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주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일요일 나들이를 나섰다.
정말 4월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무기력하기만 했다. 
눈물도 많이 흘리고...
광화문 집회가 있는지, 있으면 차를 다른데 세워두고 와서 참여하려고 했는데... 없더라.

 

 

 

 

빌 비올라 (Bill Viola) 전시를 국제갤러리에서 5월 3일까지 하길래 일요일 오전에 들렀다.
언제나 그렇듯... 일찍 도착한 덕분에 주차해놓고 aipharos님과 인근을 걸어다녔다.

 

 

 

 

 

 

 

정말... 완연한 봄이구나.

너무 좋은 날씨.

 

 

 

 

 

 

 

 

그리고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

 

 

 

 

 

 

 

 

빌 비올라는 국제갤러리에서만 세번째 전시.
우리도 그 전시들을 봤었고.
5월 3일까지 K2, K3 관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와이프의 우스꽝스러운 포즈가 잡혀버렸다.ㅎ

 

 

 

 

 

 

 

 

이곳이 K3관.
나중에 사진이 나오겠지만... K3관에는 딱 한점의 작품이 있다.
엄청나게 큰...


 

 

 

 

 

 

 

K2관.
10시가 넘었는데 도통... 문 열 생각을 안해.

 

 

 

 

 

 

 

 

 

 

 

 

 

 

국제갤러리 바로 옆에 위치한 집의 아주 예쁜 벽.

 

 

 

 

 

 

 

 

 

 

 

 

 

 

전시 시작.

 

 

 

 

 

 

 

 

 

 

 

 

 

 

 

 

 

 

 

 

 

 

말해둘 수 있는건,
전시관람료가 없는 이 전시는 축복에 가깝다는 것.

 

 

 

 

 

 

 

 

Inner Passage, 2013 / 17:12 minutes.
개인적으로 K3관의 Inverted Birth와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한 남자가 황무지를 똑바로 걸어오고, 걸어간다.
처음엔 남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잡고,
다음엔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남자의 앞모습을 잡는다.
이 시간은 어찌보면 무료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러니까 멍때리는 시간과 권리를 상실해버린 현대인들에게 저 남자의 걸음을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이 영상은 그 시간을 반드시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다.

 

 

 

 

 

 


 

걸어오는 남자가 카메라 바로 앞까지 다가와 마치 카메라를 뚫고 지나갈 것 같은 장면이 나오면,

 

 

 

 

 

 


 

그때부터 압도적인 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격렬한 사운드와 함께.

 

 

 

 

 

 


 

고요한 자연 위를 묵묵히 걷던 남자의 이 '격렬한 인생'은 그의 걸음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빌 비올라는 개인의 격렬한 삶을 자연 위에서 정화되길 바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곤 이렇게 다시 걸어나가는 뒷모습을 담는다.

 

 

 

 

 

 


 

좌 / Delicate Thread, 2012 / 28:31 minutes
우 / Ancestors, 2012 / 21:41 minutes

이 작품들은...

 

 

 

 

 

 


 

상당히 동양철학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던데,
인간의 탄생(걸어옴), 영적인 교류등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보니... 이번 빌 비올라의 작품뿐 아니라 이전의 작품들도 유난히 '걸음'에 대한 시선이 두드러졌다.
걸어간다...는 의미는 그 자체가 시간이 경과를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동시에 방향성을 확보하기 때문에 주지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용이하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빌 비올라는 '걸어감'에 주목하고 있는게 아닐까...싶다.

 

 

 

 

 

 


 

모든 작품을 홀라당 다... 온전하게 다 볼 수 있었던 건 철저히 와이프 덕분이다.
와이프는 절대로 대충 작품을 보지 않는다.
(한가지... 이 곳은 매우.. 어둡다. 사진을 밝게 찍은 것뿐이지...)

 

 

 

 

 



 

 

 

 

 

 

 

 

영상이 너무 밝게 찍혀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저 작품은...
Water Martyr, 2014 / 7:10 minutes

 

 

 

 

 


 

외국인 남녀 두명이 앉아서 관람을 하길래 찍었는데...

기적처럼 잘 나왔다.

 

 

 

 

 

 


 

발을 묶인채 아기처럼 편한 표정으로 휴식을 취하던 남자는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밧줄에 묶여 거꾸로 매달린채 딸려 올라간다.

그리고... 그 남자를 향해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보는 내가 익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K2관의 2층에 있는 작품은...
Night Vigil, 2005/2009, 9:20 minutes

 

 

 

 

 

 

 

 

극명하게 대비되는 빛과 어둠을 이용하여 두 연인의 정서적 통합을 이야기한다.
초를 모두 밝히는 여성과 불꽃을 향해 묵묵히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은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듯 하고,

 

 

 

 

 



 

이 영상 작업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그 유명한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정말... 엄청나게 강렬한 영상.





 



그리고...
K3관으로 이동.
K3관에서는 위에 말했듯 단 한점의 영상이 전시되어있는데...

 

 

Inverted Birth, 2014 / 8:22 minutes.
엄청난 크기다.
사진으로는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 저 작품의 크기가 가늠이 안될텐데...
높이가 5m이고 너비가 2.81m.
영상은 4K 해상도 이상인 듯 하고...
일단 스케일에서 완벽하게 압도된다.

 

 

 

 

 

 


 

빌 비올라가 이전에도 보여줬던 거꾸로 영상을 돌리는 방식으로 작업되었다.

덕분에.... 이 작품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매우 명확하게 보여진다.

 

 

 

 

 

 


 

인간의 탄생,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우리의 인지하는 지각이 우리들의 감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가(리프렛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나와있다)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탁한 이물질로 뒤덮혔던 남성의 모습을 거꾸로 돌려 온전한 상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놀랍다.


정말이지...
무료 관람이라는게 축복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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