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Machina / 엑스 마키나>(2015), 미국 / 영국
Directed by Alex Garland (알렉스 갤런드)
2015 / 108min / UK
Alicia Vikander (알리시아 비칸더), Domhnall Gleeson (도널 글리슨), Oscar Issac (오스카 아이작), Sonoya Mizuno (소노야 미즈노)
Sci-Fi에 재능을 보인 극작가 알렉스 갤런드의 첫 장편 데뷔작.
SF 장르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AI 안드로이드를 등장시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 오래전의 프랑켄쉬타인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외견상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안드로이드를 전면에 등장시킨
리들리 스콧 감독의 <Blade Runner/블레이드 러너>(1982)에 이르면 신이 되고 싶은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기계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까지 하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휴머노이드를 소재로 한 영화, 또는 인간의 모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지능을 가진 AI 컴퓨터가 등장하는 영화까지 따져보면...
이루 해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만큼 인간과 닮은 AI 로봇 또는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언제나 지속되어왔고,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진일보한 최근 4년 사이에는 인간과 유사한 AI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기대 속에 여러 관점에서의 담론이 활발해지고 있는 듯 하다.
컴퓨터로서 존재하는 고도의 지능을 갖춘 AI와 달리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또는 휴머노이드를 다룬 영화들은
AI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윤리적 문제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니까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2001 : A Space Odyssey /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의 Hal같은 AI 컴퓨터들이 시스템을 제어하면서
인간과 대립하게 되는 모습들을 주로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AI 안드로이드 또는 인간의 형태를 형상화한 휴머노이드는
영화적으로 이에 대한 인간의 감정이 곁들여지면서 영화적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를들면 <Westworld/웨스트월드>(1973) 나 <A.I>(2000)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매춘부같이 관음과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도 빠질 수가 없고,
여성 안드로이드에 대한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는, 그러니까 이성애의 대체 대상으로서의 안드로이드라는, 흥미로운 시선 역시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알렉스 갤런드의 <Ex Machina/엑스 마키나>는 인간과 구분이 힘든 AI를 지닌 휴머노이드(영화 후반에 가면 완전한 안드로이드로...)를
등장시킴으로써 이 로봇이 인간과 대면하면서 어떻게 감정적 교류를 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Ex Machina/엑스 마키나>에서 주인공 칼렙(도널 글리스)은 전세계 검색엔진의 94%를 차지하는
블루북(Blue Book)의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작)의 저택(겸 연구소)에서 일주일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행운을 사내 응모를 통해 얻게 된다.
자신이 당첨된 이유가 네이든이 비밀리에 개발 중인 AI 안드로이드와의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칼렙은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더)와의 튜링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기까지 한 에이바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혼란스러운 심정 끝에 칼렙은 네이든에게 '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을 하게되고
이 질문에 대한 네이든의 대답은 영리하고 설득력있지만 여성성이 부여된 안드로이드에 대한 칼렙의 관음적 시선과 감정적 동요는 점차 깊어진다.
칼렙이 에이바에게 감정적으로 동요되고 네이든과 갈등을 겪어가면서 이 영화는 인문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는 스릴러로서의 온전한 구조를 갖추게 된다.
출연 배우들의 정확하게 배역을 이해한 효과적인 연기, 그리고 대단히 인상적인 미장센, 노르웨이의 장대한 자연을 빗대어
신이 되려는 인간과 신이 빚은 자연을 대비하는 카메라, 긴장의 끈을 놓치기 힘든 대사들로 인해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진화된 AI'를 다룬 잘 빠진 스릴러로서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었다고 본다.
영화가 취한 소재의 특성상 이 영화는 인간이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칼렙이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의 신체에 가하는 행위를 보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무엇으로 단정할 수 있냐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느낌마저 든다.
인간이 기계와 다른 존재라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확신인지를 보여주는 등장 인물로 네이든의 사실상 섹스 토이 역할을 하는
쿄코(미즈노 소노야)를 언급할 수 밖에 없는데, 쿄코는 칼렙이 안드로이드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지만
쿄코 스스로 자신의 인조 피부가죽을 벗겨내며 자신이 안드로이드임을 칼렙에게 보여준다.
속은 인간과 엄연히 다른 기계와 생체기술이 결합한 휴머노이드지만 인간의 피부와 거의 흡사한 인조 피부를 덧입히는 것만으로
인간적인 성(gender) 정체성을 습득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일견...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 감독의 수작
<Under the Skin/언더 더 스킨>의 메시지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면 영화 내용을 다 말하게 될 것 같아 이쯤에서 말을 아껴야할 것 같고...
AI(인공지능)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은 대부분 AI에 의해 종말을 맞이하는 인간을 다루거나, AI의 반란으로 인간과 갈등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시리즈에서 보여지듯 인간이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기도 하고.
(특히 <매트릭스>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옴니버스로 이뤄진 <the Animatrix / 애니매트릭스>(2003)를 볼 필요가 있다)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후로 인간들은 자신의 뜻에 따라 지구를 소모하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 타종의 생명체를 학살하면서 지구에 군림해왔다.
이런 인간들은 인간과 대적할만한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인간이 신에 이르는 영역으로 들어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물리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AI들을 결국 만들어낼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상상해왔다. 그러한 AI의 발전이 철학적 담론없이 과학의 근본적 욕망에 맡겨진 채 지속된다면
그러한 비극을 맞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대로 투영되어왔던 것이고 그 결과물들이 바로 우리가 접해 온 수많은 SF 영화들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근 4~5년간 진일보한 인공지능 개발 성과를 통해 30~50년 이내에 기본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데이터를 수집하여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인공지능이 선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마도 그 이후의 단계, 그러니까 우리가 SF 영화에서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수없이 오밀조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개개인의 타이핑을 통해 취합되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축적할 수 있는
검색 엔진, 페이스북등의 SNS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연계되어 기존의 선형적 회로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AI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급진적으로 빨리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이,
과연 우린 이러한 새로운 AI의 등장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
단순히 SF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그만큼 여러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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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안드로이드 에이바를 연기하는 알리시아 비칸더는 스웨덴 출신 배우로 2009년 <Till det som är vackert / Pure / 퓨어>로 주목 받았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안드로이드 연기를 너무나 설득력있게 했고, 영민해보이기까지 한 총명하고 아름다운 외모로 에이바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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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뿐 아니라 엄청나게 완벽한 몸매를 보여준 쿄코 역은 모델이기도 한 미즈노 소노야가 맡았는데 개인적으론 미즈노 소노야가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