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man :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더 시크릿 서비스>

Directed by Matthew Vaughn (매튜 본)

2014 / min / UK
Colin Firth (콜린퍼스), Taron Egerton (타론 에거튼), Samuel L. Jackson (사뮤엘 잭슨)



기가막힌 21세기 스파이 활극이다. 그것도 B급을 가장한 아주 쌔끈하게 잘 빠진 블럭버스터이며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소재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놓고 두들기는 매튜 본 특유의 전복적 이미지가 극대화된 영화다.
늘 그랬었지... <Kick-Ass/ 킥 애스>에서도 기껏해야 아직 10대 중반 정도인 아이들이 엄청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니는 장면을 마구 담아 놓고는 '어때?

아이들이 악인을 죽여대니 이걸 보는 기분이?'라고 묻는 듯한.
이른바 '길티 플레저 (Guilty Pleasure)'를 유발하는 매튜 본 특유의 가치 전복적 쾌감이 <킹스맨>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무척 단순한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있는 영화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대립적인 가치들이 상충되며 발산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그럴싸해서 스토리 자체에도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오리지널 원작 만화가 있으며 이 영화에서 그 작가가 co-writer였음)
사실 절대적인 악당이 지구 평화를 위협한다는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 그 자체 아닌가?

(현실적인 내부의 적과 싸우는 제이슨 본은 애당초 비교 대상이 아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범죄를 예지하여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먼저 제거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려고 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소재를 가져와

아주 심각하게 진지잡수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연상케하는 어처구니없는 인류말살 계획을 준비한 <킹스맨>의 악당 발렌틴(사무엘 잭슨).
그는 자신이 NERF의 수장이라도 된 듯 지구의 바이러스라고 생각되는 인간들을 쓸어버릴 계획을 하지만 그 계획은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민 따위 없는

계급주의적 혐오에서 비롯된 극단주의자의 뻘짓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요즘의 IS 같은.-_-;;;

<킹스맨>의 이야기 속에는 이처럼 피상적인 계급간 대립이 갈등 요인으로 존재한다.
다만 영화 속에서 표현된 귀족과 서민의 간극은

귀족과 서민의 중간 정도로 봐야하는 중산층(?)이 완전히 거세된 도식적 대립 구조라 보는 이에 따라서 삐딱하게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가치를 보호하고 국가를 수호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을 중시하는 귀족 계급의 킹스맨과 하릴없이 삥이나 뜯고 펍에서 맥주나 마시며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주먹이나 휘두르는 패거리들로 대변되는 서민들은 사실상 현대판 천민이나 다를 바 없이 표현된다.
(킹스맨은 자신들의 예명을 모두 '아더왕' 신화에서 따오고 있다. 아서, 랜슬롯, 멀린, 갤러하드등... 중세의 기사단이 갑옷을 입었다면 킹스맨은 수트로 자신들을 표현한단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영국적 '귀족'을 대변하는 킹스맨은 전형적인 기득권 부르조아와는 다른

전통적 명예와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수호하는 '남다른' 기득권이며 철학없는 기득권과 잉여 천민은 둘 모두 다를 바 없는 파렴치한인 것으로 몰아부친다.
이러한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귀족에 대한 선망의 시선은 주인공 에그시를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귀족들의 고고함을 기득권 부르조아와 동일하게 보고

비아냥거리던 에그시가 현대판 기사의 상징이라는 수트를 입고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Swaine Adney Brigg)의 우산을 들고,

커틀러 앤 그로스(Cutler & Gross)의 안경을 끼고, 조지 클레벌리(George Cleverley)의 구두를 신으면서 자연스럽게 귀족문화로 편입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순히 신분 상승이 아니라 킹스맨의 가치까지 그대로 신념으로 물려받으면서 말이지.
에그시의 신분상승에는 당연하게도 멘토인 킹스맨 해리가 연관되어 있는데,

해리와 에그시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영화 초반, 해리가 에그시에게 질문하는 몇몇 영화들을 통해서 확연히 드러난다.

<니키타>도 아니고 <프리티 우먼>도 아니며 에그시가 기억하는 영화, <My Fair Lady/마이 페어 레이디>라고 말이지.
그러니까 이건 일정의 신분 교정 프로그램이라고 해야하겠지.ㅎ
아무튼... 이러한 영화 속에서 표현된 감독의 계급론(?)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얼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수많은 오락 영화들이 신분상승이라는 소재들을 구어 삶아 먹어왔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다. -_-;;;

영화 속의 재기발랄한, 놀라울 정도로 신선한 표현들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액션씬은 근래에 보았던 <John Wick / 존 윅>등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는데 액션의 표현을 더욱 강렬하게 내기 위해서인지

카메라가 상상 이상으로 캐릭터를 가깝게 잡아내는 것 같았고 이를 통해 액션의 움직임을 더욱 격렬하게 표현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근접 촬영으로 인해 잃을 수도 있는 액션의 방향성까지도 완벽하게 잡아 내더라.
촬영도 촬영이지만 놀라우리만치 정교한 편집 덕분에 이 영화의 액션은 비현실적인 만화적 상상력에 기인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는 듯 하다.

 배우들의 훌륭한 액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고.
특히... 우리에겐 드라마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콜린 퍼스가 이 정도로 시크하기 짝이 없는, 때론 퇴폐적인 폭력미까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엄청난 액션 연기를 보여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건 리암 니슨 정도가 아니야...
도대체 콜린 퍼스는 왜 여지껏 이런 액션 연기를 보여주지 않은거지?라는 의아함이 들 정도.
말끔한,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가진 콜린 퍼스에게 액션을 덧입혀버릴 생각을 한 캐스팅 디렉터의 안목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이토록 인상적인 액션씬은 기존 스파이물(특히 <제임스 본드 007>, 요즘 리부트 버전말고...)에 대한 적절한 패러디와 영국 팝 컬쳐에 대한 탁월한 시각으로 더욱 부각된다.

