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 by Coward Robert Ford/제시 제임스의 암살]을 보다가
졸리움을 참지 못하고 포기했다. 나뿐이 아니라 aipharos님도.
이 영화는 이미 상당한 평가를 받은 영화인데 내겐 전혀... 맞지 않나보다.
물론 다시 보기야 하겠지만. 이 진절머리나도록 루즈한 진행은 사막에서 헤매다가 물이 다 떨어진
사람의 느낌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다.

오후에 본 영화는 기무라 타쿠야, 마츠 다카코 주연의 [Hero/히어로 극장판]였다.
난 '히어로' TV 드라마를 정말 즐겁게 봤다. 아마도 이 드라마때문에 기무라 타쿠야가 더 좋아진 것 같구.
그게 벌써 몇년 전인데 이제서야 극장판이 나왔다니 넌센스다.(그런데 그 덕에 엔딩씬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번에도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는 너무 잘난 캐릭터다.
작은 사건도 최선을 다하고, 자신을 찔렀던 범죄자든 누구든 진심으로 대한다.
그야말로 지나칠 정도로 선한 사람 그 자체.
하지만 그런 사람,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 보기 힘든(내 눈이 어두워서 그렇겠지만) 힘든 요즘.
이런 인물을 스크린에서라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쿠리우 검사는 얘기한다. 이 거대한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그 앞뒤 정황과 사건의 결말에 따른 영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자기가 맡은 사건 그 자체가 중요한 거라고.
이상하게 이 신념의 울림이 내겐 진하고 강했다.
아... 이병헌이 잠시 우정출연한다.
누가봐도 냄새나는 우정출연이지만 그닥 어색하진 않다.
다만 부산 항구의 그 엄청난 간판들은 당혹스럽기까지... -_-;;;


토요일...
Frank Darabont 감독의 [the Mist]를 봤다.
종교가 사람들을 지배한 것이라기보단 반드시 현실의 타당성과 합리화를 꾀하려는 인간들이
빚어내는 우매함을 그대로 들고 날 것으로 까버린 이 영화는 그 마지막에 가서 인간들을 기가막히게
허무하게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그대로 느껴진 것 같아 몹시, 아주 몹시 기분이 더러웠다.
이건 Frank Darabont 감독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고 그걸 최선의 결과라고
믿고 정해진 룰에서 조금도 변함없이 행동하는 인간을 관찰자의 시선을 바라본다는 것이 괴로웠다는거다.
저 타자가 곧 자아가 되지 말란 법이 없으니...
자욱하게 낀 안개처럼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에 불확실성을 느끼지만, 결국은 거대한 인간들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짜여진 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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