품 'Her, Her, Her, and Her'. 아직도 기억이나요.
10. Kumho Gallery I: design (어린이 감정 디자인전)
금호갤러리, 소격동 서울 /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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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정성어린 프로그램이 정말 만족스러웠던 참여 프로그램이자 전시회.
부모와 함께 아이가 같이 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연상하고, 스스로 대화하며 작업해나가며 깨우치도록 하는 보기드문 참여 프로그램.
작품의 면면도 너무 인상적이었답니다.
이곳의 유진영 작가의 작품이 12월 말까지 평창동 키미아트에서 하는데 헉...
결국 못가는군요.
정말 어이없게 놓친 전시로는 작품 전시기간 중 두번이나 그 앞을 지나갔으면서도
들어가지 않았던 사간동 아라리오의 김인배 작가 개인전이었구요
(12.28 전시끝)
바로 코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네(Monet)전이었습니다. ㅎㅎ
물론 키미아트에서의 유진영 개인전도 아쉽네요.
의외로 재미있었던 전시는 N타워 내에서 열렸던 아트토이전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지인 박명래 작가의 차이갤러리 전시회의 작품들은 정말 인상적이었구요.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에서 열린 전시회들도 상당히 올해 인상적인 전시회들이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