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Grande Bellezza / the Great Beauty / 더 그레이트 뷰티>

Directed by Paolo Sorrentino (파올로 소렌티노)

2014 / 142min /  Italy
Toni Servillo (토니 세르빌로), Carlo Verdone (카를로 베르도네), Sabrina Ferilli (사브리나 페릴리)
director of photography Luca Bigazzi (루카 비가찌)
music by  Lele Marchitelli (렐레 마르치텔리)

이태리의 위대한 유산.
조상들이 이뤄낸 찬란한 유산을 자양분삼아 지내온 그들은 과거의 영광으로부터 멀어져 조금씩 쇠락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찬란한 유산(문화/예술적으로)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주었을까.

어쩌면 이 영화는 쇠락해가는 이태리의 문화예술적 기운을 허무하고 퇴폐적이며 위선적인 이태리 상류 사회의 모습을 빌어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그들의 무의미한 웃음과 지적 허영을 드러내는 대화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위선들이 모두 허무하게 뒤엉켜

영화의 진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순간까지 그렇게 다가온다.
65세 생일을 맞아 휘엉청 화려한 생일 파티를 열고 아직도 상류 사회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40년 전에 쓴 책 한권이 대박을 친 이후

단 한권의 다른 책도 집필하지 못한, 현재는 모 잡지의 인터뷰어로 활동 중인 젭 감바르델라(토니 세르빌로 분)는 이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서

자신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그를 자극할 수 있는 'Great Beauty'라는건 요원한 개념일 뿐이다.

그 엄청난 문화예술적 유산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으며,
수많은 지식인들과 거의 매일을 뒹굴며 이야기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여성들과의 교분도 자유롭로운 젭이 그 사치스럽고 호사스러운 일상에서 조금도 자극받지 못하고 찾을 수 없는 'Great Beauty'가 사실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둘러싼 추악하고 위선적인 환경에 의해 가리워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선과 허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작은 열쇠 구멍 정도의 단초를 통해 실체를 보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일 뿐이라는 메시지는 영화의 후반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드러난다.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하거나 드러내기 위해 행해지는 알맹이없는 여러 예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조금도 감동받지 못하고

오히려 시니컬한 태도로 예술을 바라보거나 비아냥거리는 젭의 모습은 상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거리를 두고 예술로부터 위안받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젭 감바르델라의 예술적 안목이 허영과 위선에 맞춰지지 않고 무언가 부족한 것을 갈구하거나 희구하는 듯한 시선이 된 것은

노로해가는 기득권의 쇠락한 파티가 되어버린, 젊음없는 파티와도 같은 이태리 사회에서 하위잉여로 전락한 젊은이들에 대한 모호한 시선 덕분이리라.
최고급 맞춤 정장을 입고 들른 허름한 바에서 그가 마주하고 목도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위대한 예술과 문화가 그들에게

조금의 위안도 주지 못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그의 삶 속에서 조금도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없었던 젭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는 오래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녀와의 만남을 반추하면서부터이며, 스트립쇼 클럽을 운영하는 옛친구의 딸이자 스트립무희인 '라모나'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이미 풍성한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무덤덤해진 젭의 파티 친구들과 달리 라모나는 자신이 접하기 시작한 이 놀라운 예술에 경도되고 도취되며

그 자신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젭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통해 고인이 된 자신의 옛사랑을 마주했을 때의 그 형언하기 힘든 빛나는 순간을 떠올리고 반추하게 된다. 

영화는 엄청난 과거의 유산들을 스테디캠(Steadicam)과 강렬한 대비를 극대화한 조명을 이용해 유려하면서도 서사적으로 담아낸다.

동시에 이러한 위대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상류 사회의 허영과 위선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허무와 위선으로 가득찬 환경으로 인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메시지에 점차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어른들의 자본 논리에 따라 이용당하는 듯 보이면서도 자신의 울분과 분노를 순수한 열정으로 승화시켜

놀라운 작품을 작업하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기 시작한다.
대중은 그녀가 울면서 캔버스에 페인트를 뿌려대는 울분의 행위에 집중한 나머지 그 작업 속에 내재된 순수한 열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본질이 일차적인 감각에 의해 희석화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러한 소녀의 작업이 행해지는 같은 시간, 젭은 라모나를 이끌고 작은 열쇠구멍을 통해 펼쳐지는 건너편의 놀라운 조각상을 안내한다. 

문지기라고 표현해야할 이가 하나하나 방을 안내하고 그 공간에 펼쳐진 놀라운 역사와 예술품에 경도되어 감격하는 라모나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이야기 내내 정체를 감추고 주변을 떠돌던 메시지를 서서히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 이르러 등장하는 성자수녀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지하고자했던 메시지를 확인한다.
104세가 되어버린, 겉으로 보기에는 앉아있는 것마저 힘들어보이는 '성자 수녀'.
산송장이라고 말해도 될 것같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이는 성자 수녀의 모습, 주변의 약장수같은 보좌들의 말과 권세를 위해 위선을 보이는

추기경의 모습, 그리고 이를 속으로 비아냥거리는 군중들의 모습을 통해 본질을 간과하고 왜곡하게되는 이 에피소드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실마리를 던져준다.

노회한 젭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여러명의 죽음이 등장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한 일본 여행객의 급사, 정신분열증을 앓던 지인 아들의 자살, 옛 연인의 죽음, 라모나의 죽음,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로 마주했던 이가

로마에 작별을 고하는 장면등 이 모두가 자연스럽게 로마로 대변되는 찬란한 문화예술 대국의 쇠락과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난 이 영화가 결코 미의 본질을 시간의 흐름과 연결지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여지는 저 찬란한 유산들. 그 유산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주면서 감독은 이토록 아름다운 유산을 통해

과연 우리에겐 무엇이 남겨져있는지를 반문하는 듯 싶으니까.

놀랍도록 슬프면서 우습고,
아름다우면서도 추악하고,
비장하면서도 얄팍한 모든 모습이 담긴 영화다.

놀랍다.



*
스테디캠이 놀라우리만치 서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사용된 영화.
쇠락해가는 로마 사회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답게 잡아낸 이는 Luca Bigazzi다.
특히 이 영화는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낸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어두운 장면에서는 속도감을 잃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대비를 만들어냈으며,

밝은 장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대비를 덜 준 느낌이 있다.
과거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선배들이 보여줬던 그 서서작인 느낌이 이 영화에는 오롯히 살아있다.
아름답고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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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는 어느 정도 페데리코 펠리니의 흔적이 보인다.
<Il Divo>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 영화에선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장면이 역시 등장한다.


***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로마출신의 작곡가인 Lele Marchitelli (렐레 마르치텔리)의 음악은 가슴을 흔들고 아주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 도중에 Eurythmics(유리드믹스)의 곡인 'There Must Be an Angel'을 변주한 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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젭의 옛 연인인 엘리사 드 산티로 나오는 배우는
Annaluisa Capasa (아나루이사 카푸자)인데 영화의 메시지를 뭐라 더 형언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미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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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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