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가 운영하는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사슴사냥'의 3기 입주 작가 박상덕 작가의 '물고기 + 자리' 개인전이 2.25~3.14까지 열렸다.
한... 8~9일 전에 친구들 만나느라 아트포럼리에 갔음에도 너무 늦게 가는 바람에 그냥 술마시고 수다만 떨다 왔는데

자칫 전시를 놓칠 것 같아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들렀다.

 

 


 

 

박상덕 작가가 물고기 자리라고.
그런데 저 전시제목의 '+ 자리'는 중의적인 의미인 듯.

 

 

 

 

 

 

 

 

솔직히 말한다.
난 박상덕 작가의 작품을 보기 전에 전시를 알리는 엽서를 보곤 다소 불안함 마음이 있었다.
그 엽서는 상덕 작가가 현실에서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체화된 개인의 내재된 농밀하고 단단한 미학과 철학이 드러났다기 보다는

항상 내가 우려했던 일반 대중과의 소통의 접점을 전혀 찾기 힘든 운동가들만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그런데...
와이프나 나나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그런 약간의 불안함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이 작품, '첫사랑 자리'.

 

 

 

 

 

 

 

 

뭐라고 해야하나...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와 열쇠의 키박스(?)를 용접하여 형태를 만들고, 누군가 버린 듯한 의자가 아이러니하게도 섬같은 모래 위에 떠있다.
한정된 전시공간으로인해 모래가 섬처럼 만들어졌겠지만 단단한 뿌리를 박고 서있어야할 나무가 흙이 아닌 모래 위에 서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드는거지.
모래 위에 서있다기보다는 떠있어 보이는, 키박스와 나무조각으로 구현된 나무와 오래된 의자는 수많은 약속과 문을 열고 자신을 진솔하게 상대에게 내보이려는

수많은 다짐들과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온 역설을 느끼게 한다.
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신념이 가지를 이루며 뻗어나가 있는 모습은 마치 조슈아 트리(Joshua Tree)의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하더라.
물론... 이 작품의 제목이 '첫사랑 자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모래가 남기는 흔적에 주목한 듯 하지만... 적어도 내겐 이렇게 느껴졌다.

 

 

 

 

 

 

상상 이상이다.
난 수많은 젊은이들이 왜 대림미술관의 전시에 열광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른바 세련된 작품들이 국내 작가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구현된 작품과 일방적으로 비교되고 있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

(실제... 대형커뮤니티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지)
그런데 상덕 작가의 이 작품은 진솔한 무게가 느껴진다.
생각보다 훨씬 더 작품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완결성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고.

 

 

 

 

 

 

 

우측의 책상과 의자.

 

 

 

 

 

 

 

이쯤에서 궁금해지는거지.
이건 작품일까?
만약 작품이라면 상덕 작가가 사슴사냥 레지던스 룸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를 그대로 가져온걸까?
아니면 또하나의 카피일까?
아니면 그럴싸하게 연출된 fake일까?

 

 

 

 

 

 

 

 

그런데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이 설치물은 작품이 되더라.

 

 

 

 

 

 

이 설치작품은 활동가로서의 상덕 작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구분을 허물어버리는 그런 느낌.
작업 공간이 바로 현실의 공간이고 그 현실이 상덕 작가 작업의 오브제가 된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적인 공간을 까발리는 느낌이 강한 트레이시 예민이나 박제화된 박물관의 작업실 고증과는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영상 작업 '반'.

 

 

 

 

 

 

 

 

영상 작업의 제목이 '반'이라는데 (http://www.artforum.co.kr/bbs/zboard.php?id=exhibition&no=106) 무슨 의미인지는 영상을 보니 알겠더라.
상덕 작가가 중증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담는다.
아주 할 말이 많은 작품이지만... 음...

 

 

 

 

 

 

상덕 작가는 일방적인 직장 폐쇄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 부천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해왔다.
이제는 수많은 아픔과, 사실... 패배감마저 안긴 콜트콜텍.
상덕 작가는 자신의 전시 공간에서 콜트콜텍에 대한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고난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바로 이...

 

 

 

 

 

 

 

 

엄청난 수의 계란판을 켜켜이 쌓아올린 이 작업을 통해서.

 

 

 

 

 

 

엄청난... 작업이다.
솔직히 난 감동했다.

 

 

 

 

 

 

이 엄청난 계란판을 쌓아올리면서, 또하나의 다른 담을 쌓아 올리면서 상덕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물어보고 싶고.

 

 

 

 

 

 

 

부당하게 직장을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마음이 이 켜켜이 쌓여져 하나처럼 들러붙은 계란판처럼,

단단하고 거대해서 어떤 압박과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담이 되었으면...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 오브제도 콜트콜텍에서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이 짠...한 느낌이 남는 전시.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인상적인 전시.
그리고 상덕 작가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아주 '단단하고' '따뜻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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