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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지 않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는 분들이 무척 많다.
나도 식구들과 식사하면 늘 사진을 먼저 찍는다.
물론... 친구들, 지인들과 식사할 때는 거의 사진찍는 일이 없고.
그러니 내가 올리는 맛집 글에는 늘 식구들 모습만 보인다.ㅎ

나 역시 지금도 음식이 나오면 사진부터 찍는 것이 어색하다.
어색하다면서 계속 반복하지만... 아무튼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경우 음식은 딱... 나왔을 때 모습 한번 찍고 음식을 더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니 그런 짓은 다 허영에 찬 짓이라느니 쓸데없는 짓이라느니 하는 말들에는 조금도 공감할 수 없다.
늘 말했듯 난 그 사진들을 시간이 지나도 자주 식구들과 공유한다.
가끔 블로그를 뒤지면서 '이 음식 정말 맛있었지?', '이곳... 없어져서 참 아쉬운데 어디서 뭐하실까?', '이날 정말 즐거웠는데 이 음식도 좋았어'라든지...
그러면서 그때의 기억을 공유하고 추억한다.
이글루스로 옮긴 후 고요한 섬같이 된 이 블로그에 꾸준하게 글과 사진을 올리는건 온전히 지금의 우리 가족을 정리하고 기억하기 위함이다.
내가 맛집 블로거도 아니고, 내가 이런 글따위로 음식점에 가서 유세부릴 맘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으니 말이지. 그 정도의 글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니...
제발 당신들이 이해못한다고 타인의 취미까지 싸잡아 비난하지 말아달라는거지.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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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꽤 좋았던 어떤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난 지금도 처음 가는 음식점에서는 반드시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안된다면 안찍으면 되니까.
그 작은 음식점에서도 물어봤다. 셰프께 직접.
흔쾌히 웃으시면서 상관없다고 하시더라.
사진을 찍다가... 음식점 창문 밖으로 보이는 좁은 골목이 예뻐서 창밖으로 카메라를 돌렸는데 창밖으로 스탭 한분과 셰프가 계시길래 황급히 카메라를 내렸다.

허락없이 대상을 찍는 것 같아서.
그런데... 셰프께서 창문 너머로 '아, 찍으셔도 돼요'라면서 스탭분과 어깨동무를 하시고 포즈까지 잡아주시는게 아닌가?
그래서 내... 분명히 말했다.
'이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요?'라고.
그랬더니 셰프께서 '괜찮아요. 예쁘게 포샵만 해주세요.'라고 웃으시는게 아닌가.(정확히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은 꽤... 잘 나왔다.

하루가 지나서 난 그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
음식도 맛있었고 기분도 유쾌했기에 다음에 또 들르자며 계획을 했는데 어느날 난데없는 장문의 댓글이 달렸더라.
해당 셰프가 직접 올린 글인데 내용인즉 내가 올린 사진들을 내려달라는 거였다.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내려달라는 글의 내용이 날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

당신께서 사진게재를 허락했음에도 말을 번복하는 것이 무안해서 그렇게 긴 장문의 글을 썼다고 이해하기는 힘든 내용이었으니...

애당초 내가 양해를 구했을 때 찍지말라고 하셨다면 전혀... 불쾌할 일이 없었을텐데

그렇게 장문의 댓글을 남기면서 글을 내려달라고 하니 마치 내가 해서는 안될 짓을 몰래 한 뒤 훈교받는 기분이 들더라.
실제로... 그 글이 그랬다.
유명해지길 원치 않으신다면서.

그 유명해지길 원치 않으니 촬영에 동의했건안했건 사진을 다 내려달라고 하신 셰프께서,
지금은 TV에 나오고 계시더라.
시간이 지나면 상황도 변할 수 있으니 그런 일갖고 뭐라 말하는게 우습지만 유쾌하지는 않았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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