한마디로 요소요소 알만한 사람들은 알 법한 깨알같은 재미를 콕콕 박아 넣어 장면장면마다 허투루 넘어갈 수 없는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거지.
발렌틴을 보좌하는 가젤의 다리는 007 시리즈의 기괴한 신체를 가진 악당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고, Dire Straits(다이어 스트레이츠),

K.C and the Sunshine Band (케이씨 앤 더 선샤인 밴드), Brian Ferry(브라이언 페리-록시 뮤직의 바로 그)의 곡들은 스미스(Smith)나

조이 디비전 (Joy Division) 이후의 영국 팝문화에 대한 재치있는 감각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악당 발렌틴이 미국 서브컬쳐문화를 연상케하는 패션을 하고 하이퍼 테크놀로지로 무장했으며 John Rafman, Kehinde Wiley, Rob Pruitt등의 작품들을

집안에 즐비하게 전시함으로써 현대 미술의 엄청난 젖줄임을 암시하는 컬렉션, 그리고 해리에게 대접하는 고급 식기에 담긴 맥도널드 햄버거등은

매튜 본이 바라보는 바라보는 인스턴트 트랜드에 대한 시각이 논란의 영역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은 글 초반에 언급했던, 터부시하던 금기를 거침없이 건드리는 매튜 본의 영화다운,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특유의 표현 방식 중 하나인데

이 영화에선 이보다 훨씬 강렬한 장면들이 마구 등장한다.
광신도들이 모여있는 교회 안에서의 정말... 처절하리만치 끝까지 가는 광폭한 살육이라든지, 스웨덴 공주의 노골적인 유혹 발언,

그리고 마지막에 터져나가는 미니 머쉬룸 구름(이건 영화보신 분만이 이해할 것)의 향연등은 전형적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선사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도 스파이물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이 될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적 재미로는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 <Birdman/버드맨>과 함께 근래에 본 영화 중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
영국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펍...과 음주 문화, 속칭 '래디즘 (Laddism)'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는 사실 98년에 발표된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의

그 유명한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이다.
이 영화에서 매튜 본 감독은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이후 제작된 동명의 TV 시리즈 역시 프로듀스했다. 
매튜 본의 장편 데뷔작인 2004년작 <Layer Cake/레이어 케이크> 역시 <Lock, Stock...>과 <Snatch/스내치>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
가이 리치 감독의 새로운 스파이물 영화 <the Man from U.N.C.L.E.> 역시 기대가 된다.

 

 

가이 리치의 신작 <the Man from U.N.C.L.E.>의 예고편
이 영화 여주인공이 얼마전 본 <Ex Machina/엑스 마키나>의 그 극강 미인 Alicia Vikand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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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가 현대판 기사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해리(콜린 퍼스)의 말처럼 이 영화에선 영국 신사 또는 귀족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전통적인 패션 아이템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진다.  킹스맨이라는 테일러 샵이 근거지이기도 하니 말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수제 브랜드들이 마구 줄줄이 등장하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품있는 디자인이지만

방탄 기능과 투사, 공격 기능이 탑재된 장우산과 킹스맨 라이브러리에 등장하던 가방들을 제조하는 Swaine Adeney Brigg (스웨인 애드니 브리그).
우산 제작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최고 품질의 가죽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영국 황실의 사치품을 전담했던 브랜드다.
물론 현재는 일반인들도 구입이 가능하다. 단... 가격이...
도큐먼트 케이스의 경우 옵션을 추가하면300만원은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우습게 발생한다.
어느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죽 명품 브랜드들의 퀄리티를 능가한다고 하지.
http://www.swaineadeneybrigg.com/swaine-ade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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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잃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에그시도 영화 속 패션만 보면 그닥... 불우한 환경은 아니었지 않나 싶은 옷들이다.
몽클레어 퀼티드 재킷, 제레미 스캇 콜라보의 아디다스 저지, 프레드 페리의 폴로 셔츠 등등...
해리의 멋진 수트들은 미스터 포터의 콜라보 수트들.
안경은 Cutler and Gross 제품이다. (http://shop.cutlerandgross.com/shop/Opticals/)
구두는 조지 클레벌리 (George Cleverley) 제품이고. (http://www.gjcleverley.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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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틴의 호위 무사(?)...로 나오는 아주아주 매력적인 가젤역의 소피아 부텔라 (Sofia Boutella)는 엄청나게 유명한 댄서 출신.
원래 리듬체조 선수였다는데 댄서로 전업 후 힙합 대회 우승 경력 이후 마돈나의 댄서로도 활약했단다.
그러다 나이키의 메인 모델로 엄청 오랫동안 활약했다고.
자세한 이력은 http://en.wikipedia.org/wiki/Sofia_Boutella 등에서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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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더, 이 아래는 결정적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읽지 마시길.




영화 속에서 해리는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정말 죽었을까?
발렌틴이 해리를 죽인 후 가젤에게 '죽은거야?'라고 물었을 때 가젤은 '일반적으로 그런 거리에서 머리를 쏘면 죽는다'라고 말하고

시체를 뒤로하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자리를 뜨는데 이건 다분히... 후속편이 나온다면 해리가 등장할 수 있다는 떡밥아닐까?

아... 지금 찾아봤는데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킹스맨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해리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했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